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영화 몇번 보나" 물었더니

[i-로드]라스베가스 해킹캠프…측면사고(lateral thinking)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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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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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현정 디자이너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 영화를 수십 번 본다고 한다. 한번은 줄거리 위주로 또 한번은 배역 위주로, 또 한번은 무대조명 위주로... 볼 때마다 관점을 달리해서 영화를 감상한다"(김성홍·우인호의『이건희 개혁10년』, 2003).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를 볼 때 대체로 주인공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이같은 습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동일한 현상도 남이 안 보는 각도에서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졌다. 정면으로만 보지 않고 옆면이나 뒷면도 상상하는 폭넓은 시야를 지닌 것이다.

정면만 보는 경향은 기업에게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기업 속성상 기업이 옆면이나 뒷면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IGM세계경영연구원의 전유현 박사는『잡스처럼 창조하고 구글처럼 경영하라』에서 "지금까지 기업들은 동일한 각도에서 서로 불꽃튀는 경쟁을 해 왔지만, 정작 중요한 본질은 정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또 현실적으로 정면을 통해 나올 건 다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접근,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창조성이란 여러가지 것들을 연결하는 것 뿐입니다...창조적인 사람들은 정말로 뭔가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보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것들을 합성한 것입니다.) (『Wired』스티브 잡스 인터뷰, 1996년 2월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Wired』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창조성이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능력일 뿐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남들이 보지 않는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상상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도 애플의 혁신 제품들이 그냥 앞길을 똑바로 걸어서(=정면만 보고) 탄생된 것이 아니라 옆길로 빠지고 뒷길로 삥 돈 후에야(=옆면과 뒷면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잡스의 말대로라면 만약 그가 정면만 보고 계속 나아갔다면 결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 제품들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 "아이들에게 해킹을 가르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정면만이 아닌) 옆면과 뒷면에서도 보는 시야를 최대한 넓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규칙을 따르라고 가르쳤다면, 이 해킹 캠프는 아이들에게 그 규칙을 깨뜨리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3년 데프콘 컨퍼런스에서)

해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데프콘(Def Con)이라 불리는 전세계 해커들의 컨퍼런스에는 특이하게도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해킹을 가르치는 캠프가 진행된다. 그렇다구 어린 아이들에게 도둑질(?)하는 법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r00tz Asylum란 해킹캠프의 진짜 목적은 아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각도(outside the box)에서 상상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 실제로 올해 해킹캠프에 모인 청소년들은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직접 해킹하며 몇개의 시스템 버그(bugs)를 찾아내기도 했다.

라스베가스 해킹캠프는 사회 통념상 터부시되는 해킹이라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에게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에 속박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어떤 문제를 해결할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접근하여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고능력을 측면사고(lateral thinking)이라 부른다. 보통 '박스(=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outside the box) 사고하기'로 불린다.

한 영화를 수십 번 보는 이건희 회장이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보고 (본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다름아닌 정면만을 보지 않고 다각도로 상상하는 측면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교육은 전통적으로 특정한 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할 것을 강요한다. 따라서 시각이나 접근법이 통일되지 않으면 일탈자(outcast)로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선 이건희 회장이나 스티브 잡스같은 창의력있는 인물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애타게 부르짖고 있지만 모두들 한결같이 똑같은 시각(=정면)만 바라봐서는 창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죄악시되는 해킹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갖도록 하는 라스베가스의 해킹캠프를 더욱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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