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의 조건 ******

“나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고,
따라서 내가 가진 단 하나의 기준은 국민입니다.”
국민 지지율 80퍼센트의 기적
전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소통하는 리더가 마음을 얻는다.
짧은 커트 머리에 둥글둥글한 얼굴, 수더분한 모습을 지닌 70세의 여성, 타르야 할로넨.

그녀는 2000년 2월 제11대 핀란드 대통령으로 당선돼, 2001년 3월 핀란드 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할로넨은 6년 후 또 한 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재임 기간 동안 점점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서 한때 지지율이 90퍼센트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퇴임 당시 지지율이 80퍼센트를 웃돌았다는 것이다.

지지율은 리더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한다. 특히 재임기간이 아닌 퇴임이 가까웠을 때 국민 10명 중 8명의 지지를 받는다는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이명박,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5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로 시작했다가 퇴임 때는 지지율이 반토막 나는 명예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지지율 80퍼센트라면 성별과 연령, 정치적 성향을 따질 것 없이 모든 계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얻었다는 뜻이다. 책으로 치자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이겠고, 배우로 치면 한 번에 높은 인기를 얻었다가 잊히는 반짝 스타가 아니라 국민배우쯤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할로넨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에 핀란드는 국가 청렴도 1위, 국가 경쟁력 1위, 환경지수 1위, 학업성취도국제비교 PISA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또 할로넨은 2009년 『포브스Forbes』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계층을 아우르며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낸 그녀의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리더'
오랜 생각과 고민 끝에는 항상 결정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리더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자신의 결정을 명확하고 소신있게 처리하기 위한 할로넨만의 방법이 있다. ‘한 마리의 토끼만 잡자’는 것이다. 어설프게 여러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모두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한 가지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도 필요한 요건이다. 한 가지의 목표를 정하면 기준이 명확해지고, 기준이 명확해지면 판단이 빠르고 정확해진다. 따라서 다른 이익 관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기준을 하나로 정하면 판단은 명확해집니다. 나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고,
따라서 내가 가진 단 하나의 기준은 국민입니다.”

핀란드를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논의하러 온 경영자협회 대표와의 협상에서도 그녀의 이런 신념은 확실히 드러난다.

핀란드의 국가 경쟁력과 그것이 어떻게 기업에 이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영자협회 대표에게 할로넨은 왜 국민 전체가 아닌 사업가들의 이익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느냐며 일침을 가한다.

“핀란드를 사업하기에 적합한 국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사업가들에게 좋다는 게 모두에게 좋다는 뜻은 아니라고생각합니다. 기업에 이익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핀란드 전체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국가 정책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는 대다수 국민의 관점에서 결정을 해야 하며, 사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2년간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대통령. 어머니 같은 부드러움과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다정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었던 타르야 할로넨. 그녀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리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세상의 모든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또 용기가 있어야 하고, 국민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리더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이끄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할로넨의 말처럼 리더는 홀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리더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다. 제작진이 만난 핀란드 국민들은 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정치인이 잘할 때는 아낌없이 칭찬하고, 잘못할 때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해서,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은 깨끗하게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국민들의 경계와 관심이 바로 할로넨의 소통의 리더십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해서 오해가 없다’라는 의미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통이란 결코 일방적일 수 없는 것이다. ‘좋은 국민이 좋은 리더를 만든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출처: 도서  '리더의 조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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