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칼럼] 수소전기자동차, 승산은 있는가
“수소전기차는 미래다”, “왜 하필 경제적 타당성도 낮은 수소차인가”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연료차 넥쏘를 놓고 온라인에선 매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당 55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주기 때문에 구입에 적기라는 얘기도 있는가 하면,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는 날선 의견도 맞선다.
수소전기차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이들 또한 아직 활발한 보급은 이르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 미래 언젠간 수소차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셈이다. 미래의 일에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또 찬성하는 입장은 어떤지 들어보면 좋겠다.
◆ 수소전기차가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인가
시작은 일본이었다. 혼다가 2008년 FCX 클래러티(Clarity)를 내놓고 리스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시험 판매를 개시하면서 수소연료자동차가 머잖아 대중화 될 것이라고 기대됐다. 물론 당시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F-CELL 시험 주행차도 있었고, BMW의 하이드로7이라는 수소를 태우며 달리는 차도 있었다. 수소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진척되고 선진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뛰어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 시험 단계를 넘지 못한 가운데 야심차게 일반 공급까지 밀어붙인 혼다의 저력은 더욱 주목받았다.
혼다는 이에 앞서 80년대에 이미 LP가스통과 이를 수소로 바꾸는 개질기를 싣고 다니는 시험 차량을 내놨다. 가스를 수소로, 또 다시 수소를 전기로 바꾼 후 모터를 돌리는 괴작이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심을 받았다. 당시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뿐 아니라 석유고갈의 과장된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석유를 대체 할수만 있다면 무엇이건 내놓을 태세였기 때문이다.
90년대만 해도 100km 이상 달릴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차에 싣는건 상상하지 못했다. 배터리 가격이 너무나 비쌌고 리튬이온 공장 폭발화재 등으로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차를 움직일 수 있을만큼의 전기 에너지 밀도를 갖추는 방안은 오로지 수소밖에 없다고 봤고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생각도 학습됐다. 일본 언론들의 수소전지에 대한 보도가 우리보다 더 긍정적인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 와중에 마침내 2014년 도요타 미라이(미래)가 당시 시장에 있던 수소전기차들에 비해 절반 가량의 가격표를 붙이고 등장했다. 현대차도 이에 영향을 받아 1억5000만원에 달하던 투싼 수소전기차의 가격을 갑자기 절반에 가까운 8500만원대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넥쏘까지 등장하면서 수소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열리는 듯했다.
◆ 수소 충전소는 쉽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미라이가 나온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수소전기차의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소충전소의 부족이다. 전기차량용 충전기 1기에 500만원 가량이면 설치가 가능한데, 수소충전소는 한 곳에만 50억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은 얼마전 도요타, 혼다, JXTG 에너지, 이와타니 은행 등 11개사가 합자해 일본내 수소 스테이션 네트워크 유한 책임 회사 제이하임(JHyM)을 설립했다. 제이하임은 2022년까지 4년간 일본 전역에 총 160개의 수소충전소 보급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 80개 충전소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80개만 짓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정부는 훨씬 화끈한 안을 내놨다. 일반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전국 10기 남짓인데, 국토부는 공교롭게도 일본 제이하임과 똑같이 2022년까지 160기의 충전소를 짓는다고 했고, 환경부도 150개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언뜻 계산해봐도 2조원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다. 올해 수소차의 정부 보조금은 240대에 불과하니 차보다 충전소가 많아질지도 모른다.
310곳 충전소면 전국 운전자들이 수소차 구입을 고려 할 만큼 충분할까. LPG 승용차를 보면 짐작 가능 할 것 같다. LPG 충전소가 전국 2000여곳이나 되는데도 여전히 불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는걸 감안하면 310 곳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그 쉽지 않은 목표를 어렵사리 달성했다 치더라도 충전소까지 왕복 수십킬로를 다녀오는건 비현실적이다. 결국 수소차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수소충전소 근처에 살거나 충전소를 지나는 사람들에만 국한된다.
◆ 수소전기차는 충전속도가 배터리 전기차보다 빠르다?
수소차는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충전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강조하지만 연속 충전의 경우는 그렇지만은 않다. 넥쏘를 비롯한 대부분 신형 수소전기차에 장착되는 700바(1만150psi)의 탱크가 장착돼 있다. 대기압의 700배. 타이어 압력에 비해 300배 넘는 압력이다. 이 정도로 충전하기 위해서는 사전 압축을 해야 하는데 일정 대수 이상을 충전하면 재충전까지 최소한 10~30분은 걸린다. 이 경우 한시간에 충전 할 수 있는 차량 대수는 2-6대 정도. 30분에 한대를 충전해야 한다면 결국 대기시간이 증가된다.
수소전기차는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를 통틀어 동급에서 가장 비싸다. 문제는 이 수소를 채우는 비용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 NEXO의 경우 수소 1kg에 100km 정도를 달리는데, 이 비용이 8000원 정도 든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솔린 차처럼 400km를 달리는데 드는 비용은 3만2000원. 가솔린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비용이 드는 셈이지만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선 10배 가량 비싸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수소전기차를 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수소를 운송하는 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물질을 이용해 개질한 수소를 만들어 쓴다. 일본에서도 주로 천연가스(CNG)를 공급받아 개질을 통해 수소를 뽑아내는 방법을 이용한다. 제철소,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저장하고 파이프로 전달해야 비로소 수소전기차의 경제성을 논할 수 있게 된다.
◆ 수소전기차, 아니라 수소사회 대전환을 기대하는 것
그렇다면 수소전기차는 완전히 무의미할까. 그렇지만은 않다. 사회 전체가 친환경화, 수소화 되는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전부터 우리나라 정부와 단체들도 도심내, 건물내 수소발전소 등을 내세우며 다양한 방법의 수소 도입에 힘쓰고 있다. 전기 자체는 운송하거나 보관 할 수 없는 반면 수소는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친환경 발전은 불확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만큼 버퍼가 필요한데, 이때 수소로 전환해 남는 전기를 보존하고 부족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도심에서 떨어진 발전소에서 도심으로 운송하거나 파이프를 이용해 전달 할 수도 있다.
배터리는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기를 보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모된 화학물질을 환원시켜 다시 화학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장치다. 다시말해 수소는 빈 통의 크기만 키우면 얼마든 담아낼 수 있지만, 배터리는 애초 화학물질 양 만큼을 쓰는 것이니 많은 용량의 전기를 저장 할 길이 없다.
가정에도 굳이 전깃줄을 연결하는 대신 도시가스만 연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해 수소를 발생시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형식도 일본에서는 시험 중이다. 수소로 밥도 짓고, 전기도 켜고. 천장의 솔라패널도 낮시간에 발전을 해서 수소를 차곡차곡 저장한다. 집 전체가 수소만 있으면 운영되는 셈이다.
집과 건물, 나아가 사회 전체가 연료 위주에서 전기위주로 변화되고, 결국 수소연료가 그 근간이 되는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는 어때야 할까. 당연히 수소 그 자체를 주입하는 방향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아직은 먼 미래로 보이고, 미심쩍을 수 있지만 굳이 삐딱한 시각으로만 볼 것은 없다. 자동차 업계는 바로 코앞에 일어날 일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전까지만해도 양산 전기차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갖가지 이유를 들어 비웃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추세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을 떠올려보자.
물론 수소전기차는 수소이기 전에 전기차다. 내부에는 배터리와 유사한 장치인 슈퍼캐퍼시터와 수소발전기가 함께 달려 있다. 수소와 배터리 자동차가 공존하는 경우는 물론 수소와 배터리가 함께 장착되는 하이브리드가 등장해 촘촘한 전력망과 수소의 장거리 주행 편의성을 함께 갖추는 차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모터그래프 김한용기자 hy.kim@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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