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6. 13:35
https://blog.naver.com/kwonyoungsuk/30077621001
세상에 있는 수많은 물체들은 어떻게 정지해 있을 수 있을까? 컴퓨터, 책상, 벽, 천장, 바닥, 나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건물… 이들은 왜 다른 곳으로 움직이거나 무너지지 않고 지금 있는 바로 그곳에 그대로 있을까? 질문이 이상한가? 아마 움직이는 물체가 왜 움직이는가에 대한 얘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반대를 묻고 있다. 물리학은 세상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 이런 질문에도 마땅히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에 의하면 어떤 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계속 멈춰있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들이 서로 정확히 상쇄되어 0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줄다리기에서 양쪽이 똑같은 힘으로 잡아당겼을 때 줄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우리 주위에서 멈춰있는 모든 것에 대해 성립한다.
컴퓨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벽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도, 63빌딩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럴 때 그 물체는 평형상태에 있다고 얘기한다.
(이밖에 돌림힘( 토크)이라는 것이 0이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넘어가자. 많이 알아서 불만인 사람들은 돌림힘까지 포함해서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혹시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있으면 책상에 세워보자. 조금 노력하면 곧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세워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부주의하게 책상을 약간만 쳐도 곧 쓰러지기 때문이다. 집 밖 골목길에서 동전을 세우면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 멀리서 차가 지나가거나 미약한 바람이 부는 등 동전을 흔드는 것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동전에 가해지는 작은 영향들이 있는데 이것을 동전이 이겨내면 흔들림이 줄어들면서 계속 서 있는 것이고 이겨내지 못하면 흔들림이 커지다가 결국 쓰러지고 만다.
여기서 깨달아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 우리가 보기에는 동전이 완전히 정지한 채로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장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외부의 영향으로 동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영향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전체 힘이 0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외부의 영향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이다. 마치 설악산 흔들바위가 흔들흔들 하면서 오랜 세월을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만약 물체가 외부의 영향을 이겨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물론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게 된다. 때로는 무너지거나 깨어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평형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외부의 영향에 따라 진동을 시작할 것이다. 쓰러진 동전처럼. 결국 세상 모든 곳에는 다 진동이 숨어 있다. 시계추의 운동이나 용수철에 매달린 물체의 운동과 같이 단순한 것, 철판의 진동처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세상 모든 것은 각자 알게 모르게 진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용수철 운동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F=-kx, 훅(Hooke)의 법칙, 사인곡선 등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이 용수철을 초중고 내내 지겹도록 붙잡고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용수철의 운동, 즉 진동이 세상 모든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 스스로가 이 숨어 있는 진동을 발견하고 깨닫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지겨움의 하품이 경이의 탄성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진동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이 아직도 미심쩍은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진동은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면 4년 내내 배운다. 대학원에서도 석사, 박사과정 내내 배우고 또 배운다. 역학에서, 전기회로에서, 파동과 빛에서, 양자역학에서, 고체 안에서, 소립자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초끈이론에서까지 언제나 물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기 줄을 잡고 전화기를 흔들면 훌륭한 진자가 된다. 매달린 전화기를 손으로 툭 치면 한 번 왕복할 때 걸리는 시간이 있다. 이것을 주기라고 한다. 주기는 줄이 길면 길어지고 짧으면 짧아진다. 하지만 일단 줄의 길이가 정해지면 주기도 정해진다. 따라서 주기는 그 진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벽을 발로 찰 때 그 벽이 진동하는 주기,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위아래로 진동하는 주기에 이르기까지 각각 진동하는 것은 모두 고유의 주기가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 줄을 팽팽하게 하여 소리를 조절하는 것도 팽팽한 정도에 따라 고유 진동주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시계는 수정의 고유 진동주기가 1/32768초로 정해져 있는 것을 이용한다.
어떤 진자에서 고유 진동주기에 맞추어 외부에서 힘을 가할 경우 진폭을 크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공명 혹은 공진이라 한다. 예를 들어 그네를 밀어주는 것처럼 주기에 맞춰 휴대전화 진자에 힘을 가하면 진폭이 꽤 커진다. (반면에 엇박자로 힘을 가하면 거의 멈춰버리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공명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많이 이용된다. TV 채널을 변경하여 방송을 바꾸는 것도 사실은 TV의 고유 진동주기를 바꾸어서 외부에서 날아오는 특정 방송국 전파의 진동주기와 맞추는 것이다. 또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울림통 재질과 형태에 의해 고유 진동주기가 달라지는데 이것이 줄의 진동주기와 맞아떨어져 공명이 잘 일어나도록 제작된다.
▲공명현상으로 붕괴된것으로 유명한 타코마다리,건설모습과 붕괴장면을 담은 동영상
때로는 공명으로 참혹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1850년 프랑스에서는 478명의 군인들이 쿵쿵 발을 맞추며 앙제 다리를 걸어가다가 공명이 일어나 다리가 무너져 버렸다. 이 사고로 군인 226명이 죽었다. 1985년 멕시코 지진 때는 중간 높이의 건물들이 많이 붕괴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높이의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주기가 지진파의 진동주기와 거의 같아서 공명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1940년 미국의 타코마 다리는 바람이 불자 완공 4개월 만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바람이 강해서가 아니라 바람과 다리가 일종의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실패사례로 두고두고 기억되고 있다.
진동과 원자를 결합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원자들로 이루어진 고체를 생각해 보자. 각 원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질서정연하게 떨어져 있다. 왜냐면 너무 가까워지면 전기력에 의해 서로 밀어내니까. 그래서 예를 들어 원자 하나의 위치가 약간 바뀌면 자신의 평형위치를 중심으로 진동하게 된다. 마치 원자와 원자 사이에 작은 용수철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침대 매트리스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이제 여러분 앞에 있는 벽에 현미경을 대고 배율을 높여 계속 확대하는 상상을 해보라. 확대에 확대를 거듭하면 원자들이 나타나고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용수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연결되어 있다. 벽의 한 부분을 손으로 치면 그 부분에 있던 원자들이 충격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원자에 붙어 있는 용수철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옆에 있는 원자들을 잡아끈다. 이렇게 한 곳의 충격은 용수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전파되고 마치 물결이 일어나듯이 벽이 출렁거린다.
이렇게 진자들이 많이 연결되어 생성되는 출렁거림을 파동이라고 부른다. 모든 파동은 본질적으로 이렇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용수철 진자에서 어느 한 곳을 흔들면 그것이 용수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용수철이 진짜 우리가 눈으로 보는 용수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진자들을 그 파동의 매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파동이 퍼져나가려면 반드시 매질이 있어야만 한다. (빛을 떠올리며 반박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음 글까지 기다리자.) 한편 원자들의 진동은 벽 근처에 있는 공기분자를 흔들고 이는 다시 옆에 있는 공기분자로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공기 중에서 파동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음파이다. 물론 이 음파는 우리 귀 근처의 공기분자까지 전달되어 결국 우리 귀를 자극한다. 이것이 우리가 벽을 쳤을 때 ‘퍽’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과학적 이유이다.
이처럼 진동은 서있는 물체부터 파동에 이르기까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언제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필자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가 가상세계를 녹색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꿰뚫어보듯이 만약 현실세계에도 네오와 같은 초능력자가 있다면 그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볼까.
흘러내리는 녹색의 글자대신 수많은 원자들이 용수철에 연결되어 떨리고 있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이곳저곳을 툭툭 건드리면 원자들이 크게 출렁거리며 파동을 퍼뜨린다. 이 파동들이 만나면 중첩되어 복잡한 형태의 파동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또한 음파를 만들고 때로는 전파를 만든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주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물리법칙에 다 들어 있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우리 세계의 네오는 아마도 물리학자일 것이다.
글 김 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氣가 세상을 움직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옹의 힘 (0) | 2018.12.01 |
---|---|
인체에너지장의 과학 - ① 오라로 병을 진단한다 (0) | 2018.11.05 |
놀라운 러시아 피라미드 연구 (0) | 2018.10.12 |
[장풍의 허와 실] ‘장풍 도사’ 오묘한 기운,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니… (0) | 2018.09.11 |
액정 구조로서의 경락체계 (0) | 2018.06.30 |
문자(文字)속에 숨겨진 비밀의학(醫學) (0) | 2018.06.26 |
인체에너지장의 과학 - ① 오라로 병을 진단한다 (0) | 2018.06.26 |
파동전사요법으로 회춘을 부른다 (0) | 2018.06.26 |
pip 인체 에너지장 (0) | 2018.06.19 |
파동을 알아야 (0) | 2018.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