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무한질주: 창업자 제프 베조스 독점 인터뷰
그가 다음으로 정복할 곳은 어디인가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라는 기록을 세운 아마존만큼 무한 질주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동안 언론이나 행사 등에 나오지 않았던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를 포브스가 독점 인터뷰했다. 아마존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혁신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베조스 인터뷰 전문을 실었다.
미국의 다른 거대 기술기업과 달리, 아마존에는 거대한 본사 캠퍼스가 없다. 전 세계 57만5000명 임직원 중 시애틀 직원 4만5000여 명은 시애틀 도심의 수많은 고층 빌딩과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에 흩어져 근무한다.
그러나 이런 믿음을 고수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아마존의 매출과 수익, 주가 모두 초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103%, 3년간 270% 급등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 기업가치 1위인 애플과 격차를 줄이며 위협하고 있고, 베조스의 개인 순재산은 1600억 달러에 근접했다. 그는 지구 역사상 최대 부호라는 기록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베조스는 아마존이 시리즈A 자금 모집을 막 완수하고 미래 성장에 들뜬 스타트업 단계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시장 규모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걷어 올린 소매 밑으로 뽀빠이처럼 성난 근육이 보였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한 결과로, 54살 중년 사내의 팔이라고는 볼 수 없어서 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프 베조스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두려운 기업가가 됐다고 본다면, 무한 질주를 약속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기업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 것이다. 세간의 말대로, 그는 저돌적이고 장기적인 게임에 능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입증된 것처럼, 그의 최고 강점은 아마존을 끊임없이 변신시키며 관련 산업에서 대대적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는 능력에 있다.
헬스케어ㆍ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
“제프 베조스의 과거, 현재, 미래 가능성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껏 본 경영인 중 최고의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지난해 워런 버핏이 인터뷰에서 답했다. 80년간 시장을 관측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인상적인 사업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아주 중요한 두 개 산업을 정복했습니다. 다른 경쟁자의 코앞에서 산업을 장악하고 새롭게 정의해서 엄청난 사업체를 일구어내는 데 성공한 거죠.”
베조스나 버핏이 리테일과 클라우드 산업을 예로 들긴 했지만, 사실 베조스의 무한 질주가 가능한 이유는 이보다 더 많다. 첫째, AWS의 대대적 성공 덕분에 수익성보다 성장 자체에 방점을 두며 몸집을 키운 아마존은 마침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손에 쥐게 됐다. 게다가 베조스는 이 엄청난 돈을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재투자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의 신임을 얻었다.
첫 번째 닷컴 시대에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전략과 계획을 공개하는 ‘오픈 기모노’ 정책을 수용하고 유행시킨 반면, 베조스는 은밀한 전략 추진이 기업에 더 좋다고 믿으며 광범위한 집행 예산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숨겨 비용을 집행하거나 새로 우선순위로 떠오른 사업에 일부러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의중을 파악하긴 쉽지 않았지만, 그가 어떻게 혁신을 이끌고 확장할 사업을 선택하는지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아마존의 미래 로드맵이 떠올랐다. 회사 규모를 고려했을 때, 수직·수평적 확장을 진행 중인 아마존은 움직이는 모든 방향에서 시장을 크게 흔들 것이다.
무한 질주의 시대를 맞은 아마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예스’다. 기존 기업의 위계질서를 제대로 파악한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위 간부급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고 칩시다.
175억 달러 매출 올린 AWS
이에 따라 베조스는 “‘예스’로 향한 길을 다양하게 열어 놓는다”는 원칙에 따라 아마존의 기업구조를 만들어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방향으로 통하는 문’이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개선을 보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혹시라도 현명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라도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체계다.
그러나 회사의 방향을 바꿀 만큼 규모가 큰 아이디어나 부서가 관여하게 되면, 소위 ‘일방향 문’을 통해 꼼꼼한 검토를 받는다. 베조스는 자신이 ‘최고 속도지연 책임자(chief slowdown officer)’ 역할을 하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이렇게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사안에서 그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 찾는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결국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아이디어는 두 모델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한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하나는 지금까지 고객 니즈를 후향적으로 살펴보고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니 이 상품으로 그들을 만족시켜주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향적 방식으로 ‘우리가 이러이러한 가치를 창출할 줄 아니 이제 이를 원하게 될 고객을 찾아보자’다.
거함 아마존의 존재는 결국 두 번째 방식에서 시작됐다. 원래 틈새시장에서 활약했던 베조스는 수공예 오픈마켓 엣시,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와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서점에만 집중하는 손쉬운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적 판매에 능통해진 베조스는 재고 관리와 상품 추천 엔진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구축한 여러 도구를 다른 유사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여기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서구 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은 엄청난 기술적·물류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이었다. 베조스는 그렇게 얻은 기술이 핵심사업에 더해지는 부차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업적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아이디어도 결국 새로운 기술 습득으로 이어져 과실을 안겨주는 경우가 있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 킨들은 2007년 당시 아마존이 최초로 시도한 하드웨어 사업이었다. 얼라이드시그널에서 아마존에 합류한 윌크는 이사회에 참여했을 때 킨들 개발에 반대했었다.
미래형 매장 아마존 고 1월에 오픈
제프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들은 다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정해요. 그래도 하드웨어 개발 역량을 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배워나갈 수 있어요.” 그렇게 아마존은 킨들 개발에 들어갔다. 킨들은 베조스에게 애착이 많은 제품이다. 하드웨어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준 제품이기도 하고, 아마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서적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하드웨어에서 많은 경험을 얻었어요. 그때만 해도 우리는 하드웨어에서 기술이 전혀 없었죠.” 베조스가 웃으며 말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기술을 배우는 데만 시간을 투자할 게 아닙니다. 그 기술이 꽃피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죠.” 다시 말해, 지금 아마존이 연마하는 기술을 보면 앞으로 아마존이 판매하게 될 상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베조스는 헬스케어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GDP의 18%를 차지하는 헬스케어는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효율성이 가장 낮은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베조스는 워런 버핏, JP모건 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과 함께 직원들을 위해 더 저렴한 비용에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이니셔티브를 공동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명성이 높은 아툴 가완디를 CEO로 고용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의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알다시피 비영리 프로젝트라서 성격이 매우 다르다”고 질문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빠르게 덧붙였다. 수개월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버핏도 같은 답변을 했다. “의료보험 프로젝트를 발표하니 ‘우리도 거기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홍수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항해가 지구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해도 아마존은 미국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얻어 갈 것이 있는 것이다. 버핏, 다이먼과 함께 찾아낸 혁신적 해결책은 “비영리 프로젝트 안에” 머물 거라고 답한 베조스는 “각자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조스는 광고 쪽도 배우고 있다. 아마존의 가장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놀라운 수치가 하나 있다. 80억 달러가 넘는 올해 광고수입으로, 지난해 총 광고수입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베조스는 자신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지 열정적으로 말하지만, 자신을 타깃으로 한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그동안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 덕분에 선을 넘는 일은 없고, 이에 따라 고객은 일단 아마존을 믿는 쪽을 택할 것이라 말했다.
시애틀 고층건물 숲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아마존이 있는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아마존 직원을 위해 새로 구축한 멋진 생활권을 무시하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데이원 타워 가장 아래층에서 비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식품점이다.
아마존 프라임, 오프라인 사업 뒷받침
식품점 아마존 고는 아마존 내에서도 가장 아마존스러운 프로젝트다. 베조스는 항상 비용 절약을 강조했는데, 직원들(과 소수의 시애틀 주민, 관광객들)이 점심을 이곳에서 사 먹으면 아마존은 기술을 갈고닦을 많은 데이터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수많은 사업의 다양한 면모가 하나로 융합됐을 때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아마존 프라임은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조각이다. 본질적으로 하나의 마케팅 도구인 프라임은 코스트코나 비제이스홀세일처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과 유사하게 회원제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2017년 약 100억 달러 기록)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하나의 사업 방식이다.
프라임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사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한다. 프라임에서 약속한 당일배송 및 픽업 서비스를 위해서 아마존은 오프라인에 교두보와 같은 물류창고를 만들었다. 덕분에 변질되기 쉬워 아마존의 전통적 사업모델과 맞지 않았던 식품사업 등 아마존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프라임은 개별 사업으로 기능하기보다 아마존이 가진 모든 걸 연결하는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아마존은 핵심 리테일 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길을 찾았다. “소비자를 위한 상품과 완전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아마존 두 번째 본사 곧 결정
AI 또한 과거에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제품 라인을 상호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에코는 ‘하드웨어 기업인가, 소프트웨어 기업인가?’라는 아마존의 정체성에 대한 제프 윌크의 존재론적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는 에코는 아마존 리테일 매출을 견인하고 아마존 콘텐트 등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하드웨어다.
아마존 내부에서 올해 말까지 최종 결정될 거라 거듭 말하고 있는 아마존의 두 번째 본사를 살펴보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제2의 본사는 그 자체로 아마존의 수평적 확장 전망을 보여준다. (포브스는 베조스의 활동 기반이 된 워싱턴 D.C.가 인재와 물류, 유력인사를 만날 수 있는 지역적 이점 등 장점 덕분에 제2 본사가 들어설 동네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확실히 해두자면, 이런 로드맵이야말로 일상의 업무를 위임한 베조스가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작업이다. 장기적 사고야말로 아마존 특유의 강점이다. AWS에서 흘러 넘치는 현금 덕분에 베조스는 마진이 거의 없지만 효율성만큼은 천하무적인 거대 리테일 사업을 계속 운영하며 관련성 없어 보이는 분야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 매몰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2~3년 후를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리더십 팀도 같은 자세로 임하고 있죠.”
“분기별 수익 발표가 있고 나면 친구들로부터 ‘잘했어. 이번 분기도 훌륭하군’이란 축하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럼 저는 ‘고맙지만 이번 분기는 3년 전 작품이야’라고 답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일은 2021년 분기를 위한 거죠.”
다른 수십 개 산업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가짐이다. “저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입니다. 여러 명이 아이디어 하나로 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한 시간 안에 100개 아이디어를 적어놓을 수도 있죠.” 베조스가 말했다. “일주일간 브레인스토밍 회의가 한 번도 없으면 ‘여러분, 저 좀 도와줘요’라고 직원들에게 불평 섞인 요청을 합니다.” 미국에 있는 모든 기업에게 고한다. 혁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혁신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아마존의 시대 | 21년 전 소박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던 아마존은 사과부터 비디오까지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거대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21년간 무려 9만8000%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1995년 4월 3일 / 서적
최초 판매 책: 『유동 개념과 창조적 유추: 사고의 근본 메커니즘에 관한 컴퓨터 모델』
1998년 6월 11일 / CD
60개 음악 장르에서 앨범 12만5000여 장 판매
1999년 11월 10일
환경 개선 제품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1 등의 소프트웨어, 게임보이 등을 판매하기 시작
2000년 11월 /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독립 판매업체들이 카메라부터 인형의 집, 가구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오픈 플랫폼 시작
2002년 11월 7일 / 의류
갭, 노드스트롬, 랄프 로렌 등 400여 의류 브랜드 판매 개시
2003년 9월 22일 / 스포츠 용품
테니스 라켓, 전동 스쿠터, 스포츠 유니폼 등을 판매
2005년 2월 2일 / 아마존 프라임
초기에는 연회비 79달러에 2일 배송 무료 혜택만 가능했음
2006년 3월 14일 / AWS
컴퓨터 역량과 데이터베이스 저장 및 콘텐트 배송을 (주로) 중소기업에 대여하는 사업
2007년 11월 19일 / 킨들 이북 리더
399달러로 책정된 킨들은 5시간 30분 만에 매진
2008년 9월 15일
이륜 및 사륜 오토바이 판매
2009년 7월 22일 / 자포스
10억 달러 미만 주식 매입으로 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자포스 인수
2011년 11월 14일 / 킨들 파이어
10만 편에 달하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2015년 6월 23일 / 아마존 에코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출시
2017년 8월 28일 / 홀푸드
미국 유기농 식료품 업체 홀푸드를 136억 달러에 인수
2018년 1월 / 아마존 고
미국 시애틀에 계산대가 없는 미래형 매장인 아마존 고를 오픈해 일반인에게 공개
-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다른 거대 기술기업과 달리, 아마존에는 거대한 본사 캠퍼스가 없다. 전 세계 57만5000명 임직원 중 시애틀 직원 4만5000여 명은 시애틀 도심의 수많은 고층 빌딩과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에 흩어져 근무한다.
아마존 ‘본사’라고 하면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근무하고 있는 곳을 지칭하며, 지금은 ‘데이원 타워’가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원’이란 이름은 인터넷이 아직 초창기에 있으며, 따라서 아마존도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는 베조스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믿음을 고수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아마존의 매출과 수익, 주가 모두 초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103%, 3년간 270% 급등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 기업가치 1위인 애플과 격차를 줄이며 위협하고 있고, 베조스의 개인 순재산은 1600억 달러에 근접했다. 그는 지구 역사상 최대 부호라는 기록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베조스는 아마존이 시리즈A 자금 모집을 막 완수하고 미래 성장에 들뜬 스타트업 단계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시장 규모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걷어 올린 소매 밑으로 뽀빠이처럼 성난 근육이 보였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한 결과로, 54살 중년 사내의 팔이라고는 볼 수 없어서 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주장하는 성장요인은 엄청난 행운에 가까운 융합적 흐름이다. 아마존의 활동 기반인 리테일 시장이 그의 말대로 ‘수조 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개척한 클라우드 시장도 그 정도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장에서 뛰는 기업이 많다”고 올해 매출액 2100억 달러를 기록한 아마존의 사나이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이슈가 없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두려운 기업가가 됐다고 본다면, 무한 질주를 약속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기업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 것이다. 세간의 말대로, 그는 저돌적이고 장기적인 게임에 능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입증된 것처럼, 그의 최고 강점은 아마존을 끊임없이 변신시키며 관련 산업에서 대대적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는 능력에 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관련 사업이었다고 깨달은 변신도 있었다. 변신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측정 가능하다. 지난 8년간 혁신기업 순위를 발표한 포브스는 최근 경영학 교수 3명과 함께 미국 최고의 혁신기업 리더 순위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 평판, 영향력, 가치 창출, 투자자가 CEO에 부여하는 프리미엄 등 4개 기준에 대한 방법론을 만들어 적용했는데, 그 결과 베조스가 부동의 1위에 올랐다.
헬스케어ㆍ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
“제프 베조스의 과거, 현재, 미래 가능성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껏 본 경영인 중 최고의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지난해 워런 버핏이 인터뷰에서 답했다. 80년간 시장을 관측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인상적인 사업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아주 중요한 두 개 산업을 정복했습니다. 다른 경쟁자의 코앞에서 산업을 장악하고 새롭게 정의해서 엄청난 사업체를 일구어내는 데 성공한 거죠.”
베조스나 버핏이 리테일과 클라우드 산업을 예로 들긴 했지만, 사실 베조스의 무한 질주가 가능한 이유는 이보다 더 많다. 첫째, AWS의 대대적 성공 덕분에 수익성보다 성장 자체에 방점을 두며 몸집을 키운 아마존은 마침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손에 쥐게 됐다. 게다가 베조스는 이 엄청난 돈을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재투자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의 신임을 얻었다.
둘째, 아마존처럼 거대한 기업이 성장하려면 공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테일과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 시장은 다른 모든 산업과 어떻게든 연결되기 때문에 이 두 시장을 장악했다는 건 베조스가 부가가치를 포착한 어떤 시장이든 기존 사업과 연계해 공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베조스는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소비자가전, 광고 등 최소 4개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시장에는 아직 아마존이 얼마나 두려운지 모르는 기업이 많다. 베조스가 언급한 ‘수조 달러’의 잠재력에 이들 4개 산업이 이미 도달했거나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첫 번째 닷컴 시대에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전략과 계획을 공개하는 ‘오픈 기모노’ 정책을 수용하고 유행시킨 반면, 베조스는 은밀한 전략 추진이 기업에 더 좋다고 믿으며 광범위한 집행 예산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숨겨 비용을 집행하거나 새로 우선순위로 떠오른 사업에 일부러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베조스의 대중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워싱턴포스트의 새로운 소유주가 됐음에도) 가뜩이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개 발언과 인터뷰는 더욱 줄어들었다. 베조스는 자신과 워싱턴 포스트를 트위터에서 맹비난하며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에 관해서 논하는 걸 거절했지만,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걸 분명히 안다.
급부상 중인 광고기업을 갖고 있는 그에게 지난해 페이스북의 고초를 보며 교훈을 얻었는지 묻자 그는 간결하고도 정치적이며 생각지도 못한 답을 했다. 기업이라면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가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다. 이후 그는 몇 초간 침묵을 유지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는 걸 확실히 했다. 데이터 기업으로 성장 중인 아마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기업보다 데이터 기반 경영에 충실했던 그는 “아마존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후 기존의 논조로 답을 이어갔다. 그래도 데이터가 하나의 도구 정도는 되지 않겠냐고 제안하자 베조스는 재빨리 표현을 수정했다. “‘많은’ 도구 중 하나죠.”
의중을 파악하긴 쉽지 않았지만, 그가 어떻게 혁신을 이끌고 확장할 사업을 선택하는지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아마존의 미래 로드맵이 떠올랐다. 회사 규모를 고려했을 때, 수직·수평적 확장을 진행 중인 아마존은 움직이는 모든 방향에서 시장을 크게 흔들 것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베조스는 만인에게 만물을 판매하며 모든 도·소매 판매기업의 원수가 되는 것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혁신의 예술가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어떤 산업이든 자기 마음대로 그려나갈 수 있는 최고의 붓을 손에 쥐었다.
무한 질주의 시대를 맞은 아마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예스’다. 기존 기업의 위계질서를 제대로 파악한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위 간부급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고 칩시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면 직속 상사, 그 상사의 상사, 그 상사의 상사의 상사 등을 설득해 승인을 받아야 하죠. 길게 늘어진 결재 단계에서 한 명이라도 ‘노’를 해버리면 아이디어 전체가 사라집니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이 완고한 공룡기업을 손쉽게 박살 낼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벤처투자자 19명이 ‘노’를 해도 20번째 투자자가 ‘예스’를 해주면 파괴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175억 달러 매출 올린 AWS
이에 따라 베조스는 “‘예스’로 향한 길을 다양하게 열어 놓는다”는 원칙에 따라 아마존의 기업구조를 만들어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방향으로 통하는 문’이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개선을 보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혹시라도 현명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라도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체계다.
“실패 없이는 새로운 발명이나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걸 그도 알고 우리도 안다”고 아마존에서 소비자 리테일 운영을 담당하는 베조스의 오랜 부관 제프 윌크가 말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한 발명과 경험을 높이 삽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시도가 곳곳에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제프가 이들 프로젝트를 모두 검토할 필요는 없죠. 저 또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방향을 바꿀 만큼 규모가 큰 아이디어나 부서가 관여하게 되면, 소위 ‘일방향 문’을 통해 꼼꼼한 검토를 받는다. 베조스는 자신이 ‘최고 속도지연 책임자(chief slowdown officer)’ 역할을 하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이렇게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사안에서 그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 찾는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남을 따라 하는 복제 상품이면 곤란하죠.” 두 번째는 규모다. “우리는 아주 거대한 사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복받은 조건이죠. 성공해도 여전히 규모가 작다면 그런 사업에 우리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실리콘밸리에 어울릴 법한 투자수익률이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더라도 자본 대비 수익률이 여전히 높아야 합니다.”
결국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아이디어는 두 모델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한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하나는 지금까지 고객 니즈를 후향적으로 살펴보고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니 이 상품으로 그들을 만족시켜주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향적 방식으로 ‘우리가 이러이러한 가치를 창출할 줄 아니 이제 이를 원하게 될 고객을 찾아보자’다.
거함 아마존의 존재는 결국 두 번째 방식에서 시작됐다. 원래 틈새시장에서 활약했던 베조스는 수공예 오픈마켓 엣시,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와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서점에만 집중하는 손쉬운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적 판매에 능통해진 베조스는 재고 관리와 상품 추천 엔진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구축한 여러 도구를 다른 유사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음악 및 DVD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장난감과 전자로 사업 범위를 넓히다가 나중에는 리테일에서 판매 가능한 모든 상품을 쇼핑몰에 입점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과감하게 아마존 플랫폼을 개방했다. 과거 경쟁업체였던 독립 업체들이 판매자로 아마존 플랫폼에서 상품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혁신적 리테일 사업가’로 자신의 유산을 공고히 한 베조스는 샘 월튼과 애론 몽고메리 워드, 시어스로벅의 줄리우스 로젠 월드를 비롯한 리테일 거장들과 명예의 전당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여기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서구 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은 엄청난 기술적·물류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이었다. 베조스는 그렇게 얻은 기술이 핵심사업에 더해지는 부차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업적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파트타임 개발자를 찾는 내부 수요는 재능을 판매하는 세계 최초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메커니컬 터크’를 태동시켰고, 효율성이 높은 배송 인프라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 서비스로 이어졌으며, 구매 건당 결제 방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아마존 페이’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엄청난 역량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베조스는 다른 기업도 자사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AWS는 2017년에 매출 175억 달러를 기록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아이디어도 결국 새로운 기술 습득으로 이어져 과실을 안겨주는 경우가 있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 킨들은 2007년 당시 아마존이 최초로 시도한 하드웨어 사업이었다. 얼라이드시그널에서 아마존에 합류한 윌크는 이사회에 참여했을 때 킨들 개발에 반대했었다.
그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분명 납품일을 지키지 못할 겁니다. 생산량도 아주 적어서 주문량에 맞추기 힘들어요. 결국 고객에게 실망만 안겨줄 겁니다. 하드웨어 사업은 안 됩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업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형 매장 아마존 고 1월에 오픈
제프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들은 다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정해요. 그래도 하드웨어 개발 역량을 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배워나갈 수 있어요.” 그렇게 아마존은 킨들 개발에 들어갔다. 킨들은 베조스에게 애착이 많은 제품이다. 하드웨어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준 제품이기도 하고, 아마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서적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혁신까진 가진 못했고, 파이어 스마트폰처럼 뒤이어 시도한 하드웨어 프로젝트가 대대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베조스의 결단이 있었기에 시장의 판도를 바꾼 아마존 에코스마트 스피커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하드웨어에서 많은 경험을 얻었어요. 그때만 해도 우리는 하드웨어에서 기술이 전혀 없었죠.” 베조스가 웃으며 말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기술을 배우는 데만 시간을 투자할 게 아닙니다. 그 기술이 꽃피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죠.” 다시 말해, 지금 아마존이 연마하는 기술을 보면 앞으로 아마존이 판매하게 될 상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베조스는 헬스케어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GDP의 18%를 차지하는 헬스케어는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효율성이 가장 낮은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베조스는 워런 버핏, JP모건 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과 함께 직원들을 위해 더 저렴한 비용에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이니셔티브를 공동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명성이 높은 아툴 가완디를 CEO로 고용했다.
확장과 복제가 가능한 모델을 찾아내 규모를 키우고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들 3개 기업을 모두 합하면 직원 수가 총 12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규모는 이미 상당했다. 직원들 부양가족까지 더하면 오리건주와 코네티컷주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의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알다시피 비영리 프로젝트라서 성격이 매우 다르다”고 질문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빠르게 덧붙였다. 수개월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버핏도 같은 답변을 했다. “의료보험 프로젝트를 발표하니 ‘우리도 거기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홍수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가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뭐라도 성과가 있다면 그대로 가져다 쓰시면 됩니다.’라고 말해줬습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뭐라도’라는 표현이다. “신대륙을 찾아 떠난 콜럼버스처럼, 우리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시작했다”고 버핏은 답했다. “저 바다 건너 다른 대륙을 찾기 위해 가봤자 지구라는 마음으로 갈 뿐이죠.”
그러나 항해가 지구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해도 아마존은 미국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얻어 갈 것이 있는 것이다. 버핏, 다이먼과 함께 찾아낸 혁신적 해결책은 “비영리 프로젝트 안에” 머물 거라고 답한 베조스는 “각자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조스는 이미 개별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6월 아마존은 필요한 처방전 약을 매일 배송하는 스타트업 필팩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실행과 개별 맞춤화, 서비스에 대한 높은 신뢰까지, 아마존의 뛰어난 역량이 모두 발휘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렇게 아마존은 헬스케어 시장에 다시 발가락 하나를 걸쳤다.
베조스는 광고 쪽도 배우고 있다. 아마존의 가장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놀라운 수치가 하나 있다. 80억 달러가 넘는 올해 광고수입으로, 지난해 총 광고수입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구글이 우리가 관심을 가진 상품을 알아내고, 페이스북이 우리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성향을 추측한다면, 아마존은 우리가 실제로 구매한 물건, 혹은 구매할 의향을 드러낸 물건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베조스는 자신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지 열정적으로 말하지만, 자신을 타깃으로 한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그동안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 덕분에 선을 넘는 일은 없고, 이에 따라 고객은 일단 아마존을 믿는 쪽을 택할 것이라 말했다.
“(데이터의) 가치가 아주 높기 때문에 이를 얻지 못하는 위험은 감수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덕분에 사업도 확장할 수 있는 거죠.” 베조스가 이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켜낼 수 있다면, 페이스북과 구글이 양분한 광고 시장에 제3의 기업이 들어서는 그림도 손쉽게 그려볼 수 있다.
시애틀 고층건물 숲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아마존이 있는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아마존 직원을 위해 새로 구축한 멋진 생활권을 무시하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데이원 타워 가장 아래층에서 비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식품점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13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홀푸드도 화제성 및 흥미 차원에서 이 식품점을 뛰어넘지 못했다. 바로 올해 1월에 문을 연 ‘아마존 고’다. 1670㎡ 면적에 들어선 이 실험용 매장은 입장부터 구매, 퇴장까지 멈춤 없이 한 번에 이어질 수 있는 오프라인 판매점이다.
아마존 프라임, 오프라인 사업 뒷받침
식품점 아마존 고는 아마존 내에서도 가장 아마존스러운 프로젝트다. 베조스는 항상 비용 절약을 강조했는데, 직원들(과 소수의 시애틀 주민, 관광객들)이 점심을 이곳에서 사 먹으면 아마존은 기술을 갈고닦을 많은 데이터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수많은 사업의 다양한 면모가 하나로 융합됐을 때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홀푸드에서 얻은 지식과 더욱 정교해진 AI, 카메라, 센서 등 아마존의 알고리즘 및 하드웨어 구축 역량이 모두 합해지는 지점에 아마존 고가 있다. 이들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선반에서 어떤 제품을 집어 들고 어떤 제품을 제자리에 놓는지, 제품을 사 간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아마존 페이의 기술을 통해 정보를 넣으면 거래를 중간 단계 없이 한 번에 매끄럽게 처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마존 고 매장에서 초콜릿 우유를 산다고 하면 내가 도둑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 수 있다. 차례를 기다려서 바코드를 스캔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모든 산업에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업구조를 그대로 적용해 범위를 확장한 사업이 헬스케어와 광고라면, 아마존의 각종 기술 조각을 하나로 조립해 수평적으로 어떤 확장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아마존 고다.
아마존 프라임은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조각이다. 본질적으로 하나의 마케팅 도구인 프라임은 코스트코나 비제이스홀세일처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과 유사하게 회원제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2017년 약 100억 달러 기록)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하나의 사업 방식이다.
그러나 성장을 거듭하면서 아마존 프라임은 1억 명 이상의 회원에게 각종 특혜와 혜택을 제공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고, 회원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접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라인을 만들어내는 등 끝없는 성장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프라임을 보면 왜 아마존이 넷플릭스가 장악한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는지, 집중 광고를 퍼부었던 [마블러스 미세스메이슬]을 비롯한 콘텐트 제작에 왜 올해에만 5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인지 알 수 있다.
1년에 한 번, 36시간 동안 회원들에게 파격 세일을 제공하는 ‘프라임데이’의 경우, 3년 만에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바짝 뒤쫓는 열기로 회원들이 쇼핑을 위해 휴가 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1억여 개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프라임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때문에 외부 소매업체들은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고 아마존의 주문처리 서비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이용하고 있다.
프라임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사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한다. 프라임에서 약속한 당일배송 및 픽업 서비스를 위해서 아마존은 오프라인에 교두보와 같은 물류창고를 만들었다. 덕분에 변질되기 쉬워 아마존의 전통적 사업모델과 맞지 않았던 식품사업 등 아마존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수년간 서점들을 줄폐업시켰던 아마존은 현재 11개 주에서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애틀에 아마존 고 2호 매장을 열었다. “특별하고 새로운 점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우리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분명 그런 점이 눈에 띌 겁니다.”
쉽게 말해 프라임은 개별 사업으로 기능하기보다 아마존이 가진 모든 걸 연결하는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아마존은 핵심 리테일 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길을 찾았다. “소비자를 위한 상품과 완전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아마존 두 번째 본사 곧 결정
AI 또한 과거에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제품 라인을 상호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에코는 ‘하드웨어 기업인가, 소프트웨어 기업인가?’라는 아마존의 정체성에 대한 제프 윌크의 존재론적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는 에코는 아마존 리테일 매출을 견인하고 아마존 콘텐트 등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하드웨어다.
“다른 기술과 비교했을 때 기계학습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수평적 확장성”이라고 베조스는 말했다. “기업이나 정부, 혹은 어떤 대상이라도 기계학습이 개선할 수 없는 분야는 없습니다.”
아마존 내부에서 올해 말까지 최종 결정될 거라 거듭 말하고 있는 아마존의 두 번째 본사를 살펴보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제2의 본사는 그 자체로 아마존의 수평적 확장 전망을 보여준다. (포브스는 베조스의 활동 기반이 된 워싱턴 D.C.가 인재와 물류, 유력인사를 만날 수 있는 지역적 이점 등 장점 덕분에 제2 본사가 들어설 동네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교외, 워싱턴D.C.를 최종 후보로 선택하면 베조스는 하나의 대도시권에 속한 3개 지방정부의 경쟁을 유도해 아마존에 가장 유리한 계약 조건을 뽑아낼 수 있다.) 아마존에 지역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개별 팀이 함께 일할 필요가 있을 때는 “두 그룹이 자주 만날 필요 없이 향후 로드맵을 구상하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직구조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모두가 같은 건물, 같은 도시, 심지어는 같은 시간대에 살 필요가 없습니다. 로드맵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죠.”
확실히 해두자면, 이런 로드맵이야말로 일상의 업무를 위임한 베조스가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작업이다. 장기적 사고야말로 아마존 특유의 강점이다. AWS에서 흘러 넘치는 현금 덕분에 베조스는 마진이 거의 없지만 효율성만큼은 천하무적인 거대 리테일 사업을 계속 운영하며 관련성 없어 보이는 분야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 매몰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2~3년 후를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리더십 팀도 같은 자세로 임하고 있죠.”
“분기별 수익 발표가 있고 나면 친구들로부터 ‘잘했어. 이번 분기도 훌륭하군’이란 축하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럼 저는 ‘고맙지만 이번 분기는 3년 전 작품이야’라고 답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일은 2021년 분기를 위한 거죠.”
다른 수십 개 산업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가짐이다. “저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입니다. 여러 명이 아이디어 하나로 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한 시간 안에 100개 아이디어를 적어놓을 수도 있죠.” 베조스가 말했다. “일주일간 브레인스토밍 회의가 한 번도 없으면 ‘여러분, 저 좀 도와줘요’라고 직원들에게 불평 섞인 요청을 합니다.” 미국에 있는 모든 기업에게 고한다. 혁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혁신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아마존의 시대 | 21년 전 소박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던 아마존은 사과부터 비디오까지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거대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21년간 무려 9만8000%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1995년 4월 3일 / 서적
최초 판매 책: 『유동 개념과 창조적 유추: 사고의 근본 메커니즘에 관한 컴퓨터 모델』
1998년 6월 11일 / CD
60개 음악 장르에서 앨범 12만5000여 장 판매
1999년 11월 10일
환경 개선 제품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1 등의 소프트웨어, 게임보이 등을 판매하기 시작
2000년 11월 /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독립 판매업체들이 카메라부터 인형의 집, 가구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오픈 플랫폼 시작
2002년 11월 7일 / 의류
갭, 노드스트롬, 랄프 로렌 등 400여 의류 브랜드 판매 개시
2003년 9월 22일 / 스포츠 용품
테니스 라켓, 전동 스쿠터, 스포츠 유니폼 등을 판매
2005년 2월 2일 / 아마존 프라임
초기에는 연회비 79달러에 2일 배송 무료 혜택만 가능했음
2006년 3월 14일 / AWS
컴퓨터 역량과 데이터베이스 저장 및 콘텐트 배송을 (주로) 중소기업에 대여하는 사업
2007년 11월 19일 / 킨들 이북 리더
399달러로 책정된 킨들은 5시간 30분 만에 매진
2008년 9월 15일
이륜 및 사륜 오토바이 판매
2009년 7월 22일 / 자포스
10억 달러 미만 주식 매입으로 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자포스 인수
2011년 11월 14일 / 킨들 파이어
10만 편에 달하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2015년 6월 23일 / 아마존 에코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출시
2017년 8월 28일 / 홀푸드
미국 유기농 식료품 업체 홀푸드를 136억 달러에 인수
2018년 1월 / 아마존 고
미국 시애틀에 계산대가 없는 미래형 매장인 아마존 고를 오픈해 일반인에게 공개
-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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