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홍성태 교수의 '영화로 배우는 경영'] ⑤인셉션, 노골적이면 逆효과… 소비자의 無의식을 파고들어라

영화 '인셉션' - 상대방의 꿈에 들어가 회사 쪼개자는 의식 입력하려는 스토리 그려 방어벽 낮은 무의식 - 일탈·성장·소유 등 인간의 7가지 본능 이용땐 뜻밖의 마케팅 효과 거둬

    조선일보 2013-06-22 BZ7 [C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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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소비자들은 너무나 스마트해져서 웬만한 광고나 마케팅으로는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무척 어렵다. 그런데 그 똑똑한 소비자들이 자기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물건을 사는 경우도 흔하다.

    왜 그 제품을 골랐느냐고 물으면 "그냥 무의식적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르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무의식'이란 용어를 쓴다. 최근의 마케팅은 이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미쳐보고자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무의식(unconsciousness)이란 개념은 그 존재 여부를 놓고 오래전부터 논쟁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말을 유행시킨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思考)는 빙산과 같아서 의식이란 그 일부가 밖으로 드러난 것일 뿐, 물밑에 거대한 무의식이 감추어져 있다고 한다.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프로이트가 내세운 것 중 하나가 '꿈'이다. 해결되지 못한 욕구나 억눌린 잠재의식이 무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꿈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된 욕구가 존재하기에 무의식 세계에서 그 욕구를 충족하고 심리적 균형을 찾으려는 과정이 꿈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꿈을 통해 다른 사람의 무의식 구조에 접근해서 자기가 원하는 생각(concept)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인셉션(Incep tion)'이다.


    이 영화는 드림 머신을 이용해 경쟁사 후계자의 꿈에 들어가 회사를 쪼개자는 생각을 입력하려 한다는 스토리를 그럴듯하게 그리고 있다.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의식의 방어 수준이 낮아지므로 상대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착안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영화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단계이지만, 방어벽이 낮은 무의식에 호소하려는 시도는 이미 마케팅에서 행해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잘트먼 교수는 심리적 균형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마케팅에서 뜻밖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틀에 박힌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일탈 본능'이다. 현대카드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일탈 본능을 자극하며 카드 사용 명분을 제시하자 소비자들이 호응했다.

    고향을 떠난 수많은 현대인의 '귀향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천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웅진코웨이의 광고에서는 "유구천이 돌아왔어요" 하며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어렸을 적 고향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귀향 본능을 일깨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거의 처지에서 벗어나 희망적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성장 본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인피니티 자동차는 "눈을 뜰 때 가슴이 뛴 것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사회적 지위 향상을 꿈꾸는 잠재 욕구를 적절히 충동한다.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워지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 욕구는 '소유 본능'으로 이어진다. "친구가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현대차 광고는 풍요로워진 자신의 모습을 꿈꾸게 만든다. 값비싼 명품 시계나 의류, 대박을 예감하게 하는 로또 광고 등은 대부분 소유 본능에 호소한다.

    외롭게 혼자 지내기보다 집단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찾으려는 '연결 본능'도 결정적 효과 중 하나다. 2002년 월드컵 당시 SK가 '비 더 레즈(Be the Reds)'라는 캠페인으로 전 국민을 빨간 티셔츠로 연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요즘 유행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 역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남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커뮤니티 기반을 형성하였다.

    한편 사람은 무기력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권력을 소유하고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싶다는 '통제 본능'을 갖고 있다. 펩시맨이나 미쉐린맨처럼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내세움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통제 본능의 무의식적 행사라 하겠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워낙 영리하기에 설득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마케팅 활동에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인셉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무의식적 심리 작용을 이용하는 마케팅에 그래서 더욱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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