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선박’ 뱃고동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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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4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무인우주선 ‘팔콘9’을 성공적으로 우주로 날려보냈다. 같은 날 발사체를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바지선에 수직 착륙시키는 실험은 안타깝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벌써 세 번째다.

이번 발사체 재활용 실험에서 주목을 덜 받은 대상이 있다. ‘드론 선박’이다.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화물용 무인우주선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발사체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발사체를 재활용해 운영 비용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는 대서양에 착륙 전용 바지선을 띄우는 경로를 선택했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 회수를 목적으로 개발한 드론 선박.(사진 출처 : 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발사체 회수를 목적으로 개발한 드론 선박.(사진 : 스페이스X)

발사체를 회수하는 스페이스X의 바지선엔 사람이 타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그래서 드론 선박이라 부른다. 정식 명칭은 ‘자율주행 우주기지 드론 선박'(autonomous spaceport drone ship)이다. 선원 없는 선박, 이른바 무인선이다. 이 드론 선박은 무인우주선의 빛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무인 드론 선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4년 11월이다. 길이 91m, 폭 51m, 높이 6m의 거대한 몸집에는 우주에서 하강한 발사체가 정확한 지점에 착륙할 수 있도록 착륙 플랫폼에 X선이 그어져있다. 수십 톤에 달하는 발사체의 강력한 역추진 동력에도 끄떡하지 않고 수평을 유지한다. 웬만한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발사체를 세운 채로 목적지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도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 무인선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무인선은 미국 남부캘리포니아 찰스턴 남동쪽 266km 지점까지 인간 선원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자율운항했다. 물론 보조 선박이 안전 거리를 유지하며 선박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뉴스>는 관련 산업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주변에 위치한 또다른 선박에 의해 원격 또는 자율주행으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페이스X의 무인 드론 선박은 폭풍이 부는 날씨에도 3m 오차만 허용할 정도로 정밀한 위치 제어 시스템이 탐재돼있다. 아울러 디젤 엔진으로 작동하는 전방위 추진기(아지무스 트러스터)가 강력한 조류에도 현재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 같은 복합적인 기술력이 응축돼 로켓 발사체의 안전한 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활용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드론 선박과 발사체 간의 물리적 도킹이 완벽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그만큼 드론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잠수함·기뢰 탐지 등 군사 목적 도입 속속

무인선의 존재가 한창 가까워졌다. 무인자동차나 비행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 받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용도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사실 무인선의 상용화는 그리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도 꾸준하게 연구돼 온 분야다. 무인자동차 등에 비해 기술적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다만, 자동차처럼 정밀한 지도(해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다른 어려움이 있다. 그만큼 해저 지형을 탐지하는 소나 기술이나 정교한 항법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선박과의 충돌회피, 상황 인식 등 소프트웨어적 알고리즘도 깊숙하게 개입된다.

무인선은 특히 군사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적국의 잠수함 탐지나 기뢰 제거 등 고위험 해상 작전 수행이 무인선으로 대체되는 흐름이다.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드론 선박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지난 3월초 미 국방고등기술연구원(DARPA)은 올해 안으로 무인 대잠수함전에 투입될 순시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6주간의 시험 운행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동안 한 차례도 가라앉지 않았다. 적군의 선박이 무인선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했을 때, 해상에서 대처하는 기술을 테스트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일련의 시험이 완료되면 비용 효율적인 대잠수함 감시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셈이다.

전통적인 조선 강국인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유럽 국가들도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무인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3일 <인가젯>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가 기뢰 탐지를 위한 완전 무인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물 운송 선박도 무인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장 야심찬 비전을 제시한 기업은 롤스로이스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2014년 2월 무인 화물선 콘셉트 이미지를 발표하고 “10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의 구상이 실현되면 로봇 화물선이 일반화하는 경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화물선을 운항하는 선원들에 대한 인력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시 롤스로이스 쪽은 “운항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무르익은 시점”이라며 “악천후 상황에서 인간의 시력보다 훨씬 탁월한 카메라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선장과 선원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원격 제어로 화물선을 무인으로 운항하는 것에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체 화물선 운영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선원 인건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무인선박 기술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국도 3톤 무인선 시험 운항 중

국내도 정부 주도로 무인선 개발이 한창이다. 선진국에 비하면 뒤늦게 뛰어든 격이지만 조선 기술과 IT 기술의 기반이 탄탄해 충분히 뒤쫓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김선영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무인선은 자동차나 비행기에 비해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2005년 개발을 시작해 10년 정도 됐지만 선진국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양교통안전기술은 3톤급 무인선을 시험 운항하고 있으며 2~3년 뒤 시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기업은 무인선 연구 개발에 미적거리는 모양새다. 시장 규모가 작아 당장 뛰어들 필요성이 크지 않아서라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중소 선박 업체가 진입하기엔 자본력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결국 국내에선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때문에 해양조사나 해상감시용 공공 목적 선박 위주로 무인선 연구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무인선은 선박 제조 기술과 IT 기술이 접목되는 영역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 제작 기술과도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집약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사업가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 분야이기도 하다.

아직 완전체의 무인선박 제조 기술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롤스로이스의 10년 뒤 비전도 원격 제어로 작동하는 무인 선박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무인자동차, 무인우주선 등 운송 기기를 무인화하는 데 사실상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가 무인선박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조선 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뒤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시속 1300km의 고속철도 ‘하이퍼루프’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일론 머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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