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보 진료비 50조 거둬 70조 썼다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 입력 2018.03.21 12:00

    지난해 건강보험으로 지출된 진료비는 69조6271억원인 반면 건강보험으로 거둬들인 돈은 50조4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진료비 지출은 전년보다 7.68%, 보험료 징수 금액은 5.9% 늘었다. 그동안 누적적립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20조원 가까이 많고, ‘문재인 케어’로 추가 재원 투입이 예상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7년 진료비를 분석한 건강보험 주요 통계와 진료비 통계 지표를 21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국민 1인당 월 평균 건강보험 진료비는 11만3612원으로 2016년보다 6.9% 늘었다. 1인당 월 평균 급여비(공단 부담)는 8만4916원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2017년 총 보험료 부과 금액은 50조4168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증가율은 6.3%, 지역가입자는 4.2%로 직장가입자가 더 높았다. 가구 당 매월 내는 보험료는 10만1178원으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작년 내·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합한 의료보장 인구는 5243만명으로 2016년보다 0.29% 증가했다. 직장 적용 인구가 3690만명으로 건강보험의 72.4%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이 지출하는 진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3조6283억원으로 처음 40조원대에 진입했고 2013년에는 50조원대를 기록했고 이어 3년만인 2016년에 64조5768억원을 기록하며 60조원대를 돌파했다. 1년만인 2017년 69조원대를 기록하며 70조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료비 급증은 고령화 때문이다. 2016년과 2017년의 연령대별 남녀 전체 진료비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0세~9세의 경우 마이너스(-)0.8%을 기록해 전년보다 진료비 지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60~69세는 전년보다 11.28% 증가, 70세 이상은 10.2% 증가해 두자릿수의 진료비 증가율을 보였다. 10세~19세는 4.42% 20~29세는 8.55% 30~39세 7% 40~49세 5.42% 50~59세 5.45% 전년보다 늘었다. 또 70세 이상의 내원일당 진료비는 6만52원으로 전체 내원일당 진료비의 1.3배 수준이다.

    또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를 단계적으로 실행하면서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조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도 연간 자금운용안'을 통해 2011년부터 7년간 당기 흑자를 보였던 건강보험재정 당기 수지가 2018년 1조2000억원 정도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놓은 누적적립금이 많은 탓에 올해 누적 수지는 여전히 20조원에 가까운 흑자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당기 적자로 인해 흑자 규모가 19조5000억원 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 정부가 20조원의 건강보험 준비금을 다 소진하고 다음 정부에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전가해 결국 보험료율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이번 정부 5년을 포함한 향후 10년 간에도 1.5개월 급여비 수준의 준비금 10조원은 지속적으로 보유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 10년간의 보험료율 인상 수준(평균 3.2%)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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