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판매 도움된다면 골든글로브급 콘텐츠도 만든다"
입력 2018.11.12 03:06
넷플릭스 육박하는 콘텐츠 투자 - 2022년까지 80억달러 수준
"아직도 프라임 멤버가 아니신가요?"
미국 프리미엄 수퍼마켓 체인인 홀푸드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천장에 드리워진 프라임 멤버 혜택 광고 깃발과 스티커들이다. 홀푸드의 상징인 초록색 매장엔 이제 노란색의 아마존 로고가 가득하다.
아마존에 137억달러에 인수된 지 1년 반이 지난 홀푸드는 아마존 멤버인 프라임 고객(연회비 119달러 고객) 확대를 위한 오프라인 접점으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는 아마존 주문 제품을 픽업할 수 있는 라커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와 전자책 리더 킨들(Kindle) 등 아마존 기기를 판매하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도 설치됐다.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의 성공 방식을 오프라인 홀푸드에 적극 적용했다. 40여 대의 대형 항공기를 보유한 아마존의 배송 인프라로 홀푸드의 신선 식품을 2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아마존 온라인 플랫폼에 홀푸드 PB 상품 브랜드를 론칭, 4개월 만에 1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싼 가격 탓에 홀푸드를 꺼려 했던 고객들을 되찾기 위해 아마존의 데이터 분석과 가격 책정 역량을 활용, 50여 개 상품을 엄선한 후 절반 가격의 파격적인 할인 서비스도 시도했다.
신선 식품을 매장 창고를 거치지 않고 배송 트럭에서 바로 진열대에 배치하는 '오더 투 딜리버리(Order-to-delivery)' 방식은 한때 매장 재고를 지나치게 줄이는 바람에 홀푸드 채소 판매대를 텅 비게 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아마존의 전략은 적중했다. 인수 직전인 0.6%(지난해 2분기)였던 홀푸드의 매출 성장률은 같은 해 4분기에 8%대로 치솟았다.
◇아마존의 변신, 어디까지
아마존은 자체 스트리밍 콘텐츠 개발에도 45억달러를 투자했다. 전문 콘텐츠업체인 HBO와 훌루(Hulu)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2022년까지 업계 1위인 넷플릭스에 육박하는 80억달러 수준으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다. 콘텐츠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프리미엄 멤버를 더 많이 아마존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개별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때, 해당 콘텐츠로 인해 아마존에 신규 가입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콘텐츠가 골든글로브(Golden Globe)상을 받으면 신발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베이조스의 발언이 이를 말해준다.
콘텐츠로 유입된 고객들을 기반으로 타 사업에서 수익을 얻기 때문에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자체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우연이 아니고서야 아마존이 이익을 남길 리 없다"고 할 만큼 매출 대부분을 투자에 썼다. 목적은 핵심 고객인 프라임 멤버의 확대와 충성도 제고를 위해서다.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에코 등 자체 AI 스피커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AI 플랫폼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핵심 고객층을 늘리겠다는 야심이다.
최근 맥킨지 조사 결과,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의 경우 온라인 상품 가격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비싸도 상관없다고 답하는 비율이 일반 소비자보다 높을 만큼, 충성도가 대단하다. 고객의 충성도는 아마존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에코 등 자체 AI 스피커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AI 플랫폼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핵심 고객층을 늘리겠다는 야심이다.
고객이 건전지 같은 특정 상품을 사겠다고 말하면,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는 아마존 PB 제품이나 마케팅 비용을 낸 협력사 브랜드를 가장 먼저 추천한다. 즉 아마존을 통해야만 알렉사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상품 마케팅과 판매가 가능하도록 해, 공격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고 AI 플랫폼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이 저가 제품까지 에코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기기당 10~20%의 판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객층을 급속히 늘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마존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어디일까. 바로 대규모 기업의 비효율성과 복잡한 유통구조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팽배한 공룡 산업이다.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성공을 가능케 하는 무기
아마존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대규모의 데이터 분석력과 이를 통한 맞춤형 마케팅 역량이다. 지난해 쇼핑 관련 1차 검색처로 아마존(34%)은 구글(2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구매상품예측(next product to buy)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디지털 광고 플랫폼으로서 구글과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3년에 걸쳐 아마존은 고도의 컴퓨팅 파워와 AI 역량이 요구되는 유전체 분석 기반 암 진단 스타트업 그레일(Grail)과 의약품 가정 배송 업체 필팩(Pill Pack)을 인수했다. JP모건체이스 및 버크셔 해서웨이와 연합해 3개사 100만명 직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비영리 헬스케어 사업체를 설립했다.
아마존은 향후 약품을 자택으로 배송하고, AI 비서 알렉사를 통해 원격 진료와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개인에게 추천해주고, 유전자 분석 기반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까지 나서는 등 헬스케어 가치 사슬을 혁신적으로 파괴할 조짐이다.
◇아마존 성공을 가능케 하는 무기
아마존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대규모의 데이터 분석력과 이를 통한 맞춤형 마케팅 역량이다. 지난해 쇼핑 관련 1차 검색처로 아마존(34%)은 구글(2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구매상품예측(next product to buy)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디지털 광고 플랫폼으로서 구글과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
구매와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하고 마케팅 메시지를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은 브랜드들에 가장 가치 있는 파트너이자 위협적인 존재다.
아마존은 다른 기술기업 못지않게 매년 4~10건 이상의 기업 인수를 통해 역량을 확보해 왔다. 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사업 차별화를 위해 싱크박스와 두닷컴(Do.com) 등을 인수하는 등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공식적인 조직도가 거의 의미 없다. 수평적인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 사안이 2~3단계 내에 최종 결정권자인 CEO 베이조스에게 도달된다.
베이조스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벤처 캐피털 방식으 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초기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적으로 임원을 전담 배치해 별도의 소규모 독립 사업 조직으로서 육성하고 시장성을 테스트한다.
아마존이 인수한 신발 전문 온라인 유통업체인 자포스의 경우 애자일 조직을 과감하게 운영해 매일 최대 50회나 조직도가 업데이트될 정도다. 이러한 조직 구조가 아마존을 끊임없이 성장하고 혁신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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