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7일째, 거대한 은폐와 축소의 그림자

[민교협 정치시평] 세월호 사건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정재원 국민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5.02 10: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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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슬픔과 분노에 쌓여 있다.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거의 모든 단위에서 국가의 거의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터져 나왔다. 도저히 열거하기조차 힘들만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와 결탁, 거짓과 추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 중요한 것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국가의 무능력과 현장에서의 혼란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것은 이제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이 철저하게 밝혀지면서 상황은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선박사고 발생 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개발하고, 여론과 주의를 분산시킬 대체 기사도 개발해야 한다는 해양수산부의 노골적인 언론 대응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할 정도로 정부의 무능력과 거짓의 탑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 교신 자체가 없다던 해경의 말 바꾸기와 교신 기록 편집 및 삭제 의혹, 지상 최대의 작전이라는 말과는 정반대인 사고 초기 구조 상황에 대한 폭로로 인해 이제 심지어 남은 사람들을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갖게 할 정도로 극심한 불신을 낳고 있다. 
  
특히 구조 첫날 언딘 때문에 해경이 민간잠수부들, UDT(특수전전단), SSU(해난구조대) 등의 활동을 막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드러난 해수부와 해경, 청해진해운, '언딘'과의 수상한 관계에 대한 의문은 해수부와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과의 관계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점차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료 지배 집단에 대한 문제 제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소위 '관피아' 혁파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여론과 무관하게 혹은 이를 오히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거의 그 어떤 대형 재난 사고 시에도 보여주지 않았던 정부, 나아가 지배집단의 대처 방식의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 망언들, 그리고 국가의 위협 행위

국가의 총체적 무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멀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부 스스로도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따라서 향후 폭로될 수도 있는 문제들이 가져 올 심각한 파국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SNS의 발달로 인해 총체적인 은폐와 축소, 거짓이 대중에게 쉽게 통하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를 폭로하고 청해진해운과 세모 그룹과 회장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등 여론 진화를 위한 수습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과거의 그 어떤 재난 상황과 비교해도 괴이할 정도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엉망진창이었던 사고 수습과정과는 달리, 여론을 호도하고 단속하는 데에 있어서는 국가 기관들이 놀라울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해 점차로 진도 사고 현장을 넘어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사고 수습보다는 국민을 위협하거나 불안을 외부로 돌리는 일에 더 적극적이었다. 4월 22일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설을 대대로 선전했지만, 당일 날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묻는 공개 질문장과 세월호 참사 조의 등을 보내는 등 전혀 비상상황이 아닌 태도를 보였다. 현지에서는 너무나도 정당한 유족들의 항의를 막기 위해 상당수의 사복경찰을 배치하고, 시위로 진화하자 막아서서 채증까지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현장과 온라인상의 문제제기에 '유언비어 유포죄' 등으로 사법처리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부는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인터뷰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도록 직간접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  
  
군 의문사와 선거 개입 등에 대해 그렇게 미적거려왔던 국방부는 사고 초기에 미군 잠수함 충돌설 등과 같은 유언비어에 고소 고발할 것을 강조했고, 경찰과 검찰 역시 민간잠수사를 자처한 한 리플리 증후군 환자와 한 묶음으로 묶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엄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교육부에서도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에게까지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을 가했다. 
  
정부 부처가 전방위로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을 통제하는 정황도 밝혀졌는데, 방송사 인허가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인터넷 오보를 모니터링하여 이를 기준으로 방송을 통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정책국의 주요 임무로 '방송사 조정통제'를 부여했다. 해경 등이 참가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서 방통위는 '여론 환기'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방통위가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방통심의위의 문건에 따르면, 이 두 기관은 삭제, 접속차단, 시정요구, 수사 등을 실제로 실행하는 등 언론과 시민들의 의혹 제기를 강력하게 규제, 통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지침 때문인지 자기검열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론들은 현장의 진실을 보도하지 않아 유족들이 외신하고만 인터뷰를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추모 분위기가 불편했던 정부는 천암함 사건 때와는 정반대로 분향소를 전국에 설치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26일에야 분향소 설치를 명했는데, 안행부는 분향소 설치 장소를 '실내(청사)'로 제한하고 기초자치단체(시, 군, 구)에는 설치하지 말라는 지침뿐만 아니라 분향소 설치 비용은 지자체의 예비비로 해결하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국민들의 항의로 현재에는 이 방침이 무력화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천안함 때의 340 개소와 비교해 볼 때, 17 개소로 제한한 의미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추모 분위기의 진화를 막으려는 국가의 법제도적 제약과 함께 전개된 전략은 바로 '종북 좌파'와 '시위 선동꾼'론을 통해 기존의 수구 집단 뿐 아니라, 중간에 동요하는 집단들을 확보해서 향후 항의집회와 시위가 확대될 경우 대중들의 분열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집회와 시위를 조직하는 이들에 대한 '낙인찍기' 전략은 '순수한' 추모와 '불순한' 저항으로 구별지어 추모를 넘어 대중적 저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한기호의 망언을 시작으로 보수진영의 망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어 권은희 의원은 실종자 어머니를 선동꾼이라며 모욕했고, 송영선 의원은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며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망언을 자행했다. 이어 보수 논객 지만원은 '제 2의 5.18 폭동', '시체 장사' 운운하면서 유족들을 욕보였고, 피플뉴스 편집장인 서승만은 '북한의 사주를 받아 선전선동하는 종북 좌파의 연극'이라면서 '죽은 학생의 부모 중에 종북좌파가 있다면 애도도 할 필요가 없다'며 공수부대를 동원하고 수천만 죽여서라도 국가를 지켜야 된다고 떠벌이고, 심지어 자신은 죽은 아이들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등 천인공로할 망언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 실장은 국민의 분노에 대해 '분노조절이 불가능하거나 슬픔을 내면화하여 누그러뜨리지 못 하는 감정조절 장애에 함몰되어 있다'고 비아냥댔다. 
  
이러한 망언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망언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목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우리네 지배집단들은 다소의 편차만 있을 뿐 공통적으로 전 국민적 슬픔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짜증만 날 뿐이다. 걱정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일 뿐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고전적인 수법도 써 보았지만, 쉽게 먹히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사 그러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전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있는 유족들에게까지 정관계 인사가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현상은 분명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관료지배 권력

여객선의 사용연한을 20년으로 제한하고 5년 범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해상운송사업법' 조항을 MB정부가 30년까지 운행 가능하도록 완화한 것은 수많은 사고를 이미 예비한 거나 다름없다. 20년이나 된 노후화된 배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도 모자라 객실과 화물칸 등을 증축하는 등 용도를 바꿀 수 있게 허가하고, 그리고 화물과 차량 적재를 더 허용한 것 등은 안전 불감증 이전에 안전에는 관심 없는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이 바로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자본 간의 관계나 자본 권력에 대해서는 매우 날카로운 분석을 하곤 하지만, 자본과 결탁한 관료 지배의 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감각하다. 
  
집권 정당 교체와 무관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배 블록은 정당 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다. 지배 블록의 범위는 언론과 각종 정치 엘리트, 관료들, 전문가들, 그리고 이들과 여러 인맥으로 얽혀 있는 각종 사회 기득권 집단으로까지 확장되어 국가는 철저하게 이들에 의해 포획되어 왔다. 국가를 포획,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 과두지배세력들 중 중요한 집단인 관료지배집단은 정당 정치가 잘 작동하기만 하면 정책이 잘 작동할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 이후 국가의 공적 기능은 현저하게 약화되면서, 다양한 특권집단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들은 소위 민주정부로 일컬어지는 정권 교체 매커니즘과는 상관없이 혹은 별도로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공고화해 왔다.
  
바로 이러한 구조가 이번 참사의 중요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 언론들까지 갑자기 관료지배집단의 문제, 소위 '관피아'의 전횡을 대대적으로 문제시 삼고 있다는 점인데, 이들은 심지어 이러한 문제제기조차 자신들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조작하고 있다. '관피아'의 문제를 단순히 퇴직 고위 관료에 대한 '전관예우'의 문제인 것으로 축소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자주 공직사회의 비리나 철밥통 문제까지 뒤섞어 가며 공공성의 문제를 관료주의의 문제로, 정당한 규제의 문제를 관료주의적 규제의 문제로 왜곡시켜가며 이 순간에조차 자본의 이윤 극대화 논리와 맞닿을 수 있도록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독점이 기업과 관료 간의 결탁과 비리를 낳았다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여객선 노선의 독점권을 폐지하고 시장과 경쟁 논리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안은 결국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너무나 명확하다. 
  
초기에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던 해경 수사과장이 세모 그룹의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5년간 근무했다는 사실은 그러한 구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선급 전·현직 임직원들이 선박검사 권한을 이용해 선박설계업체와 해운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아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비단 해수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저들의 저항은 매우 집요하다. 지난해 원전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도 원자력발전산업계 구조적 유착관계를 근절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처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하고, 관리 사각지대가 없도록 정부의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원전 마피아 근절법'을 발의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1월 발의된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안'은 2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된 후 지금까지 의결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의원이 발의한 '원전비리 방지를 위한 원자력 발전 사업자 등의 건설·운영에 관한 관리·감독법안'도 4월 국회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관피아'의 폐해 중 퇴직자들의 관련 기관 취업을 막겠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업 제한 제도 역시 곳곳에 빠져 나갈 구멍들을 대거로 만들어 놓았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들에 재취업하는 것을 막는 취업 제한 기한은 2년에 불과하며, 퇴직 전 5년 간 업무와 관련 있는 업체로의 취업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각 기관들은 업무 관련성 심사에 걸리지 않도록 유관 기관으로 빼 주는 등 소위 '커리어 관리'를 해 준다. 업무 관련성을 심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실제로 취업을 제한한 경우는 전체 요건의 5~8% 정도에 불과하며,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재취업할 경우에도 과태료 처분은 대상자의 62%만 해당되었을 뿐 아니라, 부과된 과태료 금액은 최대 500 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변호사나 회계사 등 자격증이 있을 경우엔 해당 업체 취업 시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가 한창 들썩이던 지난 4월 28일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소위 '세월호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선박 안전과 관련한 법안들을 대거 통과시켰는데, 그 중에는 안전을 이유로 제한됐던 항구 내에서의 선박 수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게 하는 등 규제 완화 내용들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이 와중에 현재 선박 회사가 국내에서 선박을 발주하면 선박 건조 자금 대출 이자 중 3%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 약 500 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해양수산부는 이것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선박회사가 외국에서 선령 10년 미만의 중고 선박을 사 올 때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의 예만 보더라도 현재 저들이 선전하는 관피아 혁파론이 어떠한 결말로 나아갈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들이 계속 터져 나와 추악한 고리의 끝이 어딘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로 사라지게 되면 대안적 정책은 누더기가 되거나 상정도 집행되지도 않을 것이고, 입안되더라도 구멍과 퇴로는 곳곳에 있을 것이며, 본질적인 탐욕과 비리로 점철된 지배동맹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일베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젊은 반사회적 범죄자 집단들의 만행이다. 여성과 장애인, 호남사람들과 이주노동자와 같은 약자 혹은 소수자들, 그리고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자행하고, 그들의 고통을 희롱하는 일베는 이번에도 희생자 가족을 '유족충'이라고 칭하며, 심지어 죽은 여성에 대해 성적 모욕까지 가한 글에 낄낄거리며 댓글들을 달았다. 최근에는 청와대 사이트에까지 국민들이 항의 글을 올리자, 그 곳에까지 가서 여론을 호도하는 분탕질까지 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이 미개하다고 했던 정몽준의 아들의 망언은 극우나 보수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어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범죄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서민들에 대한 공격 행위를 반영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함부로 날뛰게 하는 것은 바로 수구보수 정당과 국가 관료 그 자신들이다.
  
교육부 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은 것, 교육부 수행원이 유족들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한 것, 안행부 국장이 기념사진 촬영하자고 한 말, 복지부 직원들이 구급차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일, 목포 해경 간부가 80명 구했으면 대단하다고 한 말, 유한식 세종시장과 홍순승 새누리당 교육감 예비 후보 등이 폭탄주를 마신 일 등은 단순한 말 실수나 관례에 따른 실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지배집단의 감성 저 밑바탕에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무관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들이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상류 계급의 아들과 딸들이 300명이나 실종된 상태였다면 관례나 언행도 훨씬 조심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를 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제 3자의 입장에서 평론을 하다가 돌연 국무위원들 앞에서 사과를 했다. 대통령의 진도 방문 시 유족들의 항의는 화면에 나오지 않고, 박수치는 장면만 나온 기막힌 편집술은 최근에도 청와대가 '부탁'한 일반 조문객을 향한 연출된 위로의 사진은 멋있게 일간지들의 일면을 장식할 때도 발휘되었다. 진정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유체이탈화법이나 조작을 방조할 것이 아니다. 얼마나 '빽'이 대단한지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망자 명단에서조차 빠져 있던 비정규직 청년들의 장례비를 지원하지 않는 청해진해운의 행태가 보이지 않는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쉽게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의 비정상적 상황을 진정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한 그 어떤 약속도 다 거짓이다.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습니다.”

대통령이 과거에 했던 말이다. 머나먼 아프가니스탄의 알 수도 없는 지역에서 살해된 1명의 국민을 국가가 구하지 못 한 것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바로 대한민국 진도 앞바다에서 그 수 백 배에 달하는 국민을 구하지 못 한 상황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대통령은 진도에서 유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지금 오늘 여러분들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됩니다.”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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