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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12 03:06
가장 낮은 수준의 쾌락이었던 식욕이
어느새 정신적 문제 해결하는 수단으로
밥 먹으며 얘기하는 '소셜 다이닝'처럼
새로운 관계 맺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요즘 모디슈머(modify+consumer)라는 새로운 소비자가 출현했다. 제조업체에서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가 개발한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의 주무대 중 하나가 음식이다.이들에 의해 창조된 '짜파구리(짜장면+너구리), '골빔면(골뱅이+비빔라면)'이 '먹방(먹는 방송)'에 소개되고, 사람들은 이들의 요리를 따라 해 먹으며 기쁨을 느낀다.
더 이상 요리(Dish)는 신체적 허기를 달래는 수단이 아니다.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는 '힐링'의 수단이자, 일탈의 쾌감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 창조자이다. 다시 말해 이 시대는 '엔도르핀 디시(Endorphin Dish)'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키워드는 우리 연구소가 보는, 내년 한국을 지배할 핵심 트렌드이기도 하다.
- ▲ 영국의 ‘우울한 케이크 상점’에서 파는 케이크는 모두 사람들의 정신 질환 문제를 표현한 것이다. 한 케이크에 ‘나와 대화해 달라(talk to me)’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웃도어 열풍이 일상 속 스트레스와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 밖 탈출을 꿈꾼 것이라면, 모디슈머들은 반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 안 음식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요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형성케 하는 매개체로 진화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집밥'은 특정 주제나 취향에 대한 관심사가 같은 성인들이 함께 만나 밥 한 끼를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중개 서비스다. 전문 용어로는 '소셜 다이닝'이라 불린다. 여행·스포츠·사회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모임이 열리고, 한 명이 이야기 주제와 식사 자리를 제안하면 관심 있는 이들이 신청을 통해 밥을 먹는다. 식당 예약과 사람 모집은 운영자가 담당한다.
미국엔 디너랩(Dinnerlab)이란 곳이 있다. 뉴욕·뉴올리언스 등 대도시 중심으로 지역 유명 셰프를 초대해 멋진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폐쇄형 소셜 다이닝 클럽 서비스다. 매번 다른 장소에서 다른 요리,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회원은 식사 이벤트 참가 자격을 얻지만, 개별 이벤트 참가비는 별도로 지불한다.
이스라엘 사람이며 스탠퍼드대 MBA 출신인 자이 미흘린이란 사람이 창업한 잇위드(eatwith)라는 서비스는 또 어떤가. 그것은 해외여행을 갈 때 제대로 된 현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비즈니스로 삼은 것이다. 바로 현지 음식을 가장 잘하는 가정집 또는 숨겨진 레스토랑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음식은 우리의 내밀한 예술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케이틀린 프리먼이란 여성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 전시된 위대한 현대미술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저트 레시피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를 이 미술관 내부의 '블루보틀 커피바(Blue bottle coffee bar)'란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8월 런던의 푸드아트 비영리단체 미스케이크헤드(Miss Cakehead)는 '우울한 케이크 상점(The Depressed Cake Shop)'이란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홍보용 매장)를 오픈했다. 이 상점의 케이크는 모두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 질환 문제를 케이크의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은 우울할 때 달콤한 디저트를 찾지만, 그걸 먹는다 해서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면으로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도록 하는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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