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붙이고 싶은데..."
해수부, 이미 철수한 바지선에 황당 전화
[단독] 현대보령호 "정확한 상황파악 안된 증거"... 해수부 "순간적인 착각"
14.04.30 21:51최종 업데이트 14.04.30 21:51
▲ 해수부, 철수한 현대보령호에 "플래카드 붙이고 싶다" 황당 전화 | |
ⓒ 박정호 |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해상에서 이틀 넘게 대기만하다 철수한 대형바지선 현대보령호의 관계자는 29일 해양수산부 직원의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플래카드를 붙이고 싶은데 플래카드 붙일 사이즈를 좀 알려고 하니까'라고 해서, 제가 그랬어요. '우리 배는 벌써 부산으로 다 철수하고 상황 다 끝났다'고 하니까, '그러냐고'..."
진도에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오마이TV>와 한 통화에서 사고 현장 관련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한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런 걸 보면, 아직까지 정확한 보고체계라든지 상황파악이라든지 안 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이런 전화가 오는 거죠."
지난 22일 새벽 진도 해상에 도착했지만, 해경 측이 "바지선 추가 투입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24일 오전 진도를 떠나 부산으로 되돌아온 현대보령호. 처음부터 세월호 구조 작업에서 배제됐던 현대보령호 측에 전화를 한 해수부 직원은 바지선에 잠수사 응원 플래카드를 걸기 위해 배의 크기를 알아보다가 순간적인 착각으로 전화를 했다고 해명했다.
"현대보령호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던 거죠. 빨리 하려다 보니까 순간적으로 착각했었는데..."
현대보령호가 진도 현장을 떠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도까지 다녀오느라 경비 5000만 원만 날리게 된 현대보령호의 관계자는 언딘의 바지선 작업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현대보령호의 투입을 막은 해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앵커 줄이나 다이버 생명줄이 엉키는) 그런 부분은 없을 것 같은데 스페이스도 있어 보이고 들어가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는 했었죠. 해경 현장 지휘부에서는 해경만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고 해군에서 나오신 분도, 민간업체에서 나오신 분, 아마 언딘이 되겠죠. 그분들이 협의를 해서 결정을 내린 거니까 따라달라고 해서 저희는 거기에 대해서 별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특히 이 관계자는 바지선과 잠수사 등 모든 구조 역량을 집중했어야 했던 소조기 기간을 그대로 보낸 것을 너무나 안타까워 했다.
"소조기 때,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저희가 판단했을 때는, 저희들도 그쪽에서 작업을 나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다 물 건너 가버렸죠.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픈 거죠. 그때는 무조건 총력을 기울였어야 했어요. 우리가 작업을 해보면 소조기 때와 날씨가 좋을 때가 같이 받쳐줄 때가 거의 없어요. 그때는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였거든요. 다이버들도 '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도움도 못 주고 나오니까 마음이 아팠죠."
이어 이 관계자는 구조 작업을 언딘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위해서는 정부가 더 많은 민간업체를 구조 작업에 참여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보면 구조협회도 있고, 물론 언딘도 구조협회의 한 파트지만, 그래도 한두 개 정도 대표성, 전문성을 가진 민간업체가 참여 했었으면 좀 더 효과적인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박 대통령은 해결책으로 '국가안전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기본적인 세월호 현장 선박 현황조차 소홀히 하는 상황에서 부처 신설이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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