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소통하는 신인류 '앱 제너레이션'

 

현대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는 지금 기성세대와 미래세대를 둘러싼 간극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적 단절과 버금간다고 말한다. 1990년 중반부터 인류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앱 제너레이션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세대'이다.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며 어린 시절부터 단련된 정보 수집 능력으로 가상과 현실을 유연하게 오가며 정보를 퍼 나르고 공유하는 데 거침이 없다. 이전 세대가 주저하며 부수지 못한 낡은 틀을 아무렇지 않고 부수고 재해석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집단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기성세대와 달리 다양한 계층 그리고 세대와 소통하길 즐기는 신인류를 주목하라.
 
앱 제너레이션, 넌 누구니?
 
1. 정보를 나르고 전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2. 스마트폰과 모든 일상을 함께한다.
3. 동영상을 만들어 세계인과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4. 전통적인 집단의 가치대신 다양한 세대 및 계층과 소통한다.
5. 지구 환경, 테러리즘 등 세계적인 이슈에 높은 관심이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팬과 소통하는 저스틴 비버>

달라도 너무 다른 신인류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새겨져 있으며 2014년을 사는 어른들도 자주하는 말이 있다.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는 푸념이다. 하지만 과거 어떤 시대도 지금처럼 기성세대, 미래세대와 거대하게 단절되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스마트폰을 몸과 분리시키는 일은 좀처럼 만들지 않으며 각종 SNS에 셀피(Selfie, 자신의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행위)를 올리기에 여념이 없고, 정보를 퍼 나르고 전달하는 데 열정이 넘치며, 동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 수억 명과 공유하는 데 거침이 없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까닭이다. <엄지 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를 쓴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는 지금의 거대한 간극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적 단절에 준하는 것이라 단언한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머리에 지식을 가득 채울 필요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단련된 정보 수집 능력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유연하게 오가며 상상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테러리즘이나 기후변화 등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에도 높은 관심을 표한다. 인종, 나라에 대한 편견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세대, 종교, 계층과 소통을 즐기는 이들은 열린 사고를 가치롭게 여긴다. 나라, 인종, 성별과 같은 집단적인 가치에 중심을 둔 채로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 온 기성세대와는 달라도 너무 신인류가 나타난 것이다. 미셸 세르는 이렇게 두 개의 엄지를 이용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애정을 담아 '엄지 세대'라고 칭하기도 했다.
 

인생이 거대한 '앱'이다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은 마블사의 영화 <어벤져스>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지니게 된다. 날씨에 어울리는 알람, 한밤을 밝히는 렌턴이 되는 것은 물론 우쿨렐레 연주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 현실을 보여주었으니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샌드마켓스는 2013년 전 세계 모바일 앱의 시장 규모는 2012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300억 달러(약 33조8000억 원)를 넘어서고 2015년에는 약 1400억 달러(약 157조73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버드 대학교 발달심리학자이며, <앱 제너레이션>의 저자 가드너와 케이티 데이비스는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오늘날 젊은이들을 '앱 제너레이션' 즉 '앱 세대'라 정의한다. 이들을 가리켜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일련의 체계적인 앱들이 합쳐진 무엇으로 여기며, 인생 자체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앱처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자아와 오프라인 자아를 그닥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둘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실물보다 잘 나온 사진, 멋진 여행 풍경, 우아한 레스토랑의 저녁식사, 진보적인 정치관 등 타인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는 연출에 공을 들인다. 타인의 다양한 정체성(앱 세대는 너드, 동성애자과 같은 집단에 관대하다.)을 받아들이는 경향은 긍정적이나, 외적인 포장이 지나치면 자연히 내면의 가치나 목표, 자아 성찰의 기회는 줄게 마련이다. 더불어 성숙한 성인이 되는 모험이나 위험도 기피하게 되는 결론을 낳는다. 앱은 의존적이며 수동적이고 사용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자기주도적이고 능동적이며 잠재력을 발휘한 창의적인 활동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늘 연결되어 있지만 소외감은 더하다

앱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긴 시간 연결되어 있지만 진정한 의미론 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직접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 시간차를 두고 소통하기에 상대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상대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없다. 휴대 전화가 있으면 사람들과 늘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기에 다른 방식의 인간 관계를 맺을 필요성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 검색 엔진과 소셜네트워크 역시 그를 부추긴다. 페이스북의 에지랭크(Edgerank)는 내가 자주 찾는 친구의 소식의 더 많이 볼 수 있게 뉴스피드를 구성한다. 그런가하면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 지메일 기록, 유튜브 사용 습관을 반영해 내 취향에 맞는 정보로 편집해 보여준다. 이것은 나와 비슷한 집단이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을 취하게 만들어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낯선 관점에 공감하기 어려운 경향을 만들어 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메신저상에서의 학교 폭력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악성댓글이나 굴욕스러운 동영상을 올리며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인터넷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동 또는 그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어 피해자는 24시간 학교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가해학생들이 범죄로 느끼는 죄의식이 현저히 낮다는데 있다. 가해학생들은 일종의 '오락'으로 생각을 하며 가해 학생들끼리의 유대감이 형성되어 그것이 우정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를 방관하고 아무런 의견표명을 하지 않은 학생들도 간접적인 가해자가 된다.
 

Focus 카스썰에 빠졌어요

나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주인공이 되어 대화를 나눈다. 최근 한국의 10대들이 푹 빠진 카스썰 이야기다. 카스썰은 카카오스토리의 줄임말 '카스'와 이야기를 뜻하는 은어 '썰'일 결합된 말로, 작가가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하는 새로운 형식의 팬픽(Fanficㆍ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소설)을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아이돌 그룹 H.O.T. 팬들이 PC통신 게시판에 쓰기 시작한 팬픽은 2000년엔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함께 귀여니같은 작가가 쓴 인터넷 소설로 자리 잡는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SNS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 맞춰 최근 카스썰로 진화한 것이다. 작가의 아이디만 알면 검색이 쉬워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것도 10대를 사로잡은 이유로 꼽힌다.
 

길 잃을 기회를 잃어버린 세대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데 몰두하는 이유는 정체성이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하지만 견고하게 고정된 정체성과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로 다양한 용도로 등장하는 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수를 많이 줄여 준다. 메시지 전송 앱은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불편함을 없애 주고, 정보 앱은 틀린 답을 내놓을 위험을 줄여준다. 더불어 여행에서 히어로와 같은 위치 찾기 앱은 길을 잃을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하지만 길 잃을 기회마저 사라지는 지극히 안전한 상황은 긍정적이기만 할까. 디지털 기기를 잠시도 놓지 않고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젊은 세대는 이전보다 자립심이 약해졌다. 자식이 실수하기를 바라지 않아 지나치게 보호하는 요즘 부모들의 방식에 기인한 부분도 크다. 문제를 틀리면서 혹은 실수를 하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을 삭제한 채 10대 시절부터 완벽하게 사고하고 행동하길 강요 받는 이들은 현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경험은 거의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하워드 교수는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앱과 무척 정교하게 연결된 나머지 종종 자신들이 앱이 정해 놓은 대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성장한다고 우려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라

우리의 삶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로 넘쳐난다. 아쉽게도 앱 세대가 그토록 신봉하는 스마트폰에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흥미롭고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어른 세대는 이들이 유연하게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의 앱 선택과 활용방식을 알려주고 적절한 때가 되면 그 틀을 치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미 배운 것을 창의적 방식으로 활용할 기회를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안겨줄 필요가 있다. 대만은 조기 영어교육 및 암기 위주의 교육방법을 금지했고, 홍콩에서는 인성을 경쟁시스템으로 몰아가는 교육환경에, 미국에서는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뉴튼의 운동의 법칙을 앵그리 버드 게임으로 익히게 하는 등 디지털 세대에 맞는 방식을 고심하며, 게임 디자인 원칙을 사용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뉴욕 타임즈>에 '검소한 여행가 되기'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세스 쿠겔은 여행 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신 하루나 이틀쯤은 즉흥적인 일정으로 움직여 보라 말한다.
 
그저 느낌이 좋아 들어간 이탈리아의 로컬 식당에서 만난 우연의 진미를 반드시 만끽하라 조언하는 것이다. 언젠가 그 식당이 론리플래닛에서 대단한 추천수를 기록한 곳이었음을 뒤 늦게 발견하는 즐거움이야말로 누려볼 만한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며,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미래 세대에게도 공히 이로운 것일 테니 말이다.
 

<엄지 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미셸 세르 저, 양영란 역, 갈라파고스

미셸 세르는 어른들이 늘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스럽게만 바라보던 미래세대의 잠재력을 예찬한다. 두 개의 엄지를 이용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인류를 어른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조언한다.

<앱 제너레이션>

하워드 가드너, 케이티 데이비스 저, 이수경 역, 와이즈베리

젊은이들이 디저털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현실도피적이고 전시적 인간관계를 맺고 있음을, 창의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비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앱 세대의 잠재성을 깨울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과 이를 이뤄 줄 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 무게를 둔다.
 

글 : 신정인 기자
 
참고 : 와이즈베리 <앱 제너레인션>, 갈라파고스 <엄지세대 두개의 뇌로 만들 미래>
사진 : 페이스북, 구글맵,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앵그리 버드 일러스트 포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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