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엄마 품에 안겨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에 푹 빠졌다. 그리고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선물 받았다.
그날부터 바이올린은 그녀의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4살 때였다. 성악가인 이모가 유학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빈에 놀러간 그녀는 우연히 비엔나국립음악대학 교수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켰다.
그녀의 천재성을 알아본 교수들의 추천으로 비엔나국립음악대 예비학교에 최연소 입학했다. 5살 때 헝가리 사바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데뷔한 뒤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 몬테카를로 필하모닉, 노르웨이 트론하임 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와 협연하며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23일에는 KBS 교향악단의 제634회 정기연주회에 최연소 솔리스트로 무대에 섰다. ‘제2의 정경화’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17)다. 24일 오후 8시에는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2년 전 KBS와 제주도에서 특별연주회를 했어요. 그때 기회가 돼서 KBS에서 솔리스트를 하게 됐죠.” 태연하다. 그러나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는 세계적인 솔리스트들만이 참여한다. 김윤희는 이번에 KBS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솔리스트 중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총무인 어머니 유소방씨는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솔리스트는 공연 2년 전에 이미 결정 난다”며 “윤희가 2년 전 어린나이에 교향악단과 연주할 때 KBS공연 참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윤희의 천재성은 집안 내력과도 무관치 않다, 어머니는 과거 성악을 배웠고, 할아버지는 피아노를 쳤다. 남동생은 바이올린, 이모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유소영씨다.
“체력은 타고 났어요. 사실 1%의 재능이 있어도 노력으로 일궈내는 거죠. 하루 종일 바이올린을 켜는 날은 다반사고 연습을 적게 하는 날에도 7~8시간 정도는 해요.”
손끝에 박힌 굳은살이 이를 증명한다. 손톱도 가지런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짧고 뭉툭하다. 영광의 상처는 목에도 남아 있다. 바이올린을 쉴 새 없이 목에 끼고 있었던 탓이다.
유소방씨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윤희가 그 말처럼 세 살 때 켜던 바이올린을 여든 아니 그 이상까지 하게 생겼다”며 웃는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노력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딸이 기특하다.
김윤희는 “죽을 때까지 평생 바이올린을 켤 생각이다. 90살까지 바이올린 켜고 그 후 딱 10년만 쉬겠다”며 비시시 웃음을 머금는다.
“엄마와 바이올린이 같이 물에 빠지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둘 다 한꺼번에 건져 올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4살 때 오스트리아로 떠나 단 하루도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어요.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 해 본적도 없어요.”
벨기에 왕립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는 발터 벨러는 김윤희의 든든한 지원자다. 13세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이끌어주고 있다.
정구성 KBS 시청자센터 교향악단운영 부장은 “사실 유럽 메이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매니지먼트 속성상 연주자가 연주를 잘 못하면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윤희 같은 경우에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장영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김윤희는 음표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개성과 자신감을 표현해낸다. 무대 위에 오르면 자신의 세상인 듯 현란한 활 놀림으로 리듬을 요리한다. “제 연주를 듣는 모든 관객들이 주르륵 눈물 흘리며 감동 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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