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배치기' 고친 전인지… 스윙이 끝내주더라

입력 : 2016.09.20 03:00

[US오픈 컷탈락했던 그녀, 자세 바꿔 메이저 최다언더파 반전]

- 물 흐르는 듯한 스윙 장착
주니어 시절 '배치기' 몸에 배어 동작 커지면서 부상 달고 살아
에비앙 대회 앞두고 샷 집중점검
체중 이동·상체 회전 부드럽게… 예전의 좋았던 리듬 다시 찾아

올해 US 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하고 리우올림픽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인지(22)는 어떻게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것일까.

전인지(22)는 18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263타를 기록하며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부드럽고 정확한 스윙으로 그린을 공략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침착하게 헤쳐나가는 '전인지표 골프'가 골프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그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인지는 지난 7월 초 US 여자오픈에서 1라운드 73타, 2라운드 77타를 치고는 컷 탈락했다. 1년 전 우승했던 여자 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2라운드 만에 짐을 꾸리는 심정은 착잡했다. 스윙에 대한 자신감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당시 전인지가 치는 공은 방향성이 떨어졌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맥없이 낙하하는 경우도 많았다. 체중 이동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올 시즌 봄부터 전인지를 괴롭히던 허리와 어깨 부상이 원인이었다.

미국에 가면서 체중이 갑자기 불어난 것을 이유로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인지의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박원 골프 아카데미 원장은 "오른발 쪽에 체중이 남은 상태에서 임팩트가 이뤄지다 보니 공의 탄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고 했다.

전인지는 주니어 시절 '배치기'를 하는 듯한 잘못된 스윙 자세가 몸에 배어 있었는데, 그 영향이 다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었다. 전인지는 2013년 프로 데뷔 이후 많은 대회에 참석하다 보니 무리한 동작을 하게 됐고, 이는 부상으로도 연결됐다.

골프에서 자주 사용되는 속칭 '배치기'는 임팩트 동작에서 배를 쭉 내미는 동작이 나오며 몸이 뒤로 젖혀지는 듯한 자세를 말한다. 물론 전인지 수준의 선수가 주말 골퍼처럼 배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들의 '미세한 동작' 하나는 큰 차이를 불러온다.

전인지는 스윙 크기를 간결하게 줄이고 임팩트 때에도 가볍게 맞힌다는 느낌으로만 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US 여자오픈 직후엔 미국에 함께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딸이 부담 없이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귀국하기도 했다.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전인지는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윙 교정에 들어갔지만 허리와 어깨 부상은 쉽게 낫지 않았다. 올림픽 직전에는 국내 병원에서 소염 진통 주사를 맞았고, 미국에서 추가 치료를 받다 보니 대표팀 합류도 늦어졌다. 그렇게 나간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해 실망도 컸지만 오기도 생겼다고 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을 다시 느꼈고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인지는 박 원장과 함께 다시 샷을 집중 점검했다. 체중 이동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몸이 일찍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탄도가 낮아지고 당겨치는 샷이 자주 나오는 문제도 해결했다. 흔들리던 스윙이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에비앙 코스를 구석까지 샅샅이 훑으며 훈련하는 과정에서 예전의 부드러운 템포도 되찾았다.

전략적으로 클럽을 구성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고 한다. 에비앙 챔피언십 코스는 페어웨이도 좌우 경사가 심해 티샷의 정확성이 특히 중요한 대회다. 전인지는 티샷용으로 활용할 하이브리드 클럽(17도)을 하나 추가하고 웨지를 하나 줄였다. 대신 같은 웨지로 다양한 상황에서 샷을 할 수 있게 연습에 집중했다. 3라운드 15번홀(파5)에서 환상적인 칩샷 이글에 성공하고 "소름이 돋았다"고 한 건 이런 준비 과정이 떠올라서이기도 했다.

[인물 정보]
전인지, 우즈도 박인비도 뛰어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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