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돋보기] 또 다른 노트북의 전주곡 아이패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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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솔직히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은 꽤 놀라웠다. 몇년동안 그려져 있던 '아이패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순간 깨졌기 때문이다. 일단 익숙하지 않은 크기에 놀랐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고 가벼워서 또 놀랐다. 6.9mm의 두께는 아이폰 6와 같고 723g이면 2011년 아이패드 첫 모델과 비슷하다.

그 동안 '아이패드'는 A4 용지보다 조금 작거나(아이패드 에어) A4 용지 절반 정도(아이패드 미니)의 크기이며, 복잡하지 않은 가벼운 앱을 띄워 놓고 쇼파나 침대에 누워 즐기는 기기였다. 때론 책이었고 미니 영화관이었고 사전이었고 내비게이션이었다. 일종의 '머리 식히기' 태블릿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이패드 프로가 '아이패드'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태블릿 본연의 아이패드에 강력함이 더해진 '프로'라는 개념이 더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다. 그런 남다름(?) 혹은 비범함(?)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를 좀더 이리저리 세세하게 살펴봤다.

▲ 위압감과 몰입감

아이패드 프로는 우선 그 첫인상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12.9인치라는 화면 크기는 9.7인치의 아이패드 에어 시리즈를 충분히 잊혀지게 만들었다. 가로로 눕혀 놓은 화면은 마치 열다만 창문을 확 열어젖힌 듯 마음이 탁 트인다. 세워놓고 보면 한 눈에 A4지가 들어와 줌인 혹은 줌아웃에서 자유로워졌다.

560만 화소에 2732×2048 해상도. 역대 아이패드 중 가장 높은 스펙이다. 사진은 화면이 커질수록 색의 균일도나 밝기를 유지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패드 프로는 색감이 모바일 디스플레이 중 제일 낫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화면을 오래 보고 있어도 피로감이 덜하다.

또 하나 아이패드의 선입견을 날린 것이 사운드다. 액션 영화 한편을 재생시켰는데 그 소리가 굉장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극장에 있는 느낌이랄까. 가로 기준 양쪽에 2개씩, 총 4개의 스피커가 끝장나는 몰입감을 들게 해줬다. 세로로 잡으면 아래 두쪽은 베이스가 꺼지는 등 잡는 방법이나 기기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사운드가 나왔다.

단순히 스피커만 장착한 것이 아니다. 스피커에 맞게 기기 본체를 깎은 뒤 덮게는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마감, 울림이 증폭돼서 나올 수 있게 만들어졌다. 65인치 TV를 2~3미터 뒤에서 보는 사운드를 내면서 스테레오 효과까지 느낄 수 있다는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고보니 아이패드 프로 TV 광고에 'Sound & Color'란 제목의 노래가 선곡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쓰기 나름

자 이쯤 되면 걱정이 된다. 이 정도 화소와 사운드를 원활하게 돌리려면 배터리 소모 정도가 굉장할텐데. 애플은 와이파이를 통한 웹사이트 기준으로 10시간 정도를 버틴다고 밝혔다.

실제 90분짜리 영화 2편 정도를 연달아 봤을 때 29% 정도가 소모됐으니 맞는 것 같다. 밤에 불을 끈 상태에서 화면 밝기를 50% 아래로 낮췄고, 불륨마저 작게하고 영화를 시청했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은 많지 않았다.

애플은 화소도 많고 배터리 소모가 적은 이유에 대해 기기 재질과 소프트웨어의 조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면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초당 60번씩 켜졌다 꺼졌다는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패드 프로는 전기정보를 기존보다 더 오래 간직하는 산화물 TFT 재질을 사용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웹이 멈춰있을 때 초당 깜빡임을 30번으로 떨어뜨렸다.

때문에 적은 전력으로도 더 효율적인 배터리 속도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랩탑과 태블릿에서는 처음 적용되는 것이라고. 물론 화면 밝기와 소리 크기를 높인 상태라면 배터리 소모량은 더 빨라진다.

또 하나 배터리 소모를 적게 하는 것은 아이패드 프로의 두뇌라 할 수 있는 'A9X'칩의 전력 효율 때문이다. A9X는 종전 A8X보다 1.8배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2개월 동안 출시된 모든 노트북 중 상위 20%안에 들 정도로 높은 성능을 자랑했다. A8X보다 2개 성능을 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10%안이었다고. 이는 4K 영상 2~3개를 동시에 편집 처리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뜨거워지는 발열현상도 거의 없었다. 여름에 특히 다행이다.

▲ 다양한 데스크탑 환경

아이패드 프로는 노트북을 지향한다. 그러면서도 데스크탑 PC 환경처럼 무거운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돌리고 멀티 작업이 가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의 크기가 잡지 수준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패드 프로의 멀티태스킹 기능은 아이패드 미니 2개를 열어놓은 효과를 낸다. 화면이 커지면서 동시 작업이 가능해졌다. 오른쪽면을 왼쪽 방향으로 쓰윽 손가락으로 훑으면 또 다른 창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2개의 창을 열어두고 메모, 문자, 트위터, 엑셀 등 각각의 작업을 할 수 있다. 키보드를 손가락 두개로 누르면 화면이 전체가 다 트랙패드로 바뀌기도 한다.

화면 비율은 2가지 정도로 조정이 가능하다. 우선은 7.5:2.5 비율이다. 간단한 메모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크기다. 오른쪽 창을 좀더 왼쪽으로 밀면 5:5 비율이 가능하다. 이러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멀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 뜨는 키보드는 손가락 두 개로 누르면 트랙패드로 변신하게 된다. 이밖에도 캐드와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고 결과물도 빨리 볼 수 있게 됐다.

아쉽다면 한 화면당 앱을 하나만 실행시킬 수 있고 오른쪽 추가 화면에 뜨는 앱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이 3개 뿐이라는 것이다. 좀더 많은 앱을 볼 수 있다면 일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손가락과 세심함의 조화

아이패드 프로는 손가락을 그대로 사용하는 아이패드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좀더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야 했다. 그래서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이 따라 붙었다.

아이패드 프로의 스마트 키보드 사용법은 간단하다. 페어링도 필요없고 충전도 하지 않는다. 자석 기능으로, 그저 이끌리는 힘에 맡겨두면 '척'하고 달라붙는다. 이후 삼각대 모양을 만들어 아이패드 프로를 올린 후 사용하면 된다. 별다른 사용설명서가 없어도 된다. 사용 후에는 커버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없으면 바로 떼어낼 수도 있다. 한글 키보드는 1월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조작에 비해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는 스마트 키보드다. 키보드와 아이패드 프로가 맞닿는 부분에 있는 스마트 커넥트라 부른다. 이 구멍들을 통해 데이터와 전력을 주고 받는다. 때문에 스마트 키보는 아이패드 프로의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 이 커넥트는 서드파티에 공개, 앞으로 다양한 키보드 제품이 나올 수 있다.

키감은 맥북 사용자라면 괜찮을 것 같다. 실제 타격 판정 스테인레스 스틸 부품은 맥북과 같다. 키판 전체가 하나의 천으로 만들어졌다. 키 하나하나를 레이저로 각인, 엠보싱 효과를 냈다. 더불어 천에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레이어를 만들고 엣징 처리를 했다. 애플은 천 소재, 엣징 기법을 찾느라 엄청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얇은 키보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천의 장력을 이용했다. 키간 틈이 없다. 커피나 물, 먼지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저 물티슈 등으로 훔쳐내면 된다. 쓰지 않을 때 굳이 떼놓을 필요도 없다. 키보드를 쓰지 않으면 알아서 단전이 된다.

하지만 기존 노트북 사용자는 적응이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키보드 두께가 얇아 바닥을 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이패드 프로 화면을 보는 기울기가 한가지로 제한됐다는 점은 불만이다.

애플 펜슬의 첫 감촉은 매끄러웠다. 동시에 사기구슬처럼 쫀득거리면서도 피부에 살짝 감기는 느낌이다. 펜슬의 촉은 뭉통하다. 디스플레이에 직접 닿는 만큼 날카롭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모가 되는 소모품 재질이다. 교환시기는 일반 볼펜 수준이며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다.

애플 펜슬은 압력과 기울기를 고스란히 화면 위에 반영한다. 사용자의 힘에 따라 선의 굵기가 결정된다. 좀 세계 눌러 쓰면 선이 진하고 굵게 나온다. 4B 연필로 데생 스케치 하듯 펜을 살짝 눕히면 정말 그 효과가 나온다. 신기할 정도다. 이는 펜 촉 끝 센서와 그 위에 있는 센서간의 거리차를 이용한 것이다. 붓이라면 물감의 농도까지 구분된다. 혹시라도 카드단말기 위에 사인을 하는 수준을 떠올려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부분이 '프로'라는 느낌을 확 풍긴다.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지면 아이패드 이상의 막강한 기기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웹툰 작가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PDF 파일이나 사진 위에 메모를 남길 수 있어 상대에게 전화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바로 그려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컸다. 이미 많은 앱들이 나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마트 키보드와는 달리 애플 펜슬은 일단 작동을 위해서는 페어링이 필요하다. 이 작업은 아이패드 프로 아래 라이트닝 포트에 넣으면 몇초 안에 끝난다. 충전도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 배터리 수명은 상당하다. 한 번 완전히 충전하면 12시간을 연속해서 쓸 수 있다. 쓰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배터리가 꺼진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됐을 때는 15초만 충전해도 30분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애플 펜슬의 보관은 스스로 잘 해야 한다. 오뚜기 원리가 적용돼 잘 굴러가지는 않지만 깜빡 빠뜨릴 수도 있다. 라이트닝 포트가 있는 애플 펜슬의 두껑은 특히 분실되지 않도록 잘 두어야 한다. 애플 펜슬이 아이패드 프로 외의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 또 다른 시작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면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결국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2주 가량을 쓰고 있지만 아직은 답답한 면이 있다. 기존 써왔던 방식을 고스란히 가져가려니 힘이 든다.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구멍이라고는 2개 뿐이다. 그나마도 하나는 헤드셋용이다. 블루투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마우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차츰 적응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가락과 펜슬의 쓰임새를 구분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가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노트북을 지향하는 아이패드 프로의 첫 작품이 이제 막 나왔다는 점이다. 어쩌면 기성 세대들이 알고 있던 노트북이 아니라 손가락을 사용하는데 더 익숙한 iOS 세대에 걸맞은 또 다른 노트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치 애플워치가 손목에서 첫 반란을 일으켰지만 차세대 애플워치2에 기대가 더 쏠리는 것과 같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변화의 중심은 애플이 아니라 사용자란 것이다. 아이패드가 애플의 리딩력과는 별개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변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고 가치가 있는 아이패드 프로다.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아이패드 프로의 발전 방향이 정해질 것이란 점이다.

지난 5년의 아이패드 역사를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새로운 사용자들의 경험까지 받아들이려는 고민의 흔적이 바로 아이패드 프로인 셈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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