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 ③손봐야 할 정부 재난대응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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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05 06:35:06 | 최종수정 2014.05.05 09:01:57 |
대형재난마다 초기대응 실패…세월호 사고서도 되풀이
"현장 `캡틴`에 전권 이임해야"…"국가안전처는 `재난매니저` 역할해야"
"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데 왜 선체로 올라가 구조작전을 펼치는 구조대원이 별로 보이지 않는가?, 사고 초기에 왜 잠수사가 대거 투입되지 않았는가?"
세월호 사고 초기 화면을 본 이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총동원됐어야 할 해양경찰청의 특공대와 잠수사는 타고 갈 헬기가 없었다. 출동 가능한 헬기 한 대는 소수 구조원만을 태운 채 먼저 이륙했고, 나머지 헬기는 당장 동원할 수 없는 상태와 거리에 있었다. 이 경우 현장 지휘를 맡은 해경은 119구조본부의 헬기를 신속하게 불러야 했다.
그러나 해경과 전남119, 전남119와 중앙119 사이에 신속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119는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최초 신고로부터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헬기를 출동시키고 전국 119조직에 헬기 동원 지시를 내렸다.
군과 민간·자원봉사 잠수사의 동원도 느렸다. 해경에 따르면 첫날 동원된 잠수사는 20명에 불과했다.
`안전`을 강조한 현 정부가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재난대응체계를 만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 초기대응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 엉터리 발표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장 대응력 부재
사회재난 총괄부서인 안행부는 사고 첫날 대형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렸으나 시작부터 허둥댔다. 잘못된 수치의 구조인원을 발표했다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엉터리 발표보다는 초동대응 실패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초동대응 실패 원인은 우선 해경, 소방방재청, 해군 등의 자료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장 지휘탑인 해경의 역량과 준비 부족이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기울어진 세월호에 접근하고서 진입 및 구조 작전을 펴지도 못했고, 군을 포함한 다른 기관과 민간에 요청해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집결해 일사불란한 작전을 전개하지도 못했다. 해경의 이런 엉성한 재난 대응 때문에 인명 구조에 필수적인 헬리콥터는 물론 잠수사들이 뒤늦게 도착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부의 안전·재난 총괄기구들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 `점검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는 수시로 내리지만 재난 현장에서 대응기관이 신속하게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놓지 못했다.
예컨대 안행부가 주도하는 범정부 안전정책 조정기구인 안전정책조정회의는 작년 9월말 제6차 회의를 열어 서해훼리호 침몰 등 과거 대형재난을 분석해 `후진국형 대형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했으나, 그런 형식에 그친 대책회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로부터 여섯달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정상만 방재학회장(공주대 교수)은 "사고가 나면 현장 책임기관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행부 등 중앙 컨트롤타워는 미리 이런 체계를 만들고, 재난이 터지면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성도, 권한도 부족한" 재난대응 총괄기구
현 정부 재난대응 체계의 주축은 안정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본 뜬 소방방재청을 만들었지만, 청(廳)이라는 `지위의 한계`로 범정부 차원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로 개편하면서 재난 대응 총괄기능이 분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다시 안행부로 바꾸고 범정부 안전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했으나,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의 총괄기능을 각각 안행부와 방재청으로 나눠 맡도록 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었다.
`안전`이라는 중책을 맡은 안행부는 전문인력 확보·양성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스스로 취약성을 인식해 3년 전에 방재안전직렬을 양성해 소방방재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두선`에 그쳤다. 행정관료 체제의 한계를 떨쳐내지 못했다.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모두 전문성과 의지, 권한 부족으로 정부 내 재난안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 "재난 현장 `캡틴`에 전권 위임하라"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캡틴은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원역할을 했다.
세월호 사고로 초동 대응의 허점과 `부처 간 칸막이`로 막힌 재난 대응이 확인된 상황에서 미국처럼 재난 때 인명 구조의 지휘권을 현장 캡틴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동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재난관리공학)는 "재난의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를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오랜 연방제 전통 아래 주지사가 군대(주 방위군)까지 동원할 수 있는 미국과 중앙집권 성향이 강한 한국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찰·소방·방재 책임자는 모두 주지사 아래에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주지사의 지원을 받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경이나 119 구조대는 의사결정에 제약이 크다.
실제 전국 119구조본부는 소방방재청 소속의 중앙119와 연계돼 있어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각 시도에 속해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가 `제약`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서 현장 대응기관의 지휘력을 강화하려면 재난안전 사령탑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재난이 터졌을 때 누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획하고 이를 훈련시키는 등 확실한 공조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소에 `재난관리(emergency management)`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국가안전처, `재난 매니저` 역할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더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서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전담부처를 설치해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다시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를 합치고 여타 기능이 부가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안전처는 미국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DHS)와 방재정책 코디네이터 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의 중간 수준의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재난관리의 중심은 예방, 대응, 복구 가운데 예방에 방점이 찍힌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주 업무도 예방이다.
박 대통령도 재난 예방과 대비훈련에 적극 투자하라고 당부했다.
새로 생길 국가안전처가 평소 누가(정부 각 기관) 무엇을 할지에 대해 명확하고 분명한 계획을 만들고 재난 현장에서 작동 가능여부를 점검하고 훈련하는 `재난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학에서 재난관리학 교수를 지낸 윤동근 교수는 "국가안전처의 기능이 중앙에만 있으면 현장에서는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위만 보게 된다"며 "지방 정부에도 비슷한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 `캡틴`에 전권 이임해야"…"국가안전처는 `재난매니저` 역할해야"
"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데 왜 선체로 올라가 구조작전을 펼치는 구조대원이 별로 보이지 않는가?, 사고 초기에 왜 잠수사가 대거 투입되지 않았는가?"
세월호 사고 초기 화면을 본 이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총동원됐어야 할 해양경찰청의 특공대와 잠수사는 타고 갈 헬기가 없었다. 출동 가능한 헬기 한 대는 소수 구조원만을 태운 채 먼저 이륙했고, 나머지 헬기는 당장 동원할 수 없는 상태와 거리에 있었다. 이 경우 현장 지휘를 맡은 해경은 119구조본부의 헬기를 신속하게 불러야 했다.
그러나 해경과 전남119, 전남119와 중앙119 사이에 신속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119는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최초 신고로부터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헬기를 출동시키고 전국 119조직에 헬기 동원 지시를 내렸다.
군과 민간·자원봉사 잠수사의 동원도 느렸다. 해경에 따르면 첫날 동원된 잠수사는 20명에 불과했다.
`안전`을 강조한 현 정부가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재난대응체계를 만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 초기대응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 엉터리 발표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장 대응력 부재
사회재난 총괄부서인 안행부는 사고 첫날 대형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렸으나 시작부터 허둥댔다. 잘못된 수치의 구조인원을 발표했다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엉터리 발표보다는 초동대응 실패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초동대응 실패 원인은 우선 해경, 소방방재청, 해군 등의 자료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장 지휘탑인 해경의 역량과 준비 부족이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기울어진 세월호에 접근하고서 진입 및 구조 작전을 펴지도 못했고, 군을 포함한 다른 기관과 민간에 요청해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집결해 일사불란한 작전을 전개하지도 못했다. 해경의 이런 엉성한 재난 대응 때문에 인명 구조에 필수적인 헬리콥터는 물론 잠수사들이 뒤늦게 도착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부의 안전·재난 총괄기구들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 `점검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는 수시로 내리지만 재난 현장에서 대응기관이 신속하게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놓지 못했다.
예컨대 안행부가 주도하는 범정부 안전정책 조정기구인 안전정책조정회의는 작년 9월말 제6차 회의를 열어 서해훼리호 침몰 등 과거 대형재난을 분석해 `후진국형 대형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했으나, 그런 형식에 그친 대책회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로부터 여섯달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정상만 방재학회장(공주대 교수)은 "사고가 나면 현장 책임기관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행부 등 중앙 컨트롤타워는 미리 이런 체계를 만들고, 재난이 터지면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성도, 권한도 부족한" 재난대응 총괄기구
현 정부 재난대응 체계의 주축은 안정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본 뜬 소방방재청을 만들었지만, 청(廳)이라는 `지위의 한계`로 범정부 차원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로 개편하면서 재난 대응 총괄기능이 분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다시 안행부로 바꾸고 범정부 안전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했으나,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의 총괄기능을 각각 안행부와 방재청으로 나눠 맡도록 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었다.
`안전`이라는 중책을 맡은 안행부는 전문인력 확보·양성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스스로 취약성을 인식해 3년 전에 방재안전직렬을 양성해 소방방재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두선`에 그쳤다. 행정관료 체제의 한계를 떨쳐내지 못했다.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모두 전문성과 의지, 권한 부족으로 정부 내 재난안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 "재난 현장 `캡틴`에 전권 위임하라"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캡틴은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원역할을 했다.
세월호 사고로 초동 대응의 허점과 `부처 간 칸막이`로 막힌 재난 대응이 확인된 상황에서 미국처럼 재난 때 인명 구조의 지휘권을 현장 캡틴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동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재난관리공학)는 "재난의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를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오랜 연방제 전통 아래 주지사가 군대(주 방위군)까지 동원할 수 있는 미국과 중앙집권 성향이 강한 한국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찰·소방·방재 책임자는 모두 주지사 아래에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주지사의 지원을 받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경이나 119 구조대는 의사결정에 제약이 크다.
실제 전국 119구조본부는 소방방재청 소속의 중앙119와 연계돼 있어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각 시도에 속해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가 `제약`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서 현장 대응기관의 지휘력을 강화하려면 재난안전 사령탑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재난이 터졌을 때 누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획하고 이를 훈련시키는 등 확실한 공조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소에 `재난관리(emergency management)`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국가안전처, `재난 매니저` 역할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더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서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전담부처를 설치해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다시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를 합치고 여타 기능이 부가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안전처는 미국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DHS)와 방재정책 코디네이터 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의 중간 수준의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재난관리의 중심은 예방, 대응, 복구 가운데 예방에 방점이 찍힌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주 업무도 예방이다.
새로 생길 국가안전처가 평소 누가(정부 각 기관) 무엇을 할지에 대해 명확하고 분명한 계획을 만들고 재난 현장에서 작동 가능여부를 점검하고 훈련하는 `재난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학에서 재난관리학 교수를 지낸 윤동근 교수는 "국가안전처의 기능이 중앙에만 있으면 현장에서는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위만 보게 된다"며 "지방 정부에도 비슷한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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