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박근혜·김기춘의 ‘유신 좀비영화’ / 박민희
등록 :2016-12-07 18:44수정 :2016-12-07 20:50
문화스포츠 에디터 미국 정치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 사임을 둘러싼 이야기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이나 <닉슨>(1995)처럼 묵직한 정치 영화로 만들어졌다. 박근혜 시대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에서 다뤄지겠지만 장르가 다르다. 가장 어울리는 것은 시간여행 판타지 좀비영화일 것이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읽다가 든 생각이다.김영한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상세히 정리한 이 업무일지를 읽다 보면 섬뜩한 공포와 한숨이 밀려온다. 長(장) 표시와 함께 수없이 등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領(령)이란 표시로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노예나 죄수, 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증오와 협박의 언어들이다. 유신시대 대공수사나 공안수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듯, 그들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적, 좌파로 규정하고, ‘응징’ ‘처단’ ‘본때를 보이는’ 술책들을 지시하는 데 골몰했다. 유신시대 망령들이 좀비처럼 되살아나 청와대를 차지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유신시대로 끌고 가기 위해 분주했다.만만회(이재만·박지만·정윤회) 비선실세설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되자, 2014년 7월15일 박근혜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발본색원, 정무, 홍보수석실 조직적, 유기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한다. 박근혜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그림에 대해 8월7일 김기춘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ex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 구성토록” 지시했다.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경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비판세력을 감시한 증거다.“박지원 항소심 대책 수립,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 검토” “세월호 특별법 검토의견 제시, 어버이연합 시위-국회 고발” 등 청와대가 보수단체들을 홍위병처럼 지휘하며, 비판자나 세월호 진상을 밝히려는 이들을 고발하거나 공격하게 한 증거들도 비망록 곳곳에 등장한다. “독버섯처럼 자란(DJ, 노무현 정부) 인사, 공직, 민간, 언론 불문, KBS 이사, 좌파 이사, 성향 확인 要, 주요부서 실국장 동향 파악, 충성심 확인”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좌익, 운동권 성적 분방, 방종” 등 김기춘의 용어에는 근거 없는 이념적 편견과 증오, 통제욕이 넘쳐흐른다.그들은 국민의 삶이나 경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럴 능력도 없었다. 김 전 수석 비망록에 등장하는 약 8개월의 수석회의에서 박근혜의 경제·민생 관련 행적이란 “규제 개혁 강조, 휴가 많이 가라” “(대통령) 경제 회생, 서민경제 부양 등에 안타깝고 조급한 심경 피력, 시간 없다. ex 푸드트럭, 어떻게든 해내겠다고, 규제 혁파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등 하나 마나 한 얘기들뿐이다.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화할 능력도, 더 나은 경제나 삶을 구상할 능력도 퇴화하고, 유신시대 사고와 권력욕만 비대한 괴물이 청와대와 나라를 장악하고, 국민들을 괴롭혀왔다. 세월호 304명이 차디찬 바다에서 고통스럽게 목숨을 잃어가던 그때 박근혜가 육영수를 모방한 올림머리를 하느라 90여분을 허비하고,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괴롭혀온 것은 한없이 무능하고, 반성능력조차 상실한 사이코패스 괴물의 상징이다.새로운 삶의 꿈을 품은 시민혁명의 힘을 모아 9일 시대착오적 걸림돌을 치우고 우리 다시 시작하자. minggu@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73707.html?_fr=mt5#csidxa541727e2858705867728d3df45b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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