네이버 캐스트 화학산책 -양파의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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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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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출처 : (cc) Bi-frie at Wikimedia.org>

요리에 사용할 생 양파를 손질해 본 사람들은 대개 눈물을 흘린 기억도 갖고 있다. 양파 손질을 할 때 수영장 혹은 실험실용 고글(안경)을 끼거나 혹은 얇은 투명 비닐로 눈을 가리면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생 양파와는 달리 양파 요리 혹은 양파를 첨가한 음식들을 먹어보면 눈물도 나지 않을뿐더러 맛도 달고 향긋하다.

 

프랑스 양파 수프, 식욕을 돋우기 위한 양파 링 튀김 등은 아주 맛있는 양파 요리들이다. 초와 간장에 절인 양파도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이번에는 양파에 관련된 화학에 대해 알아보자.

 

왜 눈물을 흘리나?

양파를 다듬을 때 즉석에서 형성된 술폭시드(sulfoxide)라는 화합물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범인이다. 기체로 된 술폭시드 화합물이 눈에 닿고, 점막에 있는 습기에 녹는다. 그런데 눈의 점막에는 눈을 보호하고 감시를 해주는 다양한 센서 효소가 있다.

 

술폭시드 화합물은 한 효소와 선택적으로 결합을 한다. 그 순간 눈이 공격을 받았다고 판단하면서 눈 꺼풀을 닫고 동시에 눈물 샘을 열어 그 물질을 씻어 내려고 한다. 그래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황이 없는 다른 분자들도 눈물 샘에 있는 효소를 자극할 수 있다.

 

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 최루 가스 등도 같은 동작 원리로 눈물이 나게 만든다. 한편 냉동 보관된 양파를 다듬을 때는 눈이 덜 맵다. 온도가 낮기 때문에 증발하는 술폭시드의 양이 적을 수도 있고, 효소 반응의 효율이 낮아서 술폭시드 양이 적게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화합물은 물에 매우 잘 녹는다. 따라서 흐르는 물로 씻으면서 양파 손질을 하면 눈물 흘리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는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 시스테인과 시스틴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 중에 시스테인(cysteine)과 시스틴(cystine)이라는 것이 있다. 시스테인은 아미노산의 알파탄소(-COOH와 –NH2가 결합된 탄소)에 메틸 티올기(-CH2SH)가 결합된 분자이다. 반면에 시스틴은 2개의 시스테인 분자가 황 원자간 결합을 통하여 이황화결합(-S-S-)을 포함하고 있다.

 

두 화합물의 이름은 화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헷갈릴 정도로 매우 비슷하다. 필자는 영문 알파벳 개수가 1개 더 많은 시스테인 분자는 오히려 황 원자는 1개만 있다고 기억을 했다. 만약에 독일어를 배운 사람이라면 1을 의미하는 독일어 ein과 시스테인의 영문 알파벳에 ein을 연상하여 시스테인의 황의 개수를 기억하면 좋을 듯 하다.

 

술폭시드 화합물은?
 

 

술폭시드의 기본 구조. 황(S)과 산소(O)의 이중결합 구조에 여러 가지 유기화합물(R)이 결합된 형태다.

일반적으로 술폭시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분자들은 황과 산소의 이중결합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술폭시드는 분자의 고유명사라기 보다는 특정한 작용기(-S=O)를 포함한 모든 분자들을 일컫는 보통명사인 셈이다. 예를 들어서 마늘에 포함된 알린(alliin)이라 부르는 화합물도 술폭시드의 한 종류이다.

 

그런데 양파에 포함된 술폭시드는 시스테인의 황 원자와 결합한 수소(H-) 대신에 프로펜 기(H3C-CH=CH-)가 결합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시스테인의 기본 분자구조는 유지하고, 분자의 말단에서 약간 변형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술폭시드이다. 당연히 술폭시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므로 황 원자는 동시에 산소와 이중결합을 한 형태를 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의 분자구조는 시스테인과 동일하다.

 

마늘과 양파에 있는 술폭시드의 차이점과 유사점

황원자에 프로펜 작용기(H3C-CH=CH-)가 결합된 술폭시드는 양파에, 알릴 작용기(H2C=CH-CH2-) 기가 결합된 술폭시드는 마늘에 있다.

 

프로펜 작용기와 알릴 작용기는 모두 3개의 탄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며, 이중결합도 1개 있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다만 양파와 마늘에 있는 두 종류의 술폭시드 차이는 황원자에 연결되어 있는 이중 결합의 위치가 다르다. 다시 말해서 황 원자에 이중 결합이 직접 연결되어 있는 술폭시드는 양파에, 황 원자 연결된 이중 결합 사이에 메틸 탄소(CH2-)가 끼워져 있는 술폭시드는 마늘에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종류 모두 수 많은 술폭시드 화합물 중 하나이다. 그런데 분자구조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와 함께 효소의 존재 유무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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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술폭시드

마늘의 술폭시드

 

양파 껍질을 벗기거나 썰면 양파 세포가 파괴된다. 그 순간 세포 내에 분리 보관되어 있던 효소인 알리나제(allinase)와 세포 내 다른 장소에 있던 술폭시드 화합물의 반응이 진행된다. 그 결과 프로펜 기가 결합된 술펜산(sulphenic acid, H3C-CH=CH-S-OH)이 형성된다. 그 술펜산은 다시 한번 엘에프 합성 효소(LF-synthase)와 반응한다. 그 결과 새로운 종류의 술폭시드 화합물이 즉석에서 만들어 진다.

 

즉 두 단계 효소반응을 거쳐 형성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술폭시드(propanethial-S-oxide) 화합물과 처음부터 양파 세포에 있던 술폭시드(S-propenyl cysteine sulfoxide) 화합물은 구조와 성질이 다른 분자이다. 최루 특징을 나타내는 술폭시드 화합물은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숨겨둔 비밀 병기인 것이다.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여 양파를 다듬으면 손으로 다듬을 때 보다 눈이 덜 맵다. 그것은 파괴되는 세포의 수가 상대적으로 줄어 들어서 즉석에서 형성되는 술폭시드의 양도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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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게 하는 술폭시드(propanethial-S-oxide)

알리신(allicin): 항균 특성과 마늘 냄새의 원인이 되는 화합물

 

마늘도 상처를 받으면 알리나제와 마늘 속의 술폭시드 화합물이 반응을 한다. 이 때 양파의 술펜산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술펜산(H2C=CH-CH2-S-OH)이 형성된다. 그것은 애초부터 마늘에는 알릴(H2C=CH-CH2-)기가 포함된 시스테인의 유도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양파와는 달리 즉석에서 생성된 마늘의 술펜산 2개는 서로 결합하여 알리신(allicin)을 형성된다. 알리신은 다시 아존(Ajoene)을 비롯하여 알릴기를 포함하는 여러 종류의 황을 포함하는 화합물로 짧은 시간 동안에 변환되어 버린다. 알리신은 항균 특성을 지녔으며, 생마늘 특유의 냄새도 이 화합물이 원인이다. 결국 마늘에서는 특정 효소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술폭시드 화합물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파를 손질할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양파가 가진 술폭시드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출처 : gettyimages>

 

찌개를 끓일 때 양파를 썰어 넣으면 찌개의 독한 맛이 어느 정도 순화된다. 조리과정의 열로 인해서 양파에 포함된 분자들이 구조가 변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화합물로 변신이 된다. 그 중에는 향과 맛에서 단 냄새를 풍기는 화합물(bispropenyl disulfide)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양파에는 포도당를 비롯한 다양한 당(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약 3-4% 정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맛이 생길 수도 있다.

 

황 화합물들 일반적으로 황화수소(H2S)를 비롯하여 황을 포함한 화합물들은 냄새가 매우 나쁘다. 티올(-SH) 기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 역시 대부분 향이 좋지 않다. 스컹크가 내 뿜는 지독한 냄새에는 티올 기가 포함된 유기화합물이 주종을 이룬다. 티올 혹은 술폭시드 화합물 모두 황 원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기능과 역할은 전혀 다르다.

 

최근에 영국 식품 연구소는 양파에 포함된 케르세틴이 동맥 경화증을 완화해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케르세틴은 황을 포함하지 않는 항 산화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플라보노이드의 한 종류이다. 약효를 보려면 하루 100-200그램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렇게 많은 양의 양파를 꾸준히 먹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분자구조와 성분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져도 그 역할과 기능이 전혀 다른 분자들의 세계를 통합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것만큼 불가능해 보인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일반인을 위한 저서로 [퀴리부인은 무슨비누를 썼을까?](2007),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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