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나’
의과대 교육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의사의 기술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한 의사가 아무리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을 발견해도 오류가 있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재현되지 않으면 그대로 파기된다.
그 치료법으로 누군가의 암을 치료했더라도 통계 수치 이상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수만 가지의 치료법 중 몇 개만 남는 이유다. 그것이 민간요법과의 결정적 차이다.
뇌가 없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었다. 의과대 학생의 관점에서 뇌가 없으면 생각은커녕 살 수가 없다. 해부학 책을 가지고 그것의 부당함을 설명한 후 환자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그 학생은 진급의 불이익을 당한다. 정신과 실습을 나가기 전 선배들에게 듣던 조언 중 하나다. 뇌가 없다는 환자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설득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 체계를 ‘망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잘못이 뚜렷한 것은 판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광우병이 공기로 전파된다’든지 ‘공산주의자들은 인격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다’라든지 하는 것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그 생각을 공유한다면 그것이 잘못됐는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유사하게 개인이 갖고 있는 많은 생각 중에는 오류가 있거나 최소한 지나치게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이의 관점에서는 주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다. 세상을 너무 위험하게 보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걱정이 지나치게 많다고 본다. 다르게 보면 위험을 우선 제거하는 훌륭한 삶의 전략이다.
반대로 하고 싶은 대로 유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삶을 하고 싶은 것으로 미리 계획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그것을 실천하고 산다. 고민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아끼기보다 오늘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 돈을 투자한다. 어차피 세상의 위험을 다 제거하고 살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의 위험은 경우의 수만큼 있을 것으로 감수하고 산다. 휴대전화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기기의 발달이 불륜이나 불륜의 가능성을 알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로부터의 문자 메시지, 하루 30회 이상의 전화 통화 내역, 부인이 병원에 입원한 시기에도 오고간 통화 내역, e메일로 주고받은 낯 뜨거운 사연들은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객관적 자료들이다. 명백한 자료지만 그 내용을 해석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인간은 늘 다른 사람의 행위와 세상을 판단하고 분석한다. 당사자에게 그런 판단은 절체절명의 사실이 된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는 ‘너’의 실체는 ‘나’의 생각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하기 위해 영장류 이상의 동물은 상대의 행위를 그대로 뇌에 복제한 후 그 행위를 자신이 했을 때 어떤 의미인지 읽는다.
‘너’의 행위는 실은 ‘너’와 같이 행동했을 때의 ‘나는 어떤 마음 상태로 했을까’에 해당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세상도 ‘뇌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그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 보는 것이다. 정말로 내게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직접 물어볼 수 없다면 같이 아는 동료에게 객관적 정보를 듣는 것이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신이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유별함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내 판단이 옳다’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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