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왕’ 박세리가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2년 후 마흔 살이 되는 2016년까지 현역으로 뛰려고 한답니다. 그런데 박세리는 은퇴에 스스로 조건을 붙였답니다. 첫째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물론 선수가 아닌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내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직 달성하지 못한 ‘그랜드 슬램’을 위해 2년 안에 꼭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명예로운 은퇴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박세리는 201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벨마이크로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아직 4년째 미국에서 우승이 없습니다. 국내 무대에서는 2012년 대우증권클래식에서 우승했지만요. 1998년부터 LPGA투어에 출전해 지금까지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4승을 거뒀고,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세리의 강점은 또 있습니다. 꾸준한 몸 관리로 지금까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박세리보다 1~3년 정도 늦게 LPGA투어에 합류했던 1세대 중에는 김미현, 박지은, 장정 등이 이미 줄줄이 은퇴한 것과 비교하면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세리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 박준철 씨도 팔을 다시 걷어붙였습니다. 박 씨는 딸에게 한동안 하지 않았던 ‘잔소리’를 다시 시작했답니다. 지난 가을 국내 몇몇 대회를 따라다니면서 격려와 지적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요즘 딸에게 1998년 미국에 진출할 때의 ‘초심’을 강조합니다. 그는 1997년 말 미국 진출 때 딸에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골프를 치라”고 했답니다. 박 씨는 요즘에도 “딸의 스윙은 큰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예전 전성기의 살아 있는 눈빛이 아니다”고 진단을 내렸고 정신무장도 강조했습니다. 기술적 측면도 나이가 들수록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처방을 내렸답니다.어쩌면 박세리의 마지막 후원사가 될 든든한 후원기업도 나타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다음 주 쯤이면 하나금융그룹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면서 후원 계약식을 할 것 같습니다. 이 회사 고위층이 “박세리와 같은 위대한 선수가 마지막 무대까지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는 후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와 후원사 간에 ‘후원금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선수도 양보했고, 하나금융 측도 최대한 예우를 하는 선에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든든한 후원사를 만난 박세리가 이제 남은 2년 동안 할 일은 딱 하나, ‘제2의 맨발 샷’과 같은 투혼을 불사르며 팬들에게 ‘영원한 골프여왕’으로 남는 것입니다.mschoi@munhw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