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해군과 해경 그리고 민간잠수사들이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 |
ⓒ 황대식 제공 |
"구조활동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한 명도 구조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엄청 든다, 피해자 가족을 볼 낯이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현장에서 민간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의 말이다.
황 본부장은 '요즘 고생 많으시죠'라고 묻자, "고생보다 성과가 없으니 면목이 없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은 해경이 민간잠수사의 투입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민간다이버가 오는 것을 막고 격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바다 상황이 워낙 안 좋다, 현장 안전을 도모하다 보니 베테랑 잠수사가 작업에 투입되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침몰 18일째인 3일 현재 찾지 못한 실종자만 74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신의 부패속도도 빨라질 뿐만 아니라, 시신 유실의 위험도 제기되고 있어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 황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수색작업은 총 7개 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군2팀 (UDT, SSU)과 해경 3팀(특수구조단, 해경특공대, 해경구조대) 그리고 민간잠수사 2팀(언딘 잠수사, 민간단체 지원 자원봉사자)으로 나눠 층별로 공략하고 있다.
"해난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하고, '민간잠수사' 육성해야"
▲ 민간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구난본부장의 모습 | |
ⓒ 황대식 제공 |
그는 구조작업이 더딘 것에 대해 "잠수사들이 물대포를 눈에 맞아가며 더듬어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면서 "다이빙시 조류는 1노트 이하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10노트가 넘는다, 정조나 조금 때도 3노트가 나오는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위험하다"고 말했다.
해난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그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면서 "구조구난시 민간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이 민간에게 이양할 부분은 이양하고 민간육성이 바람직하다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한다"면서 "다양한 군대경험과 산업경험을 가진 민간잠수사들의 자원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협력체계를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달 25일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 해경 등이 민간잠수사의 참여를 막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선수가 가야 한다. 라이프 라인이 5개다. 이를 타고 고도로 훈련된 작전 실행자가 들어가야 한다. 현장에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심해잠수사, 산업잠수기능사, 산업잠수사 자격을 소지한 현장 경험자가 들어가 작업 중이다. 극한상황인 만큼 국가가 인정한 자격자가 들어가야 맞다. 언론의 검증 없는 선정적인 보도가 걱정스럽다."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바다는 육지와는 다르다. 자연환경이 따라줬으면 좋겠다.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들이 물속에서 이뤄지는 잠수나 보편적인 것을 잘 모른다. 왜 라이프 라인 또는 세프티 라인(안전유도선)이 5줄밖에 없냐고 한다. 하루에 더 많이 할 수 있다면 왜 5개만 하겠나? 안 되니까 못하는 거다. 5개를 이용해 층별, 구역별로 나눠 들어가고 있다."
- 구조작업이 더디다. 현재 바닷속 상황을 말해 달라.
"잠수사들이 물대포를 눈에 맞아가며 더듬어서 바닷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육상에서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두 다리로 지탱이 어렵지 않나? 물속에서는 두 다리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물의 압력을 많이 받는다. 세프티 라인을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장비를 더듬어 구조물이나 실종자을 찾고 있다. 또 물이 차서 체온도 떨어지고 호흡도 가빠서 출수시간(바닷속에서 나오는 시간)도 한계가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쿠버는 공기가 떨어져 급상승해 나오기도 한다."
"후회와 원망... 피해자 가족 볼 낯이 없다"
▲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민간잠수사들이 입수를 준비중이다. | |
ⓒ 황대식 제공 |
- 실제 수색작업은 누가 하나?
"총 7개 팀이다. 해군2팀 (UDT, SSU), 해경 3팀 (특수구조단, 해경특공대, 해경구조대팀), 민간2팀(언딘 잠수사, 민간단체 자원봉사자)로 나눠 층별과 구역별로 공략해 자기 라인을 타고 들어가 수색 중이다."
- 표면공급식 잠수부만 투입 중이다, 스쿠버 다이버는 어렵나?
"어렵다. 레저다이빙처럼 사진 촬영하고 생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 촌각을 다투고 환경적으로 다이빙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이빙 하려면 파고높이 1.2m이내가 되어야 한다. 조류는 1노트 이하가 나와야 한데 지금 10노트가 넘는다. 정조나 조금 때도 3노트가 나온다.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보니 위험하다.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 유가족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구조활동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한 분도 구조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엄청 든다. 피해자 가족을 볼 낯이 없다. 대원들이나 도움 주러 오신분이 있는데 현장 사정이 나빠 역할과 임무를 못 줘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데, 죄송스럽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해난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나.
"우린 '태안 해병대캠프사고' 때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부처간 이기주의로 또다시 원점이다. 육상은 소방에서 잘 작동하지만 수난, 해양은 정치권이나 정부 국민으로부터 소외 받아 무관심의 대상이다. 그 사람들 역시 홀대와 소외 받고 있다. 2006년부터 법 개정을 요구해 4년 만에 통과됐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 구조원 하나 만들려면 500만 원 이상 든다. 보험이나 안전장치도 없다. 구조구난시 민간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관이 민간에게 이양할 부분은 이양하고 민간육성이 바람직하다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한다. 다양한 군대경험과 산업경험을 가진 민간자원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에서 고민해야 한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민간 자원봉사자는 누구 하나 안 시켰는데 진짜 위기대응 능력이 강하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 이번 기회에 이런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고 제도적인 문제, 정책적인 문제, 시스템의 문제 여러 가지를 혁신해 최적의 안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 사람 구하지 못한 원시적인 체계를 바로 고쳐야 한다. 이번 일을 잊으면 절대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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