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수술대에 누운 名醫
- ▲ 박영석 국제부 차장
오즈 박사는 인터뷰 당시 "의사는 교사, 환자는 학생이다. 진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환자가 질문을 성실하게 준비해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과의사는 불시(不時) 수술이 많아 수도승처럼 살아야 한다. 흰 쌀·빵·설탕과 담배는 입에 안 대고, 술은 이틀에 딱 한 잔만 한다"고 했다.
그와 재회한 건 최근호 타임(Time) 지면을 통해서였다. 뜻밖에도 그의 기고문 내용은 '환자 오즈씨의 유사 임사(臨死)체험'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50세 생일파티에 모인 지인들에게 "반(半)세기나 세상살이를 한 기념으로 결장경(結腸鏡) 검사나 받아 볼까 한다"고 호기를 부렸고, 자신이 지켜온 경건한 삶과 건강을 과신한 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못해 검사에 임했다"고 적었다.
'환자 오즈씨'는 불성실했다. 검사 전 36시간 공복(空腹)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18시간 전에 점심식사를 했다. 그는 검사를 담당했던 절친한 소화기 전문의로부터 "의심스러운 용종(polyp)이 보인다"는 진단 결과를 듣고서야 자신의 환자들이 그동안 느꼈을 공포와 분노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여태껏 나는 환자들에게 비보(悲報)와 공포담만 쏟아냈다. 내가 이 지경이 될 줄이야….' 그는 순간적으로 '내게 더 허락된 삶이 40년일까, 1년일까'를 생각했다고 했다. 오만 생각이 찰나에 경주마들처럼 뛰어들었다고도 썼다. '아내한테 뭐라 할 것이고, 스물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자식 넷한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시청자들한테 사실대로 고백해야 할까. 내가 의대에서 배운 건 위기의 환자를 구명(救命)하는 것뿐, 죽음에 직면할 이들에게 해줘야 할 몫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던가.'
환자 오즈씨는 9개월 뒤 재검에서 또 다른 용종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았다.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진단 결과를 보고서야 '닥터(Dr.) 오즈'에서 '미스터(Mr.) 오즈'로, 겸손하고 현명한 환자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고해하듯 썼다.
3년 전, 그는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누른 기자 앞에서 모형 심장을 들고 친절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자기연출로 한국 독자들을 위해 건강법을 설파했다. 그랬던 그가 "좋은 환자가 어떤 것인지 이번에 깨달았다"고 적었다. 자연의 부름은 작은 신호로도 우리를 겸허하게 한다. 잃고 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게 건강뿐이랴. 오즈 박사의 앞으로의 건강 강연은 더욱 풍성해지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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