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500살까지 살게 해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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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친절한 기자들에 처음 인사를 드리는 국제부 조기원입니다. 국제부에서 국제경제와 동남아시아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만, 부서 사정에 따라서는 가끔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리게 된 계기는 구글 때문입니다. 구글이 10일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고 발표하자, 전세계 언론에서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루었지요. 지주회사 명칭을 ‘○○홀딩스’처럼 상투적으로 짓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재치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자체로는 대단한 뉴스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회사가 커지고 계열사가 늘면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일은 한국에서도 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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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알파벳을 세운 이유가 “남들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일”을 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니까요. 기존 구글에서 다른 신사업 추진 회사들을 분리해서, 신사업들에 더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거죠. 이를 위해서 자신과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구글 사장이 각각 알파벳 최고경영자와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기존 구글의 일상적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 하면 ‘검색엔진 회사’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만, 최근 구글은 검색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일들을 많이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 몇몇 재벌들처럼 중소기업이 할 만한 사업에까지 숟가락을 얹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인간의 수명 연장을 꾀하고 있으며, 팔에 차는 밴드를 통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글 안에는 인간 수명이 길어질 거라고 장담하는 괴짜들이 꽤 있습니다. 2012년 구글이 학습하는 기계 등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고용한 레이 커즈와일은 영생을 위해 하루 30알 넘는 영양제를 먹고 스스로 짠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구글이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인 구글벤처스의 빌 메리스 대표는 “인간은 500살까지 살 수 있다”며 “앞으로 개발될 암 치료법에 비하면 현재 암 치료법은 원시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벤처스는 유전자를 통한 암 치료를 연구하는 등 건강 관련 신생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구글은 착용하고 있으면 혈당 수치를 자동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함께 지난해 개발했는데, 앞으로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에 오토포커스 기능까지 넣는다고 합니다. 착용만 하면 시력에 따라 자동으로 도수가 조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드론(무인기)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 의약품을 배송하는 실험을 지난해 실시했으며, 열기구를 띄워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작업을 스리랑카에서 내년에 실시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AI) 회사인 디프마인드를 인수해 인공지능과 로봇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정도의 연구는 그리 괴팍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구글의 이런 엉뚱한 연구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구글의 연구소인 구글엑스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로젝트인 ‘구글 글라스’는 지난 1월 판매 중단 선언이 발표되면서 ‘폭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넷 연동 안경인 구글 글라스는 한때 1500달러에 판매됐지만 프라이버시 문제와 함께 아름답지 못한 모양새 때문에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구글의 매출 89%는 구글 검색과 유튜브에 연동된 광고에서 발생합니다. 막대한 투자금액이 구글 신사업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큰 성과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들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페이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회사는 익숙한 일들을 하는 데 안주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혁명적 사고가 성장을 이끄는 기술 산업에서 안주하는 것을 불편해해야 한다.”
구글은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될까요? 구글의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검색엔진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피시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서 성장했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 경쟁에서 뒤처져 고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구글이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합니다. 래리 페이지가 “인류의 가장 주요한 혁신 중 하나인 언어를 상징하기 때문”에 ‘알파벳’을 지주회사 이름으로 삼았다고 했을 만큼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구글은 ‘미친 일’을 계속할 것 같네요.
조기원 국제부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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