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도서처럼 꾸준히 많이 나오는 도서 분야도 드물다. 리더십에 관한 학문적 접근, 역사인물의 리더십 분석, 정치적 리더십, 기업경영의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경제경영 리더십, 동서양의 고전에서 이끌어 낸 리더십 교훈, 유명한 경영컨설턴트가 쓴 리더십 도서, 리더 역할을 한 사람의 자서전 등등 그 성격과 접근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이른바 리더라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리더십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많고 많은 리더십 도서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책 사용자’ 각각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서 같은 책이 옥(玉)이 될 수도 석(石)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바람직한 공동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와 가치 측면의 접근이 아니라,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 측면의 접근.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그러한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근대 정치사상의 비조(鼻祖)가 되었다. 이에 따라 그의 <군주론>은 시대를 뛰어넘어 리더십과 처세의 교훈으로 각광받아왔다.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라
김경준의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은 <군주론>에서 오늘날 성공적인 리더의 조건, 처세의 노하우를 찾고 있다. 예컨대 거짓과 책략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신의와 성실로만 대응하는 것이 타당할까? 저자는 <군주론>의 통찰을 빌려와 신의와 성실 일변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의와 성실에 입각해서 상대방과 진실하게 협상하면 자신의 패는 공개된 반면, 거짓과 책략이 무기인 상대방의 패는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의 운명을 책임진 리더는 신의와 책략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은 어떤 한 사람의 실체 또는 본 모습보다는 그 사람에 관한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설사 리더가 훌륭하지 않아도 훌륭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어차피 실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다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리더십을 확보하는 자산이 된다는 관점”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용기
마키아벨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것 같은 인물 마하트마 간디. 박홍규는 ‘영혼의 지도자 간디에게 배우는’이라는 부제목이 붙은 <리더의 철학>에서 간디는 영웅적 자질이나 비범한 능력, 마술적 힘을 갖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비록 후대 사람들이 그렇게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간 간디의 본질을 모르고 한 말이라는 것.
간디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결코 아니며 늘 겸손하게 먼저 모범을 보이는 태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리더였다. 대다수 리더가 자신의 탁월한 능력이나 위대함만을 보여줄 때, 간디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런 간디였기에 자신의 단점이나 실수를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드러내며 그것을 고치는 의지와 용기를 발휘했다. 남을 억지로 제압하는 용기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용기가 간디 리더십의 요체라는 것.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리더십과 간디가 추구했던 리더십은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올바름’ 측면에서는 간디가 ‘효과성’ 측면에서는 마키아벨리가 설득력이 더 있어 보인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올바름과 효과성을 아우르는 리더십은 불가능한 것인가? 두 책을 겹쳐 읽은 다음에 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마키아벨리에 견주어지기도 하는 고대 중국의 한비자에게 한 번 물어본다면 아무래도 ‘효과성’ 쪽이지 않을까 싶다. 이상수의 <한비자, 권력의 기술>이다.
천릿길을 가야 한다. 말도 좋고 마차도 튼튼하지만 유능한 말몰이꾼이 없다. 한비자는 이렇게 대안을 내놓는다.
‘좋은 말이 끄는 튼튼한 수레를 50리마다 하나씩 비치해둔다. 솜씨가 중간 수준인 말몰이꾼으로 하여금 말을 몰게 한다. 50리 거리라면 중간 수준 말몰이꾼이라도 말과 수레가 좋으니 최고 속도에 가깝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50리 단위로 스무 대 마차가 릴레이식으로 달리면 하루에 천릿길을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가장 유망한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우왕좌왕하거나 포기해 버리는 것.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
이 책은 한비자의 지혜에서 오늘날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개혁자, 문제 해결자, 조직자, 집행자, 경청자, 방향 탐지자, 무한 책임자 등이다.
개혁자는 조직 내부의 기득권 세력을 꺾고 조직을 혁신한다. 집행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좌우되지 않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경청자는 리더 자신이 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위의 인재들을 무리 없이 적절하게 활용한다. 조직자는 부하에게 충성과 사랑을 구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부하 스스로 충성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문제 해결자는 주어진 현실과 과제를 인정하면서 그것에서부터 구체적인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어낸다. 위에서 인용한 사례는 바로 문제 해결자에 속한다.
깨어있는 마음과 희망, 공감을 통해 비전을 꿈꾸다
고전 리더십을 살펴봤으니 현대로 돌아와 보자. 리처드 보이애치스 등이 지은 <공감리더십>이다.
경쟁이 극심한 항공업계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경쟁업체들과 달리 정리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직급구조를 간소화하고 개성을 독려했다.
직원들은 직함으로 서로를 구분하기보다는 각자의 이름과 저마다 무엇을 잘 하는 지로 상대방을 인식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간관계를 확립하고, 창의적이고 융통성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다.
영리기업뿐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 콰줄루나탈 지방의 은코모 초등학교 교장 지크할리 부인은 열악한 교육 환경을 극복하려는 꿈을 실현했다. 근처 사파리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을 정기적으로 학교로 초대하여 자신의 꿈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고, 방문객들은 기금, 교구, 혹은 시간을 기꺼이 지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기업이든 비영리 기관이든 리더들은 깨어 있는 마음과 희망, 공감을 통해 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이른바 공감 리더십이야말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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