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죽기 전에 맛봐야 할 빵' 비법 다 공개한 이유… 스스로 혁신하고 더 좋은 빵 만들기 위해

  •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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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2.04 03:00

    美 '타르틴 베이커리'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의 4가지 성공 비결

    "빵에는 만든 사람의 손길이 담긴 것은 물론 저마다 다른 표정이 있다. 자연 발효 특유의 단맛과 적당한 신맛이 감도는 빵의 속살이 풍부하게 부풀어 오르는 동안, 기포 많고 단단한 껍질은 쫀득쫀득해지며 짙은 갈색으로 구워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지구를 지나다보면 길 한 모퉁이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선 빵집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가 눈에 들어온다. 타르틴은 오픈 샌드위치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 7시 30분에도 달달한 페이스트리 빵을 맛보려는 인파로 북적이지만,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은 오후 5시 전후다. 매일 이맘때 240개씩만 '반짝' 구워 나오는 대표 메뉴 '타르틴 브레드(개당 8.5달러)'를 사들고 집에 가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오븐에서 갓 나온 투박한 갈색의 천연 발효종 빵은 중세 시대 유럽의 방랑자가 베개로 사용했을 법한 크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빵을 차지한 사람들은 누런 종이봉투에 담긴 따뜻한 빵을 품에 꼭 안고 가게를 나선다. 단맛 대신 시큼한 풍미가 코를 자극하고, 거칠게 갈라진 겉껍질은 꼭꼭 씹어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골빵이다.

    타르틴 베이커리
    채드 로버트슨 타르틴 베이커리 창업자는 “타르틴 레시피를 보고 시도했다며 유튜브에 자신이 만든 빵을 선보이거나 개인적으로 질문해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영감을 얻고, 더 많은 사람에게 지금과 다른 새로운 타르틴 레시피를 알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실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타르틴 베이커리
    15년 전인 2002년 미션 지구 건물 모퉁이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115㎡ 남짓한 이 빵집의 역사는 짧지만 화려하다. 외식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갓 서베이의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베이커리', 뉴욕타임스 선정 '세계 최고의 빵', 허핑턴포스트의 '죽기 전에 맛봐야 할 미국 25대 음식'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에는 미국 요리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어워드를 받았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가게는 샌프란시스코의 성지로 불린다. '요리를 욕망하다'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우연히 참석한 디너파티에서 맛본 타르틴 브레드의 맛을 잊지 못해 수소문 끝에 로버트슨을 찾아와 빵 굽는 법을 직접 배웠다"고 했다. 간판도 없이 시작한 작은 동네 빵집이 광고 한 번 없이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명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방한한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Robertson·45)과의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았다.

    성공 레슨 1


    레시피 아낌없이 공개해 혁신 채찍질

    '맛집의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고 하지만 타르틴은 정반대다. 로버트슨은 2010년과 2013년 '타르틴 브레드' '타르틴 북 No.3' 등 묵직한 레시피북을 냈다. 일반인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발효종(효모+유산균) 만드는 방법부터 빵 굽는 방법, 응용 요리법까지 상세하게 담은 안내서다. 동영상 강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레시피도 수없이 많다. 그 때문에 타르틴의 대표 메뉴인 천연 발효종 시골빵은 미국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빵이 됐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5년 전만 해도 타르틴의 시골빵은 이 가게만의 명물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시애틀·시카고·뉴욕 등 곳곳에서 마치 타르틴의 형제 같은 빵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슨은 "레시피를 공유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장점이 비법을 뺏길 때의 단점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사람들이 레시피를 소화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더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상 사람들이 예전 내 아이디어를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또 한 번 도약하려 노력하게 된다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한자리에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 채찍 장치를 고안한 셈이다. 로버트슨은 웃으며 "지금도 또 다른 레시피북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타르틴 베이커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 있는 타르틴 베이커리 본점 앞에서는 거리 한 블록을 쭉 둘러 줄 선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타르틴 베이커리
    성공 레슨 2

    발상 전환해 갓 구운 빵 제공

    타르틴에서 판매하는 빵은 늘 따뜻하다. 발효 시간이 넉넉하게 필요한 타르틴 브레드를 뺀 나머지 빵 종류는 한 시간 간격으로 영업시간 동안 쉼 없이 구워 낸다. 요즘이야 이런 모습이 일반적이지만 십여 년 전에는 달랐다. 그가 타르틴을 창업했던 2000년대 초 미국 제빵사의 근무 시간은 빵집이 문을 닫은 밤부터 문을 여는 새벽 여섯시까지였다. 로버트슨은 관행을 깼다. 타르틴 제빵사 근무 시간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로 바꿨다. 최고의 맛을 위해서였다.

    "나는 늘 오븐에서 갓 나온 빵 맛이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기존 방식대로 해서는 아침에 온 손님을 빼면 모두가 식은 빵을 먹어야 했다. 그래서 아예 정반대로, 식빵인 발효빵을 저녁 시간에 맞춰 내고, 그와 다른 빵을 매시간 따뜻하게 구워냈다. 주문하면 방금 조리해 따뜻한 음식이 나오는 레스토랑처럼 운영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손님이 가게에 걸어 들어와 차갑고 눅눅한 크루아상을 입에 넣는 것과 오븐에서 막 나와 온기가 남아있는 크루아상을 '바삭' 소리를 내며 깨무는 것.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맛이다."

    성공 레슨 3

    전 세계 스타 셰프와 아이디어 교환

    로버트슨은 자신의 가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타르틴 빵을 식전용으로 공급하고, 덴마크, 뉴욕,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마음 맞는 셰프들과 만나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퓨전 중식으로 유명한 스타 셰프 대니 보윈과 함께 마파두부 피자를 만들었고, 덴마크의 유명 셰프 크리스티안 풀리시가 파견 보낸 셰프에게는 자신의 제빵 기술을 가르쳐 돌려보냈다. 푸드트럭 '고기'로 유명한 한국계 셰프 로이 최와 함께 건강식 햄버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찾지 못한 미식가들에게 자연스럽게 타르틴의 맛을 선보일 기회를 쉼 없이 잡은 셈이다. 로버트슨은 "결과를 놓고 보면 분명 비즈니스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지만,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과 함께 작업하며 서로 배우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했다.

    성공 레슨 4

    '품질 관리' 할 만한 팀 생겨야 점포 확장


    타르틴 베이커리
    타르틴 베이커리의 인기 메뉴인 보스토크(사진 위)와 뺑오쇼콜라(아래).
    타르틴은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빵집으로 소문난 뒤에도 쉽게 점포를 늘리지 않았다. 2016년 8월 본점에서 1.2㎞ 떨어진 곳에 낸 '타르틴 매뉴팩토리'가 창업 14년 만에 탄생한 공식 2호점이다. 확실한 품질 관리를 위해 매장을 믿고 맡길 만한 팀을 길러낼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현재 이 두 매장을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800~1500명에 이른다. 로버트슨은 "2호점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도 3, 4년 동안 일하며 실력과 신뢰를 쌓은 끝에 기회를 얻었다"며 "쉽게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고민하는 장인 정신을 갖춘 팀을 꾸려야 어느 점포나 같은 품질이 유지되기에 사람이 준비됐을 때 매장도 늘려 나간다"고 했다. 올해에는 로스엔젤레스에 새 점포를 낼 예정이다.

    로버트슨에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공의 비결이 어디에 있었던 것 같나"고 물었다. 그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우리는 절대로 '최고의 빵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성장은 끝이다. 대신 우리는 '좋은 빵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3/2017020301639.html#csidx10d047ddd7c88d58e9eefc754d2e6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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