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동북대학 금속재료연구소의 연구그룹은 게이오대학 및 산업기술총합연구소 나노일렉트로닉스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자석을 나노미터 두께로 적층하는 방법을 통해 자석 안의 자기모멘트[주1] 파동(스핀파)[주2]을 생성하여, 이 스핀파를 이용하여 종래의 10분의 1 이하의 작은 자장에서도 자화스위칭을 실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를 견인하는 전자정보기기의 근간을 이루는 기억소자의 저소비전력화를 진행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저소비전력화와 동시에 전자기기의 소형화, 대용량화, 고속화가 요망되고 있으며, 자석(자성체)을 이용한 고성능 자기기억 소자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자성체를 이용하는 최대의 장점은 저장 정보가 비휘발성이라는 점이다. 하드디스크(HDD)나 자기메모리(MRAM) 또는 스핀랜덤억세스메모리(STT-RAM) 등의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자석의 방향에 따라 정보를 기억하기 때문에 전력을 차단하더라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보 유지를 위해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기반의 기억소자와 비교하여 대기 중의 소비전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 반면, 자기기억 소자는 기록헤드에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크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령 현재 사용되고 있는 HDD의 경우, 기록헤드를 구성하는 자석에 자장을 인가하여, 자화의 방향을 스위칭시키는 방법에 의해 정보를 저장한다. HDD의 기록헤드를 고밀도화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기록하는 자석 하나하나를 나노미터 영역까지 작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노미터 사이즈의 자석에서는 열에너지에 의해 자화가 불안정해져 기록한 정보의 유지가 곤란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자화의 변동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열에너지에 이길 수 있는 자화를 한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한 자기이방성 에너지를 크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큰 자기이방성 에너지를 가지는 자석은 기록정보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자화를 스위칭하는 데 필요한 자장을 크게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보 저장시 소비전력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자기기억 소자의 대용량화, 고밀도화, 저소비전력화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자기이방성 에너지를 가지는 자석을 정보저장 시에만 작은 외부자장으로 자화스위칭시키는 기술이 필요한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위칭 자장이 서로 다른 철백금 (FePt) 규칙합금과 퍼멀로이 (Ni-Fe) 합금을 나노미터 두께로 적층한 박막을 제작하여, 그 박막 중에 여기된 자기모멘트의 운동을 이용하여 스위칭 자장을 줄이는 기술을 고안하였다. FePt 규칙합금은 희토류 영구자석 재료에 필적하는 큰 자기이방성 에너지를 가지는 합금이며, 큰 스위칭 자장을 나타내는 하드 자성재료이다. 현재 차세대 초고밀도 자기기록매체의 후보재료로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퍼멀로이 합금은 작은 스위칭 자장을 나타내는 소프트 자성자료이다. 이들 두 종류의 자성재료를 적층화한 박막에 외부자장을 인가하면, 퍼멀로이 층에서 천천히 스위칭이 시작된다. FePt 층은 스위칭 자장이 크기 때문에 스위칭이 일어나지 않고 박막 내에 자기모멘트가 공간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출현한다. 이 상태에서 박막에 고주파 자장을 인가하여 자기모멘트의 운동을 조사한 결과, 자기공명 현상이 관측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해당 주파수에서 자기모멘트의 운동이 고주파 자장과 공명하여 크게 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계산 시뮬레이션에서도 잘 재현되었으며, 그 상세한 운동을 조사한 결과, 자기모멘트의 회전운동이 공간적으로 위상의 차이를 가지고 전달되는 스핀파가 여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핀파는 주로 퍼멀로이층 내에 생성된다. 박막에 고주파 자장을 인가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이 스핀파를 퍼멀로이 층 내에 강제 여기하면 퍼멀로이 층과 FePt층 계면을 통해 FePt층의 자기모멘트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파수가 서로 다른 고주파 자장을 인가하였을 때의 FePt층의 스위칭 자장을 조사한 결과, 10GHz의 고주파 자장을 인가함으로써 스위칭 자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주파수는 퍼멀로이 층 내에 여기된 스핀파의 주파수와 일치하고 있으며, 퍼멀로이 층 내의 스핀파를 강제 여기함으로써 FePt층 내의 스위칭 자장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다양한 조건에서 FePt층의 스위칭 자장을 평가한 결과, 스핀파의 여기에 의해 스위칭 자장을 약 10분의 1까지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이것은 정보의 저장 시 필요한 자장을 한 오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스핀파를 이용한 자화스위칭과 유사한 수법으로서, 마이크로파 어시스트 자화반전(Microwave-Assisted Magnetization Reversal, MAMR)법이 있다. MAMR에서는 이번 연구와 마찬가지로 고주파 자장을 인가하기는 하지만, 하드 자성재료의 자기모멘트의 균일한 세차운동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자기이방성 에너지가 높은 하드 자성재료에서는 균일한 세차운동을 여기하는데 필요한 주파수가 높아 실용화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스핀파는 소프트 자성재료에 여기되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주파수가 하드 자성재료의 특성에 의존하지 않으며, 여기주파수를 GHz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스위칭 자장의 저감율을 비교한 결과, 스핀파를 이용함으로써 효율을 약 2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료나 막 두께를 최적화함으로써 실용 소자에서 요구되는 박막구조에서 스위칭 자장을 크게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이번에 실증한 스핀파를 이용한 자화스위칭은 HDD의 기록 기술로서 응용 가능한 방법이다. 또한 차세대 자기기록 매체의 유력한 후보인 패턴드미디어에 있어서도 이번에 개발된 방법이 효과적이며, HDD의 성능 향상에도 크게 공헌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MRAM이나 Spin-MRAM 등의 스핀트로닉스 소자의 저소비전력화 기술로서도 이용할 수 있어, 자기기억 소자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응용전개가 기대된다.
그림 1은 HDD의 기록헤드를 나타내는 모식도이다. 자석 하나하나가 기록헤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석의 방향으로 정보 1과 0을 기록하고 있다. 구성하는 자석을 (a)에서 (b)와 같이 작게 함으로써 기록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주1] 자기모멘트: 자석의 강함을 나타내는 벡터양이다. 단위체적당 자기모멘트를 자화라고 한다. 자석은 많은 자기모멘트에 의해 구성된다.
[주2] 스핀파: 자기모멘트의 집단적인 운동이다. 자성체 내부에 있는 자기모멘트는 각각 세차운동을 하고 있으나, 그 세차운동의 회전이 공간적으로 차이를 발생시킴에 따라 운동이 파동과 같이 전달된다.
키워드 : 스핀트로닉스,기억소자,자성체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www.aist.go.jp/aist_j/press_release/pr2013/pr20130417/pr201304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