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구단 소유해야 ‘신흥 부호’
[특별취재팀=홍승완ㆍ김상수ㆍ도현정 기자] ‘각본 없는 드라마’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스포츠 경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박진감과 희열을 준다. 세계의 부호들에게도 꿈이자, 희망이다. 중동의 오일머니부터 피자 배달로 일군 부(富)에 이르기까지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구단주들의 사연이 저마다 한 편의 드라마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을 움직이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흥 부호들이 스포츠구단 매입에 뛰어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공화국의 셰이크 만수르 부총리나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주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등이 신흥 구단주로 꼽힌다.
오랜 기간 팀을 아껴온 구단주 중에서는 한푼 두푼 모아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호들이 많다.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단주인 마이클 일리치는 부인과 함께 리틀시저스피자를 창업해 미국 4위 피자 체인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고교 재학 시절 유격수로 활동했던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메이저리그 야구팀을 인수했다.
LA 에인절스 구단주인 아테 모레노는 옥외 광고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비백인 구단주(맥시코계)로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스포츠팀 운영으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부호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스포츠계 문어발, 바로 나요”=유력 구단주 중에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문어발식’으로 구단을 소유한 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는 스탠 크랑키(63)다. 그는 2000년 NBA 팀 덴버 너기츠와 내셔널 하키 리그(NHL)의 콜로라도 애벌랜치를 인수했고, 2002년에는 풋볼팀인 콜로라도 크러시의 공동 구단주가 됐다.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사커에 소속된 미국 프로축구단 콜로라도 래피즈를 사들였다.
다방면에서 스포츠팀 수집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를 가장 눈에 띄게 하는 팀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FC다. 그는 2007년 아스널 주식 9.9%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현재 20.5%까지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그의 아내는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조카인 앤 월튼이다. 아내 덕에 그는 자신의 부동산회사 크랑키그룹 외에 월마트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탠 크랑키의 포트폴리오에는 못 미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62) 역시 문어발 구단주다. 그는 메이저리그 사커의 시애틀 사운더스FC, NBA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NFL 소속 미식축구팀인 시애틀 시호크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스포츠팀 포트폴리오 못지않게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워싱턴주립대를 중퇴하고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그는 이후 IT와 미디어, 에너지, 부동산 등 다방면에 걸쳐 재산을 늘려 갔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160억달러로, 억만장자 순위 54위에 올랐다.
▶“돈에서 나오는 권력이란 이런 것” 부(富) 과시형 구단주=“진정한 부(富)가 뭔지 보여주겠다.” 아랍에미리트공화국 왕가의 일원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44ㆍ셰이크 만수르)은 200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하면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후 그의 과감한 투자는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중하고 있다.
그는 구단을 매입하자마자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등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여기에 쓴 돈이 한화로 1조2500억원으로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경기장 보수 공사도 했고, 최근에는 맨시티 유소년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에 뉴욕시티FC를 창설하겠다는 구상까지 벌이고 있다.
그의 자산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한 걸까. 국제 석유투자회사 등을 이끌고 있는 개인 자산은 325억달러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첼시FC를 소유한 로만 아브라모비치(47)도 러시아에서 석유 사업으로 부를 일군 인물이다. 올해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90억달러로, 세계 부자 순위 145위에 올랐다.
아브라모비치가 보여주는 ‘돈의 힘’은 셰이크 만수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2003년 첼시FC 매입 이후 한 해가 멀다 하고 감독을 바꿔 팬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그가 구단주가 된 이후로 바뀐 감독만 9명. 그것도 조제 모리뉴,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카를로 안첼로티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갈아치웠다’. 선수 기용부터 전략까지 팀 운영에 세세한 간섭을 하기로 유명하다.
▶노이즈 마케팅? 팬들과 반목하는 구단주=독단적인 구단 운영으로 오랜 기간 팀을 아껴온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구단주도 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구단주는 말레이시아의 재벌 빈센트 탄(62)이다. 빈센트 탄은 2500만유로에 카디프시티를 사자마자 아시아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팀의 오랜 상징이었던 블루버드 엠블럼을 빨간 용으로 바꿨다. 팀 상징이 블루버드인데, 푸른 새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팀 전력과 상관없는 선수를 영입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수석 스카우트를 해임해버리고 이 자리에 축구에 문외한인 아들 친구를 앉히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잡음을 낸 부분은 말키 매케이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카디프시티 경기가 열릴 때면 “탄은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도 구단주와 팬과의 관계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재벌인 맬컴 글레이저(85) 등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매입하면서 인수자금을 구단 자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 문제가 됐다. 부채가 없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초특급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에 이적시켜, 팬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후에도 입장권 금액 인상 등 빚을 갚기 위한 조치가 계속돼 팬들이 글레이저 가문을 무능한 구단주라고 비난하고 있다. 맬컴 글레이저의 자산은 올해 포브스 추산으로 44억달러, 부호 순위는 349위다.
kate01@heraldcorp.com
최근에는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을 움직이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흥 부호들이 스포츠구단 매입에 뛰어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공화국의 셰이크 만수르 부총리나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주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등이 신흥 구단주로 꼽힌다.
오랜 기간 팀을 아껴온 구단주 중에서는 한푼 두푼 모아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호들이 많다.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단주인 마이클 일리치는 부인과 함께 리틀시저스피자를 창업해 미국 4위 피자 체인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고교 재학 시절 유격수로 활동했던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메이저리그 야구팀을 인수했다.
LA 에인절스 구단주인 아테 모레노는 옥외 광고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비백인 구단주(맥시코계)로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스포츠팀 운영으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부호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스포츠계 문어발, 바로 나요”=유력 구단주 중에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문어발식’으로 구단을 소유한 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는 스탠 크랑키(63)다. 그는 2000년 NBA 팀 덴버 너기츠와 내셔널 하키 리그(NHL)의 콜로라도 애벌랜치를 인수했고, 2002년에는 풋볼팀인 콜로라도 크러시의 공동 구단주가 됐다.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사커에 소속된 미국 프로축구단 콜로라도 래피즈를 사들였다.
다방면에서 스포츠팀 수집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를 가장 눈에 띄게 하는 팀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FC다. 그는 2007년 아스널 주식 9.9%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현재 20.5%까지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그의 아내는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조카인 앤 월튼이다. 아내 덕에 그는 자신의 부동산회사 크랑키그룹 외에 월마트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탠 크랑키의 포트폴리오에는 못 미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62) 역시 문어발 구단주다. 그는 메이저리그 사커의 시애틀 사운더스FC, NBA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NFL 소속 미식축구팀인 시애틀 시호크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스포츠팀 포트폴리오 못지않게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워싱턴주립대를 중퇴하고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그는 이후 IT와 미디어, 에너지, 부동산 등 다방면에 걸쳐 재산을 늘려 갔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160억달러로, 억만장자 순위 54위에 올랐다.
▶“돈에서 나오는 권력이란 이런 것” 부(富) 과시형 구단주=“진정한 부(富)가 뭔지 보여주겠다.” 아랍에미리트공화국 왕가의 일원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44ㆍ셰이크 만수르)은 200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하면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후 그의 과감한 투자는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중하고 있다.
그는 구단을 매입하자마자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등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여기에 쓴 돈이 한화로 1조2500억원으로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경기장 보수 공사도 했고, 최근에는 맨시티 유소년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에 뉴욕시티FC를 창설하겠다는 구상까지 벌이고 있다.
그의 자산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한 걸까. 국제 석유투자회사 등을 이끌고 있는 개인 자산은 325억달러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첼시FC를 소유한 로만 아브라모비치(47)도 러시아에서 석유 사업으로 부를 일군 인물이다. 올해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90억달러로, 세계 부자 순위 145위에 올랐다.
아브라모비치가 보여주는 ‘돈의 힘’은 셰이크 만수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2003년 첼시FC 매입 이후 한 해가 멀다 하고 감독을 바꿔 팬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그가 구단주가 된 이후로 바뀐 감독만 9명. 그것도 조제 모리뉴,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카를로 안첼로티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갈아치웠다’. 선수 기용부터 전략까지 팀 운영에 세세한 간섭을 하기로 유명하다.
▶노이즈 마케팅? 팬들과 반목하는 구단주=독단적인 구단 운영으로 오랜 기간 팀을 아껴온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구단주도 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구단주는 말레이시아의 재벌 빈센트 탄(62)이다. 빈센트 탄은 2500만유로에 카디프시티를 사자마자 아시아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팀의 오랜 상징이었던 블루버드 엠블럼을 빨간 용으로 바꿨다. 팀 상징이 블루버드인데, 푸른 새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팀 전력과 상관없는 선수를 영입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수석 스카우트를 해임해버리고 이 자리에 축구에 문외한인 아들 친구를 앉히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잡음을 낸 부분은 말키 매케이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카디프시티 경기가 열릴 때면 “탄은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도 구단주와 팬과의 관계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재벌인 맬컴 글레이저(85) 등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매입하면서 인수자금을 구단 자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 문제가 됐다. 부채가 없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초특급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에 이적시켜, 팬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후에도 입장권 금액 인상 등 빚을 갚기 위한 조치가 계속돼 팬들이 글레이저 가문을 무능한 구단주라고 비난하고 있다. 맬컴 글레이저의 자산은 올해 포브스 추산으로 44억달러, 부호 순위는 349위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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