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입력시간 : 2014-12-06 06:26:00
- 최종편집시간 : 2014-12-06 06:26:00
- 이명근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국제 NGO 사업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키워드(Key words)는 건전한 시민사회의 발전(Civil Society Development)과 사업의 지속성(Sustainability)이다. NGO 활동은 사업을 펼치는 지역에서 시민사회의 역량과 건전성이 확충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NGO 활동을 보면 봉사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지만 사업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엿보인다. 한국인 NGO 단체들은 의료봉사활동이나 지역문화 개선 사업을 펼치면서 현지 주민의 참여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거나, 형편상 못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NGO 활동에서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지금은 활동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현지 주민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사업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교육하고 성장시켜가야 한다. 또한 우리의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사업의 필요성을 알려 해당 지역이나 외부에서 사업 후계자를 확보할 수 있어야 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 국외 추방 등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악재로 인해 지금까지 하고 있던 사업을 펼쳐나갈 수 없을 경우 지역사회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애써 마련해 놓은 사업의 기반은 봉사단이 현지를 떠난 후 얼마 가지 않아 소멸될 것이고, 힘들여 개선시켜 놓은 현지의 사정은 곧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외부에서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사업과정 중에 지역 사회 내부에서 후계자를 양성하여, 사업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의 성공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사후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시작 단계에서는 정확하게 예산이 편성돼야 하고, 사업의 종료시점에서는 계획대비 결과가 반드시 평가돼 보고서로 작성돼야 한다. 정해진 사업기한이 종료됐을 때 총괄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분기별 혹은 사업이 진행되는 도중이라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검증하고 바로 잡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업 예산안을 꼼꼼히 작성하여 예산대비 사업비 지출내역을 세부적으로 관리하고, 예산절감을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사업의 주체인 NGO 단체에서 직접 예산안을 마련하고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결산내역을 문서화해야 한다.
봉사단은 자금의 지출내역을 결산할 때 개인의 생활비와 봉사활동비를 따로 구분하여 각각의 상세한 내역을 문서로 남길 필요가 있다. 지출 금액의 규모에 관계없이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세세한 수준으로 장부에 기입하고 필요한 경우 회계사나 세무사를 통해 자금의 지출내역을 재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무평가가 이루어지면 해당 사업의 후계자 또한 향후의 사업을 보다 수월하게 집행할 수 있다. 사업비의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는 회계장부가 있으면 후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업무 파악을 훨씬 용이하게 할 수 있고, 전임자의 업무능력을 배워 보다 효과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재정 관리는 외부인들에게 사업의 신뢰성을 심어줘 사업자금의 획득을 손쉽게 해 준다는 장점도 지닌다.
결국 현지에서 힘들여 쌓은 봉사활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방안과 대책의 마련이 꼭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사업의 중단이 있을지라도 그 사업을 이어나갈 후임자의 물색이 반드시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한 예산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을 위해 봉사단 자신뿐 아니라 현지 정부나 지역사회, 그리고 NGO들의 역량강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업 집행과 현지 관련자들을 교육시켜 사업의 지속성을 지키는 것은 봉사단의 또 하나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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