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요즘 "할인도 안 먹혀"

수정: 2014.07.09 21:39
등록: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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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점 규제와 의무휴업 등 여파 3사 매출 8분기 연속 감소

올 상반기도 월드컵 특수 못 살려

온라인몰·근거리 편의점 활용 등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에

일부선 "성장성 한계" 진단

수정주요대형마트매출신장률

주요 대형마트 매출신장률/2014-07-09(한국일보)

서울 상도동에 사는 주부 김영례(68)씨는 2주에 1번 가던 대형마트를 이제 3주에 1번 정도 간다.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를 방문하려고 해도 차를 타고 가야 해 부담스러웠는데, 딸에게서 온라인쇼핑하는 요령을 배운 다음부터는 쌀 화장지 세제 샴푸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때문이다. 박스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과일 매실 마늘도 스마트폰으로 산다. 김씨는 “마트에 가면 주차도 힘들고 가격도 그리 싸지 않아 박스 단위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주로 온라인을 이용한다”며 “대형마트는 균일가, 행사상품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지금 할인 중이다. 황금연휴, 월드컵 등의 특수가 있었지만 대형마트의 매출은 회복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큰 규모의 할인 행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마트는 9일까지 삼겹살 계란 우유 등 신선식품을 생필품을 최대 50%할인한 데 이어 16일까지는 수박 천도복숭아 등 제철과일과 바캉스 용품 등을 최대 반값에 선보인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6일부터 3주에 걸쳐 평소보다 규모가 3~4배 큰 초대형 행사를 시작한 데 이어 16일까지 2주간 3,000여개 품목 450억원 규모의 물량을 최대 50%할인하는 통큰 세일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다음 주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준비 중이다.

6월 한 달간 지방선거가 낀 황금연휴와 월드컵 특수에 부풀었던 대형마트의 성적은 초라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매출이 3.62%, 방문객은 3.52% 감소했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5.8%나 매출이 줄었고, 롯데마트도 6월말 1,000여개 품목을 할인하는 ‘땡스위크’까지 진행했지만 6월 매출은 3.3%나 줄었다.

대형마트 매출감소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출점규제와 의무휴업이다. 2012년 4월 시작된 의무휴업 이후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8분기 연속 감소했고, 올 상반기 매출 역시 계속 줄어들어 9분기 연속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세월호 참사 여파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대형마트의 고민이 그만큼 깊어가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보통 기저효과로 인해 한 해 실적이 좋지 않으면 다음해에는 나아지기 마련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악화되면서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 닥친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까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생필품 하면 그래도 대형마트에서 대량구매하는 게 싸고 편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점점 더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필요한 만큼 온라인이나 근거리 편의점 등에서 구매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옥션 식품리빙실 고현실 실장은 “생필품 신선식품 등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이 다양해진데다 마트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과 소셜커머스, 편의점 등에서 식품, 생활용품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옥션의 상반기 냉장 냉동식품 판매는 20%늘었고, 식품과 생활용품 전체 매출도 각각 12%, 10%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6월말 기준 식품과 생활용품, 육아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나 증가했다. 20, 30대 여성들이 주 고객인데 이를 겨냥해 티몬은 최근 생필품을 국내 최저가 수준에 판매하는 생필품 끝장세일 특별관을 열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던 대용량 생수 매출이 올해는 48.4%를 차지하고 있고, 찌개류와 소용량 반찬도 각각 29.3%, 10.2% 늘었다. 또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도 1+1 행사 매출은 86.3%나 증가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주로 신규 출점의 영향이 컸는데, 출점규제로 인해 매출성장 기회가 줄었고, 기존 점포에 대한 규제도 늘어난데다 전반적인 소비위축과 온라인 등 대체 채널 등장으로 인해 성장성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임교수는 이어 “해외진출을 비롯해 국내 소상공인들과 협력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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