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용병시대]①악명 높은 용병기업 '블랙워터', 아프간으로 돌아오나

최종수정 2017.08.11 11:40 기사입력 2017.08.11 11:40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로 아카데미사의 전신이라 알려진 블랙워터 용병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PMC)으로 흔히 용병회사라 불리는 '아카데미(ACADEMI)'사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역할을 대체하겠고 나섰다. 전통적으로 용병들의 격전지로 알려진 아프간에서 악명높은 아카데미 용병들이 돌아올 경우 얼마나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에릭 프린스(Erik Prince) 아카데미사 대표는 미국 정부에 자사가 아프가니스탄 정규군을 교육, 아프간 반군세력인 탈레반과 싸울 수 있도록 전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2년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미국은 최소 5000명의 병력과 100여대의 항공기, 연간 100억달러(한화 약 11조38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나왔다.  

예전 블랙워터사의 로고(사진=위키피디아)

프린스 대표는 아프간 정부에도 용병계약을 제안한 상태다. 자사 공군력을 이용해 항공 촬영정보를 제공하고 교전 시엔 화력을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아프간 내 미국 정규군 역할을 모두 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물론 아프간 정부 입장에서도 프린스 대표의 제안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군은 17년째 아프간에서 주둔 중이며 올해 450억달러에 이어 내년에도 50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상황에 처한, 경제상황이 좋지않은 미국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제안인 셈이다. 아프간 정부 역시 전체 영토의 40% 가까운 곳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탈레반 반군 축출이 빨리 이뤄지길 원하고 있는 만큼 프린스의 제안은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릭 프린스 대표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원래 프린스 대표는 지난 2001년, 아프간에서 아카데미사의 전신격인 '블랙워터(Blackwater)'라는 용병회사를 이끌며 사설경호, 용병, 군사훈련 사업 등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경호사업을 시작했던 블랙워터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 발발로 수요가 늘어나자 용병 수를 늘리고 항공전력도 보유하는 등 각종 전투에 특화된 용병부대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경호이력에서는 블랙워터의 경호인물은 한명도 죽지 않았다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명성과 함께 파견 현지에서는 악명도 엄청 높은 용병대 중 하나다. 자넌 2007년 9월에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호송 중인 요원 보호를 명분으로 교통체증으로 멈춰선 차량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실시해 민간인 14명을 살해했다. 이때 죽은 사람들 중에는 어린이는 물론 이라크 경찰도 포함돼있었다.  

블랙워터사 보유 전력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블랙워터 용병대가 2년간 이라크에 주둔하며 거의 200건에 달하는 총격사건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이들의 악명은 미국 내에서도 잘 알려졌고,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미국정부가 결국 블랙워터의 이라크 내 활동을 중지시켰고, 한동안 프린스 대표도 블랙워터 사업에서 손을 땠다. 블랙워터는 기업명을 '지(Xe)'로 바꿨다가 다시 오늘날 아카데미로 바꿨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프린스 대표는 미국 정부 내 아프간 전략자문으로 올라섰고 이에따라 그의 입지도 강화되면서 아프간에 블랙워터가 재림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제안서를 미국 정부에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의 제안에 허점이 많다고 비판을 했고 국내 여론 등을 고려했을 때도 용병기업에 아프간전을 완전히 맡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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