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척한 `스마트홈`… 구글ㆍ애플에 당했다

구글-애플 하반기 상용화… “한국서 개념 제시하고도 주도권 내주는 상황” 비판 

박지성 기자 jspark@dt.co.kr | 입력: 2014-07-02 18:58
[2014년 07월 03일자 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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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개척한 `스마트홈`… 구글ㆍ애플에 당했다

`스마트홈' 시장 전면전을 앞두고 구글과 애플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정내의 조명, 도어락, 온도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홈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에 이어 제2의 사물통신(IoT)로 부상할 조짐이다. 우리나라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은 가전과 스마트기기 중심의 스마트홈 개념을 먼저 제시하고도, 또다시 구글-애플 글로벌 공룡에게 플랫폼 주도권을 통째로 내주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각각 개발자대회에서 선보인 스마트홈 관련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반기 본격 상용화에 나서, 사물통신 시장에서 격전이 예고된다.

애플과 구글이 추구하는 스마트홈은 스마트폰을 `허브'로 활용해 통신이 탑재된 가정내의 잠금장치, CCTV, 조명, 난방, 에어컨, 전력계 등을 조정한다. 넓게는 TV와 게임기, 세탁기 등 가전기기까지 제어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집에 들어가기 20분 전 스마트폰을 실행해 에어컨을 미리 가동해 놓고, 세탁기를 구동하는 식의 생활이 가능해진다. 시장조사업체인 ABI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오는 2019년까지 60억달러(약 6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홈은 현재 초기 시장으로서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가고 있는데, 구글과 애플은 하드웨어에 앞서 미리 SW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구글은 파격적인 플랫폼 개방을 통한 생태계 확산 전략을 선택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32억달러(3조원)를 들여 인수한 네스트랩스(NestLabs)는 최근 핵심 SW플랫폼을 공개하고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회사는 월풀, 벤츠, 로지텍 등 다양한 기업의 제품들이 네스트앱과 연결해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구글안드로이드의 개인비서서비스인 `구글나우'와 연동해 향후 핵심 서비스로 키워간다는 목표다.

애플은 지난달 개발자대회(WWDC)를 통해 스마트홈 플랫폼인 `홈키트'(HomeKit)를 공개했다. 홈키트 역시 가정 내 다양한 센서와 통신모듈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별도 앱 없이 운영체제 자체에 내장돼 있어 이용자는 `시리' 음성인식 등을 통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을 비롯해 필립스, 오스람 등 가전 업체들은 물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 등 칩셋 업체들과도 폭넓은 제휴를 선언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구글과 애플의 SW플랫폼 장악을 통한 시장선점 전략은 국내 이통사와 제조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1년 CES 등 전시회를 통해 스마트홈을 중요한 미래비젼으로 제시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통 3사 역시 꾸준히 관련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핵심 표준과 플랫폼을 장악하기보다는 판매하는 통신 또는 가전기기 연결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우수한 통신기술과 상품 개발 능력을 갖추고도 `두뇌'를 개발하지 못해 결국 사업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에게 빼앗겨버린 스마트폰 시장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광근 한국스마트홈협회 연구표준본부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인 국내 시장에서도 스마트홈 산업이 소비자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 주도권을 위해서는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간 협력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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