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Cover Story] '왜'를 알아야 진심으로 움직인다

  • 옥스퍼드(영국)=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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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8.23 03:29

    '왜'는 돈·명성 아닌 가치·신념
    훌륭한 리더는 '창업의 목적' 알려주고 조직원들이 그 속에서 긍지 갖게 해야'

    왜'를 부활시키며 부활한 디즈니
    "돈벌이보다 즐거움·재미가 우선돼야" 디즈니 설립 정신 직원들에게 일깨워… 장기적으로 이익… 침체서 再建 일궈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리더십의 요건] ①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의 '왜'

    사이넥사진〉씨는 원래 포천 500대 기업 중 몇 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성공적인 마케팅 전문가였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일터에 가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는 그 사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저는 행복해야 했거든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돈도 잘 벌렸고, 매우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일하는 게 행복하지 않은 건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했어요.

    제 인생에서 정말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다가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너 괜찮은 거니?'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때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괜찮지 않다는 이야기를 터놓고 하게 됐고, 그런 대화를 몇 차례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가진 문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나는 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하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책에 쓴 '골든 서클'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저의 새로운 '왜'가 됐던 겁니다."

    [Weekly BIZ][Cover Story] '왜'를 알아야 진심으로 움직인다
    '왜' 일하는지 몰라 방황

    그를 만난 건 식료품 가게 위층 허름한 식당 겸 카페에서다. 그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왜'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 원래 처음 시작한 본래 뿌리에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왜'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조직원들에게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겁니다. '왜'를 계속 유지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으로는 훌륭한 리더를 가지는 겁니다. 훌륭한 리더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자'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죽고, 마이클 아이스너가 뒤를 이어받은 뒤 디즈니는 성장과 몸집 키우기, 지배력에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잃어버리게 된 것은 '핵심'이었지요.

    밥 아이거 현재 회장은 재임 직후 '과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사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디즈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디즈니의 설립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살펴본 뒤 원래 디즈니가 추구하던 '왜', 즉 '재미'와 방향이 맞지 않는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왜'와 맞지 않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리더십에서 가장 훌륭한 점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단순히 그것이 '훌륭한 비즈니스 기회'라는 것에만 기반을 두지 않고, 그것이 디즈니의 '왜'와 방향을 같이하는 것인지에 항상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디즈니처럼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경우엔 회사가 여러 방법으로 '왜'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왜'를 전달해 주는 많은 문서가 있을 겁니다. 또 '왜'가 생생하게 작동했던 당시에 근무했던 사람들, 창업자와 가까웠던 이들, 아직 '왜'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가서 우리 회사의 잃어버린 '왜'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는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돈이나, 명성이나, 운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념입니다. 100명 중 99명의 확률로, 사람들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중 가까운 다른 이들과 고민을 나누다가 같이 회사를 만들게 됩니다. 그들이 처음 창업을 하게 됐던 근원을 찾아야 합니다."

    '왜'로 다시 돌아간 디즈니


    ―디즈니 외에도 '왜'를 잘 지킨 회사 사례를 든다면요?

    "아웃도어 회사 파타고니아도 좋은 예입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자신이 처음 시작한 목적과 '왜'에 매우 충실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기보다 자연과 교감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중요한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죠. 요가복을 만드는 캐나다의 룰루레몬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또 코스트코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언제나 '사람'을 가장 앞세웁니다. 하지만 그들은 월스트리트를 무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경제적 논리는 언제나 직원들의 복지에 쓰는 돈을 줄이기를 강요하고, 고객보다 먼저 주주에게 신경을 쓰도록 강요합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고객을 주주보다 우선으로 했고, 직원들을 우선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느냐고요? 그들은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률에서 GE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Weekly BIZ][Cover Story] '왜'를 알아야 진심으로 움직인다
    사이넥씨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도 '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회사들이 제시한 '무엇을'을 보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왜'에 마음이 동해 구매한다. 제품 설명서에 아무리 좋은 스펙이 나열돼 있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머리로 구매하지 않고, 가슴으로 구매한다.

    사이넥씨는 이런 메커니즘을 뇌의 진화에서 찾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서 마지막으로 출현한 영역은 신피질이다. 그가 주장한 골든 서클의 '무엇을'에 해당한다. 골든 서클의 가장 안쪽 부분 즉 '왜'는 변연계(邊緣系)를 구성한다. 변연계는 신뢰와 충성심 따위의 모든 감정을 담당한다. 사람은 변연계에 의해 일단 결정을 한 다음 단계에서야 신피질 수준에서 상세 정보를 검토한다. 따라서 종업원이든 소비자든 사람을 설득하고 신뢰를 심어주려면 '왜'에서 출발해야 한다.

    "카리스마는 에너지와 관련이 없습니다. '왜'의 명료함에서 나옵니다. CEO의 임무는 '왜'의 전형을 보여주고, 조직에서 '왜'가 줄줄 흘러넘치게 하는 겁니다."

    '왜'를 잃어버린 소니

    ―'왜'를 잃어버린 회사를 꼽는다면요?

    "소니가 떠오르네요. 소니도 처음엔 '왜'에 집중해서 시작한 기업이었습니다. 창업자 아키오 모리타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베풂, 공헌, 그리고 일본산(産) 물건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몸집이 커지고 아키오 모리타가 작고하고 나서 소니는 몸집 키우기와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니는 한때 전 세계 혁신의 선두 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소니는 그저 많은 전자기기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왜'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건 삼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문을 돌렸다. "우리는 삼성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삼성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애플 마니아'임을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그들은 애플의 로고를 차에 붙이고, '나는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을 과시하려 합니다. 반면 삼성은 그저 또 하나의 회사나 브랜드로 취급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삼성의 '왜'가 기업 내에서 충분히 소통되지 못하거나, '왜'가 뚜렷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워합니다.

    "그게 바로 훌륭한 '왜 타입'의 리더가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하는 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기쁨과 보람을 갖고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도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세우겠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습니다. 창업자들이 그리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를 바탕으로 창업한 겁니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조직에 속함으로써 보람과 의미,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요건] ②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

    '상대방 신발 신어보는' 마음으로 他人과 대화… 사회적 협동성 늘어나

    크르즈나릭씨는 이웃에게서 얻었다는 방울 토마토와 직접 끓인 수프를 내왔다. 부엌 식탁에선 유리문을 통해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였고, 고양이가 이따금 다가와 재롱을 피웠다.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이제까진 많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습니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에 기반해서 살아왔지만 이젠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에게 웰빙을 가져다줄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우리에게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요즘 저는 거의 매일 전 세계에서 강연 요청 메일을 받고 있어요. 왜일까요? 공감은 협동을 가능하게 하고, 팀워크를 원활하게 만들어 조직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연민은 어떻게 다른가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영미권에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본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동정은 그저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거예요."

    노숙자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대화입니다. 대화는 편견을 넘어서 타인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게 하는 시발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배달하러 오는 사람이나, 당신이 빵을 사는 빵 가게 주인 등과요. 고용주와 고용인이 갈등 관계에 있을 때 그들이 각각 상대방이 한 말을 한 번 더 되풀이해서 따라 하는 것만으로 갈등의 양상이 줄어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 짧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옥스퍼드 뮤즈'에선 100여명의 기업인이 100여명의 노숙자와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가장 용감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같은 문제를 놓고 일대일로 이야기해 보는 겁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2주 전에 대형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 캠페인에 참가한 수천 명의 사람이 다 함께 닷새 동안 단지 1파운드로 생활을 해 보기로 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구 상엔 10억명이나 됩니다.

    셋째는 제가 '팔걸이의자에 앉아서 공감 능력 키우기'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다른 문화권과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혹은 다른 세대에 대한 공감도요. 한국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감독)이 제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텍스트였던 것처럼 말이죠. "

    ―학교는 어떻게 공감 능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저는 공감도 학교에서 하나의 교과목으로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감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 지수의 핵심일뿐더러 창의력을 키워주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감 능력 기르기 교육은 캐나다에서 시작됐습니다. '공감의 뿌리'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그 방법은 아주 훌륭해요. 교실에 아기를 데려오는 거죠. 그럼 5~10세쯤 되는 학생들이 아기 주위에 둘러앉아서, '아기가 왜 울지?' '왜 웃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겁니다. 즉, 아기의 신발을 신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 봅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그 학생은 어떤 느낌이 들까?' 같은 식으로 말이죠. 효과는 놀라웠어요. 공감 능력과 사회적 협동성은 증가했고, 학교 폭력과 따돌림은 줄어들었어요. 저는 학교에서 이런 교육 방법이 정규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을 할 때 감정적이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공감엔 감정적 공감, 그리고 인지적 공감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감정적 공감은 물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지적 공감은 타인이 느끼고, 요구하는바, 타인의 입장을 정말로 이해하는 속성입니다. 인지적 공감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올려줍니다."


    [리더십의 요건] ③ 바버라 켈러먼 교수의 '존중'

    존중할 때… 팔로어는 헌신한다

    팔로어들 힘 세지고 독립적으로 변해…명령하는 리더는 더이상 설 자리 없어…상호 신뢰 쌓아야 열린 마음으로 협력

    2007년 미국 사업가 밥 채프먼씨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작은 포장용 기계 회사 헤이슨샌디어커를 인수해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을 면담하고 충격을 받았다. 27년간 공장에서 일한 한 직원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그 직원은 "제가 진실을 말해도 내일 출근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직원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바버라 켈러먼 교수
    바버라 켈러먼 교수
    "사장님, 가끔 출장을 갔다가 공장에 다시 돌아오면 자유가 몽땅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계속 따라다니며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요.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고, 퇴근할 때마다 출퇴근 카드를 찍어야 합니다. 집에 전화할 때도 공중전화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부품 창고는 자물쇠가 채워진 창고에 보관돼 있어서 사용할 때마다 담당 직원에게 열쇠를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채프먼 사장은 곧바로 인사팀장을 불러 출퇴근 시간기록계를 없애고, 직원들 모두 언제든 회사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창고 문을 개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마치 한집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채프먼이 즐겨 쓰는 용어로) '머리와 가슴'을 모두 헌신할 수 있었고,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사이먼 사이넥씨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 나오는 일화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함을 느끼면, 긴장이 이완되고 열린 마음으로 신뢰하고 협력하게 된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에선 안전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 회사에선 협박, 망신, 고립, 바보가 된 기분, 무력감, 배척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급선무가 되고, 뭔가 창의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조직 '내부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면, '외부 위험'에 대한 전체 조직의 대처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직원들이 더욱 이기적이게 되고, 서로에 대해, 회사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는 얘기다.

    바버라 켈러먼〈사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사이넥씨와 다른 근거로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과거엔 의사가 환자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주면 환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환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다음 '왜 당신은 나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준 건가요? 파란 약이 더 효과적이라는데요'라고 따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점점 과거와 같은 통제형, 전제 군주형의 리더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그는 이런 변화에도 기존 리더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리더십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미국 의회엔 입법자들이 535명이나 있지만, 의견 일치를 이루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만 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 못지않게 팔로어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왜 많은 사람이 리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걸까요? 리더는 팔로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미국에선 시민 윤리라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과목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리더가 되는 방법만 배우려고 하고, 아무도 팔로어십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리더십 시스템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①리더 ②팔로어와 다른 플레이어(시민단체, 언론 등) ③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그것이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십을 논할 때는 이 세 가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리더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리더십을 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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