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 50년] 미래학자 4인에게 듣는다 미래학,미래뉴스

2016.03.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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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치 50년] 미래학자 4인에게 듣는다


  • 신헌철,안두원,박승철,김성훈,우제윤,김명환,정석환,안병준,김강래,추동훈,유준호,노승환,박의명,김연주 기자
  • 입력 : 2016.03.21 04:01:07



수십 년 후의 정치가 어떤 형태로 변해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혁명의 시대를 넘어 20세기 들어 인류는 이른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치열한 체제 경쟁을 거쳤다. 구 소련 붕괴 이후 민주주의가 세계 정치의 지배적 제도가 됐지만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 역시 스스로 수많은 문제를 배태하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들은 정치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매일경제는 창간 5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대표적인 미래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들은 정치학 전공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파괴적 시각'으로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주권 국가를 넘어 스스로 지구의 시민이라 믿고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베스트셀러 '2018 인구절벽이 온다'의 저자인 해리 덴트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견제하며 오랜 시간 잘 작동해왔지만 최근 질서가 파괴됐다"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정치사회적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獨 미래연구소 설립자) "창조적 싱크탱크 정당이 대안"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유럽을 대표하는 미래학자다. '위대한 미래' '메가트렌드 2045'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199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미래연구소'를 설립해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코스모크라트(Cosmocrat)'라고 명명한 신흥 정치계급이 미래 정치를 주도하며 새로운 정당은 싱크탱크와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구조가 존속할 것인가.

▷국가가 위기상황에 직면하거나 경제가 허약할 때 대의민주제는 '과잉 대표(over representative)'로 변질된다. 일부 '비민주적 민주국가(non-democratic democracies)'에서 볼 수 있듯이 강한 지도자를 뽑는 경향이 있다. 강한 지도자는 대의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들 염려가 있다.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일상에서 국민 스스로 권한이 있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위로부터의 해결은 불가능하며 여러 계층의 참여가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이념과 극단주의에 입각해 행동하지 않는다. 미래 정부는 우선 시민사회, 비정부기구와 협력을 늘릴 것이다. 권력은 차츰 정부간 조직(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에 이양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해질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민주주의는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등에서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즉흥적이 아니라 사색적(reflective)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기분에 따라 투표하고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정치가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거대 정당 시스템은 유지될 것으로 보나.

▷자유와 정의, 성장과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20세기 관념을 초월하는 체계적 해답이 필요하다. 이제 세계적 담론, 지식 창조를 이끌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 미래 정당은 싱크탱크의 성격을 띤 '창조적 정당(Parties of Creativity)'이어야 한다. 신흥 정치 계층이 부상하고 있다. 나는 이들을 '창조 계급(Creative Class)' 혹은 '코스모크라트'라고 부른다. 코스모크라트는 모든 국가에서 변혁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주권 국가를 넘어 삶을 영위하며 자신을 지구의 시민이라 여긴다. 이들에게 제일 큰 이슈는 환경, 디지털 기술, 새로운 세계 문화다.

해리 덴트 ('2018 인구절벽이 온다' 저자) "제2의 민주주의혁명 준비할때"
 
해리 덴트(Harry Dent)는 경제예측기관인 덴트연구소 창업자이자 현재 HS덴트재단 이사장이다. 인구구조와 소비 흐름에 기반을 두고 미래 투자 전략을 짜는 데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부의 패턴'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등을 저술했다. 그는 경제적 위기가 결국 정치적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 시스템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견제하면서 오랜 시간 잘 작동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질서가 파괴됐다. 위에서 명령만 내리는 관료주의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이 망가진 질서를 회복시키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경제적 실패는 결국 정치적 혁명을 가져올 것이며 20년 안에 폭발하리라 본다. 이 혁명은 사적 이익만 추구해온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에게 빼앗겼던 민주주의 권리를 미래의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다.

―미래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정치나 경제나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경쟁'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나 독점은 사회 발전에 부정적이다. 인터넷은 시민들이 보다 직접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이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치제도도 하향식 구조가 아닌 상향식 구조로 변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는 '제 2의 민주주의 혁명'을 의미한다. 세계는 250년 주기로 혁명을 맞이했다. 18세기 미국과 프랑스 혁명이 있었고 16세기엔 종교개혁이 있었다. 이제 또 다른 혁명이 우리 눈앞에 와 있다.

―정치적 혁명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까.

▷정보기술의 발달로 매일매일 모든 사람의 손에 최신 정보가 주어지고 있다.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지지 않고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내려지게 된다.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고 소수의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류는 점점 사람들을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민들은 반란을 일으키겠지만 혁명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선진국에서는 중산층이 다시 부흥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로운 중산층이 도래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몇 년 안에 목도할 것으로 본다. 혁명은 항상 상층부와 하층부의 크기를 뒤바꿔 왔다. 새로운 기술이 '반란'을 앞당길 것이다.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글로벌 전문가조직이 국가 대체"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로 다빈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유엔미래포럼 이사이자 최고 IQ 소유자들의 모임인 '트리플 나인 소사이어티(Triple 9 Society)' 회원이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미래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강연했다. 그는 미래의 정치를 '프랙탈 거버넌스'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현재 정치 시스템이 미래에도 유효할까.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래로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립체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국경 없는 연결성을 제공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국가들은 역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시민들은 보다 자유로워졌다. 앞으로 기존의 국가 시스템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국경 역시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현재 국가 시스템은 미래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실패하고 있다.

―실패한 국가를 무엇이 대체하게 될까.

▷현재 국가 개념을 포함하는 새로운 독립체인 '프랙탈 거버넌스'다. 전체와 부분이 크기만 다를 뿐 특징이 같아지는 프랙탈(fractal)처럼 하부 조직들의 거버넌스가 최종적으로 구성원과 국가, 나아가 글로벌 거버넌스와 대등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정부가 여전히 국가 운영의 상위 주체지만 세부 운영은 각각의 프랙탈이 맡게 된다. 이때 프랙탈과 정부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다. 각각의 프랙탈들은 고도로 자율화될 것이며, 분야별 전문가들이 프랙탈을 운영하게 된다. 프랙탈에 가입한 국가들은 대표를 파견하겠지만 어떤 국가도 이 조직을 통제할 수 없는 독립 조직이다.

―프랙탈 거버넌스가 적용될 영역은.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 프랙탈은 사생활의 법적 정의와 한계를 정하고 사생활 침해 감시기구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도기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별로 프랙탈이 생길 수 있다. 글로벌 회계감사 기준, 비즈니스 윤리는 물론이고 타임존, 나노테크, 해양 오염, 마리화나 정책, 특허권 등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모든 분야가 대상이 된다. 작게 쪼개진 조직들은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산업의 잉태를 촉진시킬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프랙탈끼리의 경쟁이다. 시민들은 로비스트를 배후로 둔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프랙탈 시스템을 더 신뢰할 것이다.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 "성장 멈춘 사회, 정치인 변해야"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는 현재 하와이대학에서 미래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학자다. 미래연구원을 설립하려는 우리나라 국회에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오히려 '과거'에서 해답을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현재 정치 체제의 미래를 예상한다면.

▷어느 누구도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한 가정을 통해 "미래가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의 정부 형태는 300년 전부터 이어져온 사고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후기 농업사회에 알맞은 형태다.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새롭게 거듭나고자 했지만 변화에 실패했다. 오늘날 정보화사회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미래 세대는 현재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정치, 환경, 에너지, 기술의 변화에 마주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외면하면서 '정상 영업 중(Business as usual)'이라는 푯말을 걸어두고 있다. 결국 불신은 커지고 정부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시민들이 나서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수립하고자 할 수도 있다. 기존 사회정치적 시스템은 앞으로의 수십 년이 짓누를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질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존 사회(Conserver Society)'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 오염이나 자원 고갈이 심각해지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없게 된다. 현재 있는 자원을 잘 보존해서 미래 세대들도 나눠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사회 전체의 목표가 된다.

더 이상의 성장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과거에 한국이 그랬듯이 다시 검약, 절약, 공유, 협력, 소박함 등 전통적 가치로 회귀해야 한다. 이런 사회에서 통치자의 덕목은 자기희생과 근면성실이 된다. 공공복지를 위해 진실하게 일하는 이들이 미래 사회의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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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사회의 지도자는 한 가정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에게 도덕적으로 엄격한 조선 시대 '선비' 같은 태도가 요구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 역시 새로운 사회의 엄격한 규칙을 기꺼이 따를 것이다.

[기획취재팀 = 신헌철 차장(팀장) / 안두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명환 기자 /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강래 기자 / 추동훈 기자 / 유준호 기자 / 노승환 기자 / 박의명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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