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비밀병기 ‘마·체·폼’

우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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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 분석 담긴 ‘마법 노트’
피지컬 코치, ‘체리주스’로 체력 강화
트레이너는 ‘폼롤러’로 밸런스 관리
억척·끈기의 대표팀, 마지막 도전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14일(현지 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우치 | 연합뉴스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14일(현지 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우치 | 연합뉴스

16일 새벽 1시 우크라이나와 U-20 월드컵 결승 

쓰러져도, 넘어져도 억척과 끈기로 일어섰다. 첫걸음을 뗐을 땐 어설펐던 21명의 아이들이 위대한 도전의 마무리에 나선다. 한 걸음만 더 가면 세계대회 우승이라는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오는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이 바로 그 무대다. 

정정용 감독(50)의 지휘 아래 2년간 실력을 갈고닦았던 태극전사들이 유럽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크라이나까지 제압한다면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FIFA 주관 대회를 제패하게 된다. 카타르(1981년)와 일본(1999년)의 준우승 기록을 넘어 아시아 남자축구로는 처음 세계축구의 정상에 오르는 꿈같은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외부에선 ‘슛돌이’로 친숙한 이강인(18·발렌시아)의 활약상에 주목하고 있지만, 억척과 끈기의 한국 축구를 만든 비밀 병기는 따로 있다. 우리 안의 힘을 깨우고 믿게 해준 ‘마법노트’와 체리주스, 그리고 폼롤러가 그것이다. 

마법노트는 애정 어린 지도 방식에 ‘엄마’로 불리는 정 감독이 준비한 선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당시 스리백과 포백을 쉼 없이 오가는 현란한 전술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위해 어른 손가락 하나 두께로 제본된 책을 하나 배포했다. 일종의 전술책이었다. 여기에는 한국이 2년간 준비한 3~4개의 포메이션과 함께 선수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전술, 역할, 세트피스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지난 12일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미드필더 고재현(20·대구)은 “이 책을 보면 경기를 계속 안 뛰는 선수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이 노트에 담긴 전술로 결승까지 올라왔고, 결승전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쌤들이 약점 분석…이기는 일만 남았다” 

마법노트가 현란한 전술 변화의 비결이었다면 체리주스와 폼롤러는 대회 내내 전·후반 90분, 아니 연장까지 120분을 뛰어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 숨은 공신이었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지난 4월 말 파주트레이닝센터에 대표팀이 모였을 때부터 체력에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선수들은 집중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끌어올렸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근육 손상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체리주스를 마셨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맛에 꺼리던 선수들도 이젠 스스로 손을 내민다.

폼롤러는 대회 내내 단 1명의 선수도 다치지 않도록 해준 비밀무기다. 김성진 의무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근육 밸런스를 잡아주는 한편 평소 폼롤러와 한 몸처럼 움직이라는 잔소리로 선수들의 건강을 지켰다. 일반인도 평소 활용하는 폼롤러는 근육을 이완해 탄력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김 트레이너는 지친 선수들을 쫓아다니면서 결승전에 나설 마지막 채비를 돕고 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지쳤지만, 결승전까지 쓰러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감독도 우크라이나와의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최선의 준비를 마쳤기에 우승을 자신한다. 그는 “지난해 AFC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그치면서 선수들에게 ‘준우승은 연필 한 자루도 없다’고 해줬다”며 “내일은 꼭 마무리를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동행의 마침표를 우승컵으로 끝내고 싶다.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 당시 평가전에서 사소한 패스 실수 하나에 0-1로 패배했던 우크라이나에 설욕해야 가능한 일이다. 미드필더 김세윤(20·대전)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쌤’들이 우크라이나의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주셨다. 이젠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이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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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150600135&code=94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csidx98277920014a94e814bbeb97bd7e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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