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점심값 6배', 비싼 비빔밥에 중국인은 왜 열광하나?

[창간기획-체인지 차이나, 찬스 차이나 4-1]'식품안전·건강' 중시...비싸도 K푸드 찾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오승주 기자 |입력 : 2014.07.09 06:10|조회 : 7466
중국인들의 입맛은 까다롭기로 소문 나 있다. 네발 달린 것은 의자 빼고 다 먹는다고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재료의 음식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이처럼 음식에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중국인들이 요즘 먹거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 '안전'과 '프리미엄'이다. 먹는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중국은 다시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자국 식품에 대한 불안감도 중국인들이 아무거나 먹지 않으려는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전성에서 중국 업체보다 '한 수 위'인 한국 식품업계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프리미엄 한국 음식점은 '문전성시'
중국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CJ의 비비고 한식매장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로 치면 강남 테헤란로 부근인 궈마오 지역의 비비고 매장은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에 찾았다. 이 비비고 매장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낮 12시부터 늘어선 줄이 오후 2시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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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비비고 베이징 궈마오점에서 한식을 먹기 위해 점심시간에 줄을 서 기다리는 중국인들/베이징(북경)=오승주기자

최창욱 비비고 매장 경리(과장급)는 "2013년 4월 개장부터 프리미엄·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며 "신선하고 건강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맛집으로 소문나 정착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 발 디딜 틈 없다는 설명이다.

비비고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우리엔씨(28)는 "1주일에 2번 정도는 꼭 온다"며 "한국 음식이 입에 잘 맞고 매장 분위기도 깔끔한 것이 마음에 쏙 든다"고 밝혔다.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불고기비빔밥. 한 그릇에 60위안(1만200원)으로 중국 점심 값치고는 엄청나게 비싼 편이지만 하루 40 그릇 이상 팔려 나간다. 여름에는 삼계탕(128위안·2만2000원)도 인기 품목.

최 경리는 "베이징에서는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면 10위안(1700원)으로도 가능하다"며 "이런 베이징에서 60위안을 훌쩍 넘는 비비고 메뉴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의 고급 음식이라는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 외식사업은 KFC와 피자헛 등 미국계 프랜차이즈와 훠궈와 베이징덕 등을 내놓는 중국 프랜차이즈의 대결 양상이다. 여기에 일본과 한국 외식업체가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 경리는 "한국 외식업계가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고급화 전략"이라며 "식재료와 서비스까지 한 단계 수준을 높인 프리미엄 전략은 한국 음식점이 비교 우위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현지화에 프리미엄 입히니 고객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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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명 쇼핑몰 한 가운데 자리잡은 파리바게뜨 '더 플레이스'점의 모습/베이징(중국)=오승주기자
야경이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메카'로 꼽히는 베이징의 유명 쇼핑몰 '더 플레이스'(The Place). 이 쇼핑몰 한 가운데 위치한 파리바게뜨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맛있는 빵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에 비해 30% 가격이 비싼데도 늘 손님들로 붐빈다. 지난 18일 오후 4시에 찾은 매장에는 20~30명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만 125개 점포를 운영한다.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만리장성을 넘었고, 최근에는 고급화에 고품질까지 입혀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임희준 SPC그룹 베이징 총경리(부장급)는 "현지화 전략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식문화를 집중 연구했다"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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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유명쇼핑몰 '더플레이스'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에서 중국인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베이징(중국)=오승주기자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프랑스 수입 밀가루로 만든 정통 바게뜨와 벨기에산 버터를 사용한 빵으로 고급스런 이미지 심기에도 주력했다. 최근 출시한 점포에서 직접 짜주는 천연주스도 반응이 뜨겁다.

파리바게뜨와 쌍벽을 이루는 CJ푸드빌 뚜레주르는 베이징 왕징에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결합시킨 '베이커리 레스토랑'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장훈 CJ 베이징 부총재(상무급)은 "중국은 프리미엄 먹거리 시장의 성장성이 하루가 다를 정도로 가파르다"며 "프리미엄 아이디어가 없으면 곧바로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G2의 입맛이 고급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는 중국인들의 자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멜라민 분유와 쥐로 만든 가짜 고기 등으로 중국인들의 자국 식품 불신은 극에 달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식약품 위법 신고건수는 27만 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평균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체 신고건수의 70%가 식품 분야다. 중국 당국이 식품안전에 팔을 걷고 나서는데도 여전히 불량 식품이 활개치고 있다.

지난해 4월3일에는 중국 인민망이 장쑤성의 창저우시에서 하수구 기름으로 만든 식용유 6600㎏을 적발해 충격을 줬다. 올 1월에도 후베이성에서 유황 같은 유해한 화학원료로 만든 가짜 백주를 25만 병 생산해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수록 한국 식품의 인기는 반대로 높아진다. '한국의 맛'을 고집한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지난해 누적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급속도로 늘어나는 온라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타오바오'와 손잡고 타오바오몰 내에 농심 직영점도 열었다.

올 들어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동북 3성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서부내륙의 시안과 충칭 지역 등을 적극 공략한다는 포부다. 농심은 올해 중국 매출 목표를 지난해 보다 32% 늘어난 1억8500만 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려면 한국 식품이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식품이 현재 몇몇 영역에서는 경쟁 우위에 있지만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하지 못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식품이 중국에서 반짝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려면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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