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손정의 회장, 알리바바 3000배 대박 신화

마윈 회장 창업 직후 204억 과감한 투자…“도요타 누른다” 거침없는 행보

일본의 인터넷·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중국 알리바바, 미국 스프린트·야후재팬 등 굵직한 회사의 주주이고 궁호온라인(일본 게임 업체), 롄롄(중국 소셜 네트워크), 징가(일본 최대 웹 포털) 등 1300여 개의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동양의 빌 게이츠’, ‘아시아의 통신 거물’, ‘일본 최고 부자’, ‘도전의 아이콘’에 이어 ‘아시아의 워런 버핏’까지 그를 묘사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연이어 ‘대박’ 신화를 써 가고 있는 일본 국적 한국계 3세 경영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세계가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마다 기대 이상의 승전보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 비결을 분석해 보면 ‘직관적인 판단력’과 ‘과감한 뚝심 경영’의 조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손 회장은 ‘미래를 보는 눈’이 빠르고 정확하다. 그의 투자 철학에 대해 이와이코스모홀딩스의 도모아키 가와사키 애널리스트는 “그는 (될 성싶은) 씨를 심어 놓고 잘 자라기를 기다릴 뿐”이라며 “그 좋은 예가 알리바바”라고 설명했다. 


탁월한 투자 감각…“아시아의 워런 버핏’
손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회사를 창업한 이듬해인 2000년 그를 만났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를 창업하기 전 중국 정부 기관의 관광 가이드 일을 했다. 이때 만난 제리 양 야후 창업자가 마 회장과 손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리고 손 회장은 마 회장을 만난 지 불과 6분 만에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204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마 회장의 중국 전자 상거래에 대한 비전과 가능성을 단박에 알아본 것이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이후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중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 타오바오의 주식과 야후가 갖고 있던 알리바바의 주식을 맞교환해 투자액을 늘렸다. 

이후 손 회장의 기대처럼 알리바바는 지속적으로 연 50% 이상의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마 회장은 소프트뱅크·야후라는 일본·미국 기업이 알리바바 주식의 대부분을 쥐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마 회장은 야후 보유 주식을 되사오려고 시도했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마 회장은 2011년 11월 우호적인 손 회장과 손잡고 경영난에 빠진 야후를 대상으로 알리바바 주식 쟁탈전을 벌였다. 야후로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손 회장의 제안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리바바는 상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얼마로 할지에 대해 손 회장 측과 야후의 주장이 달라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마 회장은 손 회장의 밀어붙이기식 뚝심을 추진력 삼아 포기하지 않은 결과 마침내 2012년 5월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의 40%를 71억 달러(7조3000억 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때 야후의 수중에 남은 알리바바 주식의 24% 중 절반인 12%를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때 알리바바에 매각하거나 시장에 내놓기로 합의했다.

결국 알리바바는 지난 5월 6일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관련 서류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평가액에 따라 중국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미국 역사상 최대 IPO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2013년 250조 원에 달하고 기업 가치는 1680억 달러(1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의 지분율 34.4%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 손 회장은 578억 달러(59조 원)라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투자액의 3000배 수익이다. 손 회장은 투자 귀재 반열에 오르며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란 칭호를 얻게 됐다.

손 회장에게 2014년 5월은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알리바바의 상장 준비 서류가 제출된 다음 날인 5월 7일 소프트뱅크의 2013 회계연도 결산에서 처음으로 업계 1위 NTT도코모를 제쳤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순이익이 5270억 엔(약 5조3079억 원)을 기록해 NTT도코모의 4647억 엔(약 4조6804억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손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006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했을 때 10년 안에 도코모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것을 달성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아이폰 선제 도입과 파격적인 요금 인하 등 ‘한 발 빠른’ 공격 경영에 따른 성과로 평가된다. 시간을 되돌려 무선 사업 초기 아이폰 독점 계약 건에서도 알리바바 ‘6분 투자 결정’과 비슷한 영민함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월 있었던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회장과 처음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아이폰 최초 모델인 아이폰 2G가 공개되기 2년 전인 2005년에 손 회장은 애플과 잡스를 주목했다. 손 회장이 보다폰재팬을 인수하며 무선통신 사업을 막 시작하려던 때였다. 그는 “누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는 오직 한 명,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했다. 그 근거는 당시 유행했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기능성과 디자인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손 회장은 곧바로 잡스에게 전화를 걸고 샌프란시스코로 찾아갔다. 그의 손에는 아이팟에 전화 기능을 얹은 직접 그린 그림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손 회장은 잡스에게 이런 전화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잡스는 “당신 그림은 필요 없어”라며 “이미 우리도 설계하고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직 아무한테도 (휴대전화 제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며 놀라워했다.

손 회장은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전화기가 아닌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를 구상했고 이런 기기의 제작을 잡스에게 의뢰하러 간 것이었다. 손 회장과 잡스는 만난 적도 없었지만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그러면 일본 시장의 휴대전화 독점권을 내게 주시오. 자, 바로 여기 종이에 사인합시다”라고 말하자 잡스가 혀를 내둘렀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손 회장은 아이폰 독점권을 따냈고 아이폰은 일본 통신 업계에서 소프트뱅크의 성장 기반이 됐다.


NTT도코모 밀어내고 업계 1위 등극
손 회장의 꿈은 원대하고 끝이 없다. 그는 2011년 방한했을 때 “30년 내에 시가총액 200조 엔, 세계 10대 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각오가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2006년 무선통신 사업을 시작할 때 공언했던 NTT도코모를 넘어서겠다는 야심을 실제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10대 기업을 향한 그의 도전도 목표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미국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하며 매출 기준 세계 3위 통신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미국 T모바일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중국 차이나모바일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한편 한번 하겠다면 끝까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손 회장의 뚝심은 신사업인 태양광 사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손 회장은 탈핵을 향한 신념을 불태우며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회사 SB에너지를 설립했다. 2011년 10월 창립 당시만 해도 소프트뱅크가 수천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설립 후 불과 3년도 안된 현재 SB에너지는 일본 각지에 태양광발전소 10개를 만들었고 홋카이도·시마네현·시즈오카현 등에 8개의 태양광·풍력발전소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게다가 2016년부터 SB에너지와 같은 특정 규모의 전기 사업자도 소매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이라는 호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국 지역별로 하나의 전력 회사가 지배하는 독점 체제가 깨지고 일본 전력 시장이 전후 60여 년 만에 처음 자율 경쟁으로 바뀐다. 소매시장이 열리는 순간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법 개정으로 개방되는 발전 시장의 총 규모를 7조5000억 엔 정도로 예상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통신 시장(17조 엔)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리고 지난 5월 7일 밝힌 손 회장의 새로운 포부가 또 한 번 화제다. NTT도코모를 꺾은 ‘승전 기념일’인 이날 손 회장은 “다음 목표는 도요타다. 우리는 결코 2위, 3위에 만족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의 막강한 기업들을 하나씩 쓰러뜨릴 뿐만 아니라 해외 유망 기업을 하나둘씩 인수하며 세계 최고 기업을 향해 돌진하는 동안 손 회장은 스스로의 가치를 점점 세계 정상급으로 높여가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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