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金剛般若波羅蜜經) (1-16分) -야부송 강설
- 姚秦三藏法師鳩摩羅什譯 /무비스님 편저 / 窓 刊
16.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 경을 가지게 되면 능히 업장을 깨끗이 할 수 있다.)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공덕이 무변광대(無邊廣大)함을 전해주며 그 말씀을 따라 실천하는 과보(果報) 과거 전생의 업장까지도 소멸하고 깨달음의 총지를 증득할 수 있다고 일깨우고 있다.
부차 수보리 선남자 선여인 수지독송 차경 약위인경천 시인 선세죄업 응타
復次 須菩提 善男子 善女人 收支讀誦 此經 若爲人經賤 是人 先世罪業 應墮
악도 이금세인 경천고 선세죄업 즉위 소멸 당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惡道 以今世人 經賤故 先世罪業 卽位 消滅 當得阿?多羅三邈三菩提
또 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가져 읽고 외우면서 만약 사람들이 가볍고 천하게 여기는 것이 되면 이 사람이 전생의 죄업으로 응당 악도에 떨어질 것이지만 금생의 사람들이 가볍고 천하게 여긴 까닭으로 전생의 죄업이 곧 소멸되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이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있어서는 죄업을 짓지 않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선업을 짓고 살아간다. 죄업을 통해 선업을 닦아가는 기초로써 <금강경>을 수지독송하여 반야를 닦고 생활화 한다면 업장을 맑혀가는 불자의 길을 가는 것이라 할 것이다.
문자의 경은 누구나 눈으로 보고 해석할 수 있지만 마음의 경은 눈으로 보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므로 바라밀이라고 명명한다. 그것은 어리석은 중생을 위하여 바라밀이라 이름하여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현생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천시와 멸시, 비방을 받는다하더라도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자는 그 공덕으로 전생의 죄업까지도 소멸시키는 과보가 분명 있다. 현생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야부스님은 ‘불인일사(不因一事) 불장일지(佛長一智)’라고 읊었다. ‘한 일을 원인하지 않고는 한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는 뜻이다. 한 일이란 바라밀을 얻고자 하는 일을 의미한다. 바라밀을 얻고자 하는 일(원인)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지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보시와 선업으로 복을 짓는 것은 드러나 있는 공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를 얻는 것은 <금강경>을 통해 마음의 때를 닦아내야만 이룰 수 있다. 물질적 보시의 공덕만으로는 지혜를 얻을 수 없고 지혜만으로는 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물질적 보시를 통한 복과 <금강경>을 통한 지혜를 두루 닦아야 한다. <금강경>은 지혜를 맑혀주는 것이므로 수지독송하여 그 뜻을 알고 실천에 옮기는 공덕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금강경>의 사구게는 그러한 세계를 설명해 주고 있다. 사구게 중에는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란 구절이 있다. 현상으로 드러나는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스러지는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으므로 응당히 이와 같음을 관하여 알라는 것이다. 이 세상 현실을 살아가면서 드러난 모습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책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이치를 알고 경을 마음에 항상 지닌다면 지혜를 증장시킬 수 있다.
바라밀을 얻고자하는 마음으로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실천한다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야부스님은 일대사(一大事)를 해결하면 일체지(一切智)를 얻게 된다고 일깨우고 있다. 일대사는 육신 속에 있는 마음을 확실하게 좌지우지하며 굴릴 수 있는 마음의 자재심을 가리킨다.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일은 일체반야지를 얻는 일이다. 그러므로 경을 수지독송하는 일로 말미암아 큰 지혜를 얻는 공덕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를 통해 전생의 업장까지도 소멸하여 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경을 입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부처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극정성 읽게 되면 마음이 맑아진다. 그래서 부처의 마음으로 여실히 들어다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이에 야부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칭송하는 것은 끝이 없고 헐뜯을 수도 없으므로 만약 하나를 요달하면 만사를 마친다고 노래했다. 또한 바라밀(지혜)을 얻게 되면 본성(마음)은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는 큰 허공과 같다는 것이다. 경을 읽고 외워서 허공과 같이 큰 무량묘의(無量妙義)를 얻기 위한 가르침이다. 일대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은 범천이 칭찬해도 미치지 못하고 온갖 마군중생이 아무리 헐뜯으려 해도 헐뜯을 수 없다는 점을 야부스님은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수보리 아념 과거 무량아승지겁 어연등불전 득치팔백사 천만억나유타제불
須菩提 我念 過去 無量阿僧祗劫 漁練燈佛前 得値八白四 千萬億那由他諸佛
실개공양승사 무공과자
悉皆供養承事 無空過者
약부유인 어후말세 능수지독송 차경 소득공덕 어아소공양 제불공덕 백분 불
若復有人 於後末世 能受持讀誦 此經 所得功德 於我所供養 諸佛功德 百分 不
급일 천만억분 급지산수비유소불능급
及一 千萬億分 及至算數譬喩所不能及
수보리야 내가 생각하건대 과거 끝없는 아승지겁에 연등부처님 만나기 전에 팔백사천만억 나유타의 여러 부처님을 만나서 모두 다 공양하고 받들어 섬겨서 헛되이 지나친 일이 없었나니라.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훗날 말세에 능히 이 경을 받아 가져 읽고 외우면 얻을 바 공덕이 내가 여러 곳에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도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만억분과 내지 수를 헤아리는 비유로도 능히 미칠 바가 못 되는 것이니라.
아승지겁, 나유타는 우리가 헤아릴 수조차 없는 대극수(大極數)이다. 부처님께서 과거 부처님을 찾아 선근공덕을 심고 예를 올린 공덕이 크다 할지라도 <금강경>을 수지독송하여 참다운 지혜를 밝히는 자에 비하면 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강경>의 공덕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 사람들은 오히려 믿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큰 뜻을 믿어야 한다.
경을 읽으면 경에 대한 안목이 트인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달라지고 변화되며 사람들의 존경도 받게 된다. 경안이 트이면 아승지겁, 나유타의 세월동안 부처님을 찾아 공양올린 공덕보다 더 크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세에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공덕이 그와 같이 크다는 것을 야부스님은 ‘공불낭시(功不浪施)’ 라고 비유했다. ‘공을 헛되이 베풀지 않는다네.’의 뜻이다. 경을 일념으로 읽고 외워 원증(圓證)의 실상반야를 깨달으면 그 공능이 헛되지 않음을 찬탄한 것이다.
반야에는 3반야가 있다. 문자반야(경), 관조반야(수행), 실상반야(깨달음)이다. 실상반야가 바로 원증반야이다. 실상반야에 오르면 무험무애로써 마음이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허공과 같게 되는 것이며 그런 사람을 성현이라 한다. 야부스님은 경을 수지독송하여 마음을 깨닫는 것을 비유하여 한편의 선시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억천공불복무변 億千供佛福無邊
쟁이상장고교간 爭以常將古敎看
백지상변서흑자 白紙上邊書黑字
청군개안목전관 請軍開眼目前觀
풍적적 수연연 風寂寂 水連連
사가입저재어선 謝家入?在漁船
억천부처님께 공양하여 복은 끝이 없지만
어찌 언제나 옛 가르침을 가져보는 것과 같겠는가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자 썼으니
그대여 눈을 뜨고 눈앞을 보게나
바람은 고요하고 물결은 잔잔하니
집 떠난 사람 고깃배에 있을 뿐이네
우리는 본성자리를 떠나 소아小我라고 하는 육신六身 속의 육식(六識-6개의 감각기관을 통한 알음알이)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부처님 경을 읽고 실천에 옮긴다면 집 떠난 사람이 배 위에 있으면 언젠가는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처럼 언젠가는 깨달음의 경계를 만날 수 있다고 노래한 것이다. 내면세계에 한권의 경을 펼치게 되면 외경의 번뇌 바람이 침범하지 못하고 고요할 뿐이다. 바람이 고요함에 이르면 물결은 스스로 잔잔해 지는 것이다. 바람은 오진(悟眞)의 경계요 잔잔한 물결은 지수(智水)를 의미한다.
<금강경>은 부처님 말씀을 담은 600권의 경전 중 577권 째 경으로 반야부에 있는 경전이다. <금강경>이 들어 있는 반야부의 핵심을 <반야심경>이라고 하는데 ‘심心’은 반야마음의 심으로 그 반야부의 중심이 되는 경이라는 뜻이다. 경經은 또한 길잡이를 의미한다. 경을 공부하는 것은 그 마음을 닦기 위한 길과 같다. 전생에 억천부처님께 공양올린 복이 끝없고 무변하다 할지라도 현생에 경을 받아 지녀 실천하는 공력에 비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경을 수지독송하더라도 문자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예전에 어떤 학인스님이 문자에 점이 찍힌 것을 보고 해석하여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 점은 글자의 점이 아니라 파리의 똥자국 이었다. 그래서 그는 파리똥학인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글자에 얽매이지 말고 글자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옛날 육조혜능스님도 글자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다. 혜능스님이 <금강경>을 듣고 깨달아 입으로 설한 것을 제자들이 대필했다. 그것을 구결口訣이라고 한다. 경을 지극정성으로 반복하여 수지독송하게 되면 그와 같이 글자에 담겨 있는 뜻을 헤아려 관상으로 척하니 알게 되므로 깊이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수보리 약선남자 선여인 어후말세 유수지독송차경 소득공덕 아약구설자 혹
須菩提 若善男子 善女人 於後末世 有受持讀誦此經 所得功德 我若具設自 或
유인 문 심즉광란 호의불신
有人 聞 心卽狂亂 狐疑不信
수보리 당지시경의 불가사의 과보 역불가사의
須菩提 當知是經義 不可思議 果報 亦不可思議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훗날 말세에 이 경을 받아 가져 읽고 외우는 사람이 있어 얻는바 공덕을 내가 만일 구족히 설한다면 혹 어떤 사람이 듣고 곧 마음이 어지러워서 여우같이 의심하여 믿지 않게 되리라. 수보리야 이 경의 뜻은 가히 생각할 수 없으며 과보도 또한 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니라.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공덕과 큰 과보가 있다. 그러나 <금강경> 공덕의 취지와 결과를 상세하게 얘기해 준다하더라도 중생들은 너무나 커서 여우처럼 의심하고 믿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공덕을 부처님이 대신 깨닫게 해 줄 수는 없다. 스스로 공을 들여 경전의 이치를 알고 실천하여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 속에 담겨진 무상無相의 참 진리를 깨닫게 되면 눈썹이 눈 위에 비껴져 있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것이라며 야부스님은 ‘각각미모안상횡(各各眉毛眼上橫)’ 이라고 비유했다. 그래서 부처님 설법을 안상미모설(眼上眉毛說) 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은 49년 동안 중생들을 위해 설법했다. 그 말씀은 병을 다스리는 좋은 약에 지나지 않고 충성어린 말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성어린 말은 귀에 거슬리듯이 중생들은 믿지 않는다. 약을 먹고 병을 낫게 할 수 있듯이 부처님 말씀을 따라 실천한다면 미료未了의 경계를 벗어나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경구를 통해 마음을 깨달으면 물고기가 물을 마시고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다고 야부스님은 밝히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 말씀을 따라 지혜를 닦고 실천해야 한다.
부처님 법을 만나고 바른 스승을 만나 정법을 잘 배우고 진리를 깨달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바라밀을 깨달으면 모두를 다 깨닫게 되고 경전의 깊은 과보가 있음을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깨달음을 총지(總持-바라밀)라고도 한다.
<금강경>을 지녀 읽고 외우는 사람은 미래의 용화세계를 기다리지 않아도 깨달음의 경지를 얻을 수 있다고 노래했다. 그것은 깨달음의 수기를 주는 것이라며 야부스님은 선시 구절로 전해주고 있다.
하수타일대용화 何須他日待龍華
금조선수보리기 今朝先授菩提記
어찌 다른 날에 용화세계를 기다릴 것인가
오늘 아침 먼저 보리의 기를 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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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지경공덕분(持經功德分- 경을 가지는 공덕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다.)
지경공덕분(持經功德分- 이 경을 가지는 공덕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다.)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수지독송하고 실천하는 반야의 힘은 항하사만큼의 물질적 보시보다 훨씬 수승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보리 약유 선남자 선여인 초일분 이항하사등신 보시 중일분 부이항하사등
須菩提 若有 善男子 善女人 初日分 以恒河沙等身 布施 中日分 復以恒河沙等
신 보시 후일분 역이항하사등신 보시 여시 무량백천만억겁 이신보시
身 布施 後日分 亦以恒河沙等身 布施 如是 無量百千萬億劫 以身布施
약부유인 문차경전 신심불역 기복 승피 하황서사 수지독송 위인해설
若復有人 聞此經典 信心不逆 其福 勝彼 何況書寫 受持讀誦 爲人解說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있어 아침에 항하의 모래 숫자만큼 몸을 가지고 보시하고 점심에 다시 항하의 모래 숫자만큼 몸을 가지고 보시하며 저녁 때 또한 항하의 모래 숫자만큼 몸을 가지고 보시하여 이와 같이 끝없는 시간 동안 몸을 가져 보시하더라도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믿음이 거역되지 않는다면 그 복이 저보다 수승할 것이니라. 어찌 하물며 경전을 베끼고 받아 가져 읽고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해설해 주는 것 뿐 이겠는가.
우리가 물질적 보시를 행하는 것이 선행은 선행이로되 그 보다는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베껴쓰고(서사) 남을 위해 해설해 주는 공덕이 더 수승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헤아릴 수 없는 항하의 모래 숫자만큼 물질로 보시를 한다하더라도 지경공덕에 비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에게 물질적으로 보시하는 일은 쉬울 수 있지만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그 뜻을 깊이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세상에서 선행을 닦는 과보는 분명 높지만 꿈속에서 살고 있다면 참다운 불법을 만날 수 없다. 사바에서의 복은 중생의 선행공덕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공부를 통해 반야지혜를 터득하지 않으면 참 불법을 볼 수 없다.
이에 야부스님은 ‘인천복보즉불무(人天福報卽不無) 불법미몽견재(佛法未夢見在)’ 라고 노래했다. ‘인천의 복 받는 과보는 곧 없지 않으나 불법은 꿈속에서 볼 수 없다네.’ 라고 읊은 것이다.
<반야심경>에서도 오온이 공하다고 명시되었지만 오온의 작용은 거짓(가상)으로 잠시 사용할 뿐 실제의 ‘나’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보는 의식을 갖고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꿈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의 도리를 알고 해탈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워야 하며 지혜로워야 참 불법을 만날 수 있다. 중생의 탈을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을 깨달아(해탈)가는 정법을 만나야 한다. 실체를 사유하는 일상이 되어야 그 정법(참 불법)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자반야(경)의 글귀는 꿈속의 복을 짓는 것이 아니라 꿈을 깨는 복을 짓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깨지 못하는 선행공덕보다 꿈을 깨는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공덕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큰 주먹으로 허공을 쳐도 구멍(흔적)이 남지 않는 것처럼 물질적 보시는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남는 게 없다.’고 일깨우고 있다. 물질적 보시는 인천人天의 복일 뿐 유한한 것이므로 경을 믿는 마음을 높여 무생불無生佛(법신)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화신이 법신이 되기 위해서는 보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화신)가 대승심을 발하는 것은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마음을 발하는 대승심으로 수행 과정(보신)을 통해 법신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최상승은 진리본체(법신)인데 우리의 육신 속에 들어있는 불성이다. 법(진리)을 확실히 알고 실천력이 뒤따를 때 법(진리)을 체득하여 불성이 성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보리 이요언지 시경 유불가사의 불가칭량 무변공덕 여래 위발대승자설 위
須菩提 以要言之 是經 有不可思議 不可稱量 無邊功德 如來 爲發大乘者設 爲
발최상승자설
發最上乘者設
수보리야 요약해서 말하면 이 경은 가히 사의할 수 없으며 가히 칭량할 수 없는 무량하고 끝없는 공덕이 있나니 여래가 대승심을 발하는 자를 위해서 설하며 최상승을 발하는 자를 위해서 설하는 것이니라.
<금강경>은 꿈을 깨고 중생에서 보살로 보살에서 부처로 나아가려는 대승심을 발한 자를 위해 설하고 있다.
여참일악사(如斬一握絲)
일참일체단(一斬一切斷)
한 타래의 실을 베어내듯 한 번 끊어 일체를 끊네
야부스님은 문자반야를 통해 관조반야를 얻고 지혜반야를 얻으면 마치 한 타래의 실을 단번에 끊어 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금강경>을 심경心經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생은 한 번에 깨닫기 어렵기 때문에 물질적 보시를 통해 베푸는 마음을 배우고 나아가 물질적 보시에 대한 집착을 끊고 대승심을 키워 참 부처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금강경>을 읽는 순간 모든 번뇌망상이 끊어지고 지혜가 증장하여 삶의 희열을 느끼고 반야가 터지게 된다. 우리는 자연을 좋아 한다. 자연은 진실하고 순수하며 말 없는 가운데 우리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금강경>은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야부스님은 지혜의 경지를 선시로 노래하며 일깨우고 있다.
일봉타도화성관(一奉打倒化城關)
일각적번현묘채(一脚 ? ?玄妙寨)
한 몽둥이로 화성관을 쳐부수고 한 다리로 현묘채를 차서 엎어 버렸네
이러한 힘과 용기는 무애자재함을 상징한다. 이것은 육체로 되는 게 아니라 지혜로 되는 것이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법이 필요 없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법이 필요하듯 상을 갖고 있는 중생이기 때문에 상을 없애주는 이 <금강경>이 필요한 것이다.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면 그런 지혜가 발달하여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므로 굳이 관자재보살을 찾을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천인아수라까지도 ‘나’를 보호해 주며 시간과 공간 속에 따로 의지처를 찾을 필요도 없다.
약유인 능수지독송 광위인설 여래 실지시인 실견시인 개득성취 불가량 불가
若有人 能受持讀誦 廣爲人設 如來 悉知是人 悉見是人 皆得成就 不可量 不可
칭 무유변 불가사의공덕 여시인등 즉위하담 여래 아뇩다라삼먁삼보리
稱 無有邊 不可思議功德 如是人等 卽爲荷擔 如來 阿뇩多羅三?三菩提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받아 가지고 읽어서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해설해 준다면 여래가 이런 사람을 알며 다 이런 사람을 보고서 모두 다 가히 헤아릴 수 없고 가히 칭량할 수 없으며 끝도 없이 생각할 수 없는 공덕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할 것이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곧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짊어진 것이 되나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중생이 부처가 되는 최상의 깨달음이다. 무상정등정각이다. <금강경>을 수지독송하여 쌓아가는 공덕은 깨달음을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여래의 깨달음을 높은 산도 쪼갤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말하면서 화산과 태산을 쪼개 고 부수는 손은 지혜(거령신巨靈神)이지 육체의 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정신(지혜)을 가지려면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늘 가슴 속에 담고 실천해야 한다.
한 줌의 흙이 모여 산을 이룬다. 그러나 산이 아무리 높다한들 분해하면 한 줌의 흙이듯이 인간도 죽으면 한 줌의 흙일뿐이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불도 금성金性에 지나지 않는다. 황금은 변하지 않는다. 금으로 금팔찌, 금목걸이 등 수 만 가지로 만들어 이름이 달라지지만 뭉치면 나의 금덩어리인 것과 같다. 인간도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다양한 모습으로 생겨나서 살고 있지만 죽으면 육체는 소멸하고 반야는 법신(비로자나불)으로 돌아간다(환지본처).
반야를 터득하여 소지하면 영재를 꿰뚫며 어디를 가든 분명하고 또렷하다. 육체 속에 있는 마음(일편촌심一片寸心)은 바다와 같이 크다. 파도(육신)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파도는 물에서 나왔을 뿐 파도와 물은 다르지 않은 이치와 같다.
이에 야부스님은 묻고 있다.
일편촌심여해대(一片寸心如海大)
파도기견거환래(波濤幾見去還來)
일편촌심이여 바다와 같이 크니 파도가 몇 번이나 갔다 옴을 보았는가?
과거 현재 미래를 두고 몸을 바꿔 살아오는 동안 육신 속의 마음을 몇 번이나 보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지혜는 큰 바다와 같이 왔다갔다 하는 물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이다. 깨달음이란 거대한 산뫼와 같이 드러나 있는 곳에 있지 않고 넓은 바다와 같다는 것이다.
하이고 수보리 약요소법자 착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 즉어차경 불능청수독
何以故 須菩提 若樂小法者 着我見 人見 衆生見 壽者見 卽於此經 不能聽受讀
송 위인해설
誦 爲人解說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작은 법을 좋아하는 것은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에 집착하여 이 경전에 능히 듣고 받아 읽어 외워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해설 할 수 없나니라.
어진 마음은 바다와 같이 깊은 마음이다. 무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산뫼와 같은 자세는 지혜에서 나온다. 지혜는 경전을 수지독송하여 그 뜻을 알고 실천에 옮길 때 나온다. 지혜를 상징하여 문수를 말하고 실천하는 작용을 보현에 비유한다. <금강경>은 지혜의 보고이며 남을 위해 해설해 주는 것은 묘용의 실천이다. 작은 법을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주관과 객관,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벗어날 수 없다. 실상반야가 <금강경>의 체(體)라면 관조반야는 <금강경>의 용(用)이다. 실천력은 바로 문자반야를 통해 얻는 관조반야를 말한다. 인(仁)과 지(智)는 배우고 실천하는 가운데서 나온다. 그러므로 인지를 멀리하고 외경만 쫒는 것은 본래부터 타고난 덕성보장을 잃어버리고 힘없이 굶주린 아비의 위상을 갖추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야부스님은 비유했다.
수보리 재재처처 약유차경 일체세간 천인 아수라 소응공양 당지차처 즉위시
須菩提 在在處處 若有此經 一切世間 天人 阿修羅 所應供養 當知此處 卽爲是
탑 개응공경 작례위요 이제화향 이산기처
塔 皆應恭敬 作禮圍繞 以諸華香 而散其處
수보리야 곳곳마다 만약 이 경전이 있으면 일체 세간과 천과인과 아수라들이 응당 공양할 바이니 마땅히 알라. 이곳이 곧 탑이 되며 모두 응당 공경히 예를 지어 위요해서 모든 꽃과 향으로써 그곳에 흩을 것이니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아무리 난관에 처한다 하더라도 <금강경>을 지극정성으로 수지독송하면 천신들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보호해주며 탑묘와 같이 공경예배한다. <금강경>이 있기 때문이다.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춰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해주는 마음이 부처님께 귀의하는 마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불상을 통해 불성을 깨닫듯 경전을 통해 심경을 깨닫는 것이다. 경전을 수지독송하면 삶의 공간이 깊고 오래갈 뿐만 아니라 항상 부처님과 함께 하는 생활이 되는 것이다.
<금강경>을 늘 수지독송하면 생활에 고통이 없을 뿐 아니라 살아가야 할 목표가 생기고 의지가 강해져 하고자 하는 뜻이 모두 다 이루어진다. <금강경>을 듣고 허공처럼 막힘이 없다면, 그리고 믿는 마음이 지극정성으로 갖춰져 있다면 마음속에 <금강경> 사구게를 늘 지니고 후손들에게도 유통하게 되니 어딜가나 호법천룡과 천신들이 탑묘를 존경하듯이 ‘나’를 보호해 준다. 또한 공덕이 수승하여 그 칭찬은 끝이 없게 될 것이다. 야부스님은 그러한 세계를 하나의 선시 구절로 전해주고 있다.
여군동보우동행(與君同步又同行)
기좌상장세월장(起坐相將歲月長)
그대와 함께 같이 걷고 같이 걸으니 일어나고 앉는 것을 서로 도와 세월이 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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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모든 상을 여윌 때 적멸에 들 수 있다)
제 14분 이상적멸분 (離相寂滅分 모든 상을 여읠 때 적멸에 들 수 있다.)은 모든 현상이 존재하지만 존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적멸이며 ‘금강경’ 한 구절이라도 제대로 알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적멸의 세계요, 열반(니르바나)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내용이다.
이시 수보리 문설시경 심해의취 체루비읍 이백불언 희유세존 불설여시 심심경전 아종석래 소득혜안 미증득문 여시지경
爾時 須菩提 聞說是經 深解義趣 涕淚悲泣 而白佛言 希有世尊 佛說如是 甚深經典 我從昔來 所得慧眼 未曾得聞 如是之經
그 때에 수보리가 이 경의 해설하신 것을 듣고 깊은 뜻을 알고서 눈물을 지어 소리 내며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깊은 경전을 말씀해 주신 것을 제가 옛날부터 얻어온 바 혜안으로도 일찍이 이와 같은 경전을 얻어 듣지 못하였습니다.
수보리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있다. 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갸륵하고 정성스럽게 진실을 말씀하시매 지혜의 안목을 갖춘 수보리가 과거 수많은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지만 공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생들도 부처님 말씀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환희의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적멸의 세계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집착을 일으키지 않고 상相을 여읠 때 성취할 수 있다. 육신이 소멸할지라도 없어지지 않는 육신 속의 영원한 반야성般若性이다. 그러한 적멸은 열반(니르바나)이라고도 한다.
‘금강경’의 기본 사상은 아공我空, 법공法空, 구공俱空의 3공사상空思想이다. 비움의 공은 4상(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을 여읠 때 적멸에 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아공은 아상을 버리고 탐貪진嗔치癡 삼독심三毒心에 물들지 않는 것이며, 법공은 나를 상대로 일어나는 대상까지도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아공이기 때문에 상대도 공인 것이다. 이러한 아공, 법공이 모두 공한 상태가 되면 구공이라 하며 이것이 바로 적멸의 상태이다. 공하다는 것은 없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도 거기에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공사상은 ‘금강경’의 기본이자 대의大意이며 전체적인 사상이다. 깨달음이란 것은 이 세상 밖에 있는 어떤 변화가 아니라 이 세상 그대로 극락(열반)이라고 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을 실천에 옮기려는 마음이 없다면 ‘금강경’을 아무리 공부한다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야부스님은 형악 땅과 소상 강을 맴돌며 나그네처럼 살아왔음을 노래하며 깨닫지 못한 중생의 모습(도중途中)을 그렇게 비유했다. 여기저기 돌고 돌아 고향에 돌아온 나그네가 ‘여기가 바로 고향이구나.’하고 확실하게 느끼듯 깨달음을 그렇게 설명했다. ‘법화경’에도 자기 주머니 속에 보배를 넣어 주었는데 그걸 모른 채 거지로 살아온 부자 아들 궁자의 비유가 나온다. 우리는 본래 부처이지만 각자 지니고 있는 불성을 깨닫지 못해 나그네처럼, 궁자처럼 중생으로 떠돌고 있음을 경책한 것이다.
야부스님은 또 불성을 설명하며 ‘비로소 도중에 해와 달이 긴 줄을 깨달았네.’라고 노래했다. 일월은 시간과 공간이다. 깨닫기 전이나 깨달은 후나 일월은 그대로이다. 깨닫고 보니 모든 것은 평등하게 본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구공의 마음이다. 우리는 금강경을 통해 이러한 것을 배우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실적인 소원을 뜻대로 이룬다 해도 그러한 현실을 수용하되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야부스님은 깨닫고 보니 일월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노래한 것이다. 진리는 항상 그대로 존재하고 있건만 우리의 삶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변화해가면서 달라진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의 변화를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되 변하지 않는 일월의 영원성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돈과 명예를 좇아 살며 그것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지만 사실 그러한 것들은 우리 마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그걸 버리라는 게 아니라 실상은 거기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삶은 인간으로써의 도리를 다하는 것뿐이다. 부처의 마음은 대승심이므로 우리는 부처의 마음과 부처의 행동으로 깨달음의 경지에서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세존 약부유인 득문시경 신심청정 즉생실상 당지시인 성취제일희유공덕 세
世尊 若復有人 得聞是經 信心淸淨 卽生實相 當知是人 成就第一希有功德 世
존시실상자 즉시비상 시고 여래 설명실상
尊 是實相者 卽是非相 是故 如來 說名實相
세존이시여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금강경을 얻어듣고 믿는 마음이 깨끗하면 곧 실상을 낸다고 하셨으니 마땅히 이런 사람이 제일로 희유한 공덕을 성취한 줄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실상이란 것은 곧 상이 아니며 이런 까닭으로 여래가 실상이라 이름 붙여 설하셨을 뿐입니다.
이 문장을 이해한다면 ‘금강경’의 요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믿음이 깨끗하면 마음에 실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깨끗한 믿음이란 4상이 없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실상은 이 세상이 바로 극락임을 보는 마음이다. 육신으로 보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은 일시적이요, 영원하지 않은 가상假相이다. 그러나 가상이 바로 실상이라는 걸 깨닫는 것은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되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신심信心이 청정해지고 그 청정함 속에서 보는 유한한 가상이 바로 영원한 실상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야 말로 제일 희유한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실상이라는 것이 가상을 두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 이름이 실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해와 달은 그렇게 이름을 붙여 준 것일 뿐 해와 달이라는 이름 자체가 실상은 아닌 것이다. 이렇듯 상이 상 아님을 알고 본체를 들여다보면 그 본체는 적멸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 나타나는 산하대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이름은 누군가 붙여준 이름을 따를 뿐이다. 그걸 안다면 이름의 가상에 의지해서 그 이름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기도 하면서 자연적으로 모습과 형상을 따라 흘러가되 거기, 하나의 현상에만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적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본래 부자이니 ‘금강경’을 통해 마음의 부자가 되어야 한다.
야부스님은 이러한 세계를 한편의 선시로 노래했다.
원관산유색 遠觀山有色 근청수무성 近廳水無聲
춘거화유재 春去花猶在 인래조불경 人來鳥不驚
두두개현로 頭頭皆顯露 물물체원평 物物體元平
여하언불회 如何言不會 지위태분명 祗爲太分明
멀리 보면 산 빛이 있고
가까이 들으면 물소리 없네
봄은 가고 꽃은 남았는데
사람이 와도 새들은 놀라지 않네
두두가 모두 드러났으니
물물의 체가 본래 평등하네
어찌하여 모른다 말하리
너무나 분명한 이 모습이여
멀리 산 빛이 있다는 것은 무심으로 봐야 한다. 산 빛이 보이고 물소리 고요함을 느낄 때 산의 꽃과 새의 노래가 ‘있는 그대로의 평등한 실상’이라고 설명한 내용이다. 깨달음의 실견實見으로는 실상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노래한 것이다. 멀리서 산을 보면 산의 형상이 부드럽게 흐르면서 유연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가파르고 빽빽하게 숲이 꽉 차 있다. 가까이서 보는 것은 욕심이다. 산을 제대로 보려면 멀리서 봐야 한다. 우리의 삶도 멀리서 전체를 보는 것이 반야심이며 본래 적멸한 본래 마음이다.
세존 아금득문 여시경전 신해수지 부족위난
世尊 我今得聞 如是經典 信解受持 不足爲難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이와 같은 경전을 얻어듣고 믿어 알고 받아 가지는 데 족히 어렵다고는 하지 않지만.....
수보리가 말한 실상의 뜻을 알지 못한다면 부처님의 설법도 원만히 알기 어렵다. 드러난 모습에 집착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름만이 있을 뿐이라며 이름도 본래 이름은 아니라는 이치를 밝히지 않았다면 수보리와 부처님이 말한 ‘금강경’의 뜻을 바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보리는 이러한 이치를 부처님이 안 계신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뜻을 알고자 한다면 아상을 버리고 아공이 되어 법공을 이루고 구공이 되어야 한다. 반야성이라는 본분 마음을 어디에 낙점하느냐에 따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모습이 나누어진다. 부처님의 뜻을 알고 부처의 마음 반야심을 깨닫는 것은 어렵기로 말하면 땅에서 하늘을 오르는 것과 같고 쉽기로 말하면 옷 입고 잠을 자다가 한번 깨어나는 것과 같다고 야부스님은 노래했다. 어렵고 쉬운 것이 바깥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근기에 따라 변화를 일으킴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자신이 주인이므로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이 변화되는 것이다.
약당래세 후오백세 기유중생 득문시경 신해수지 시인 즉위제일희유
若當來世 後五百歲 其有衆生 得聞是經 信解受持 是人 卽爲第一希有
만약 다음 생이나 후 오백세에 어떤 중생이 이 경을 얻어듣고 믿어 알아 받아 가진다면 이 사람도 곧 제일 희유함이 되겠습니다.
수보리는 공의 이치를 확실하게 깨달은 혜공제일慧空第一이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을 걱정하며 자문자답하기를 오백년 후에라도 금강경의 뜻을 받아 지녀 읽어서 그 뜻을 안다면 희유한 공덕을 얻을 것이라고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야부스님은 ‘다니고 머무르고 앉고/ 눕는 것이나/ 옷 입고 밥 먹는 사람이/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라며 부처님 법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일용생활 속에 있음을 강조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쓰는 마음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의 우리 마음은 예전보다 단절되어 있다. 자연과 교감하고 이웃과의 인정을 나누는 마음이 적어졌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달한다 해도 행복하지 못한 것은 풍류정신이나 본심을 들여다 볼 여유없이 경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자기중심으로 살기 때문이다.
또한 현세에 부처님이 없고 훌륭한 스승이 없다고 서러워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부처님 경전이 곧 스승이기 때문이다. 지경공덕이 크다는 것은 경을 읽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번뇌망상 또한 없어져 마음이 깨끗해진다. 경을 수지 독송하면 희유한 공덕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청정한 마음에서 실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야부스님은 ‘차가운 것은 차다, 더운 것은 덥다하고, 다리로는 땅을 밟고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다.’고 견주었다. 그 모습 그대로라는 것을 인식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이치가 거짓 없이 순수하게 드러나는 진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또 만일, 육신 속에 담겨 있는 금강지혜金鋼智慧, 반야성의 지혜를 얻는다면 북쪽에 있는 별을 남쪽에서도 볼 수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남과 북은 인간이 구분해 놓았을 뿐이니 그런 현상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야의 작용이 바로 도道인 것이다.
깨달음은 자연의 이치와 같은 무심의 경지
지혜로운 삶의 길을 안내하는 ‘금강경야부송’ 대강설(25회)이 봉은사 회주이신 원학스님을 모시고 4월 3일 법왕루에서 봉행됐다. 원학스님은 제 14분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모든 상을 여읠 때 적멸에 들 수 있다.)을 지난달에 이어 설법했다.
원학스님은 “4상相(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버리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라며 부처님 당시가 아니더라도 ‘금강경’을 수지독송하여 4상을 없앤다면 후세사람들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수보리의 말을 전했다.
우리는 아상이라는 주관, 인상이라는 객관, 주관과 객관이 합쳐진 중생상, 그 중생상에서 인간이 모든 생명체보다 우월하다 생각하는 수자상에 잠겨있기 때문에 반야성이라는 지혜가 샘솟지 못한다며 4상에 대한 집착을 경계했다.
그러한 일체의 상을 없앤다면 모두 다 제불諸佛이며 제불은 여러 부처 중에 있는 모든 각각의 부처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깨달음은 더불어 살아가는 동일 생명체임을 깨닫는 것이며 마음속에 내 것과 네 것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때 진실한 삶이 된다고 일깨웠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깨달음은 공덕을 쌓아야 이루어진다.”는 원학스님은 공덕을 쌓을지라도 공덕을 짓는다는 생각마저도 버려야 진정한 공덕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본래 차별 없는 부처이며 사람은 누구나 죽어서 본래의 한 생명체, 본래 부처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것이 바로 환지본처還至本處 라고 설명했다.
야부스님의 선시 해석을 곁들여 ‘대나무는 베어야 새순이 나오고 꽃은 묵은 나뭇가지에 의지해서 피어난다.’는 사실은 무심無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자연의 이치와 같은 무심의 경지가 바로 깨달음(반야)이라고 부연했다. 무심으로 바람이 불고 무심으로 돛단배가 바람을 타고 가듯 4상을 버린 무심의 경지는 장애롭지 않은 반야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묘유妙有를 찾게 되면 묵은 대숲에서 새순이 나고 향기로운 꽃들이 필 때마다 나뭇가지가 크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했다.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은 분명 다를지라도 봄이 되면 꽃이 피어나는 것은 한결같은 이치이듯 인간의 생명도 그와 같은 이치로 자연의 한 부류라 보는 것이 반야심이라고 전했다.
‘바라밀(향상向上)은 바라밀이 아니고(향하向下) 그 이름이 바라밀‘이라는 것은 반야심(향상)과 분별심(향하)은 본래 나누어진 게 아니라 두 손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것(양수분부兩手分付)을 뜻한다며 원학스님은 본문구절을 인용해 대중의 이해를 도왔다. 그것은 긍정과 부정을 포용하는 것이며 사람마다 드러나는 제일바라밀(반야)로 자기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일깨웠다.
이렇듯 ‘금강경’의 공사상空思想은 그냥 텅 빈 것이 아니라 텅 빈 허공가운데 하늘과 땅, 만물이 공존하듯 하나로 보는 것이며 현실의 삶을 그대로 보고 살아가되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으로 사람마다 반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학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에 항상 존재하는 문수(지혜), 보현(실천)도 분리될 수 없으며 지혜를 통한 실천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학스님은 봉은사 도량에 만발한 꽃소식을 공유하며 수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봄바람에 미소 짓듯 여유 있고 편안하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인고忍苦의 중요성과 깨달음의 정진을 독려했다.
매경한고 발청향 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견디고 난 뒤에야
비로소 맑고 짙은 향기를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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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제13분
제13분 여법수지분 (如法受持分 법다움이란 명상名相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니 이를 받아 가져야 한다.)은 법다움이란 명상名相에 집착하지 않는 것으로 부처님 말씀을 여법하게 받아 지녀 실천에 옮겨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시 수보리 백불언 세존 당하명차경 아등운하봉지 불고 수보리 시경 명위금강반야바라밀 이시명자 여당봉지
爾時 須菩提 白佛言 世尊 當何名此經 我等云何奉持 佛告 須菩提 是經 名爲金剛般若波羅蜜 以是名字 汝當奉持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되 세존이시여 마땅히 어떻게 이 경을 이름하며 우리들이 어떻게 받들어 가져야 합니까?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이 경을 금강반야바라밀이라 이름할 것이며 이 경의 명자名字로써 너희들이 받들어 가져야 하나니라.
이 문구의 핵심은 이 경을 ‘금강반야바라밀‘이라 이름 할 것이며 이 경의 명자로써 너희들이 받들어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다. 제목에서 언설하기로는 명상에 집착하지 않고 받아 지녀야 한다고 했으면서 뒤에서는 이 ’금강반야바라밀경‘의 명자로써 받들어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문자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받아 지녀 실천에 옮긴 다음에는 경의 문자를 버려야 한다고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을 열고 문틀을 넘어야 방에 들 수 있듯이 문자는 반야를 얻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경문을 수지 독송하여 본뜻을 알고 반야를 성취하고 나면 명자가 필요치 않다. 그래서 선가禪家에서는 ’성불하는 자는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불립문자 견성성불 不立文字 見性成佛)‘는 가르침을 강조한다. 경의 문자에 집착하지 말 것을 경책하고 있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이러한 가르침을 두고 ‘금일今日 소출대우小出大遇’라고 비유했다. 수보리의 작은 물음에 부처님은 너무나 크고 넓은 가르침을 주셨다는 것이다. ‘금강반야바라밀’이라 명하고 명자를 받들어 지니라 한 것은 쟁반 위에 놓인 물건이 훤히 보이듯(화반탁출和盤托出)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문자반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상반야는 본 성품에 누구나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불로도 태울 수 없고 물에 빠뜨리지도 못하며 바람이 날릴 수도 칼이 쪼갤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부드럽기는 도라면 같고 굳기는 철벽과 같으나 하늘 위나 인간세상이나 고금에 알지 못한다(고금불식古今不識)고 부연했다. 반야의 작용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러한 우리의 마음은 반야라 이름 할 뿐 깨달은 자라 할지라도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도 꺼내어 보여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반야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대승심을 가져야 참 반야를 얻을 수 있으며 경을 수지 독송하는 가운데 반야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반야는 어떤 외물에도 변하지 않으면서도 묘용이 있어 사물과 현상에 응하기도 한다. 그러한 반야를 일깨우는 ’금강경‘의 가르침을 여법하게 받아 지니고 실천하는 공덕은 말로써 다할 수 없으며 오로지 받아 가지는 자만이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소이자하 수보리 불설 반야바라밀 즉비반야바라밀
所以者何 須菩提 佛說 般若波羅蜜 卽非般若바羅蜜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수보리야 불이 반야바라밀이라 설한 것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이 말은 문자반야를 통해 확실히 깨달으면 문자를 버려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뗏목이 필요하지만 강을 건너간 다음에는 뗏목을 지고 가지 않고 버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반야는 문자(뗏목)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야바라밀을 설했다고 한 것은 문자반야를 이름 하는 것이며 반야바라밀이 아니라고 한 것은 실상반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반야는 명자를 통해서 얻어지지만 반야 자체는 명자가 없으며 무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야부스님은 이러한 것을 두고 ‘무현탄출무생락無絃彈出無生樂 불속궁상율조신不屬宮商律調新’이라고 노래했다. ‘줄 없는 거문고로 무생락을 퉁겨내니 궁상에 속하지 않고 율조가 새롭다.’는 뜻이다. 줄 없는 거문고로 무생의 곡조를 창조하는 것은 무형의 금강반야로써 유형의 문자반야를 드러내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궁상각치우 악보에 따라 거문고 소리를 내는 것은 새로운 것이 못되므로 궁상의 형식을 따르되 형식을 벗어나 자유로운 자기소리(율조)를 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러한 새로운 율조는 연주하는 손가락이 있어야 하고 소리를 듣고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야부스님은 부처님이 설법하고 수보리가 듣고 이해하는 문답이 조화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렇게 예찬한 것이다. 문자반야를 통해 금강반야를 깨닫고 나면 문자를 버려야 여법하게 법다운 수지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할 것이다.
수보리 어의운하 여래 유소설법부 수보리 백불언 세존 여래 무소설
須菩提 於意云何 如來 有所說法不 須菩提 白佛言 世尊 如來 無所設
수보리야 너의 뜻은 어떠한가. 여래가 말씀하신 법이 있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되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설법하신 바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49년간 설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설법하신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최후 입멸하실 때에 일언一言도 한 일이 없다고 하셨으니 언어를 통해서 뜻을 보여준 것일 뿐 문자에 치우침을 경계한 말이라 할 것이다. 야부스님은 이에 ‘저성저성低聲低聲’이라며 ‘소리는 낮게 하고 조용히 하라.’고 우리들에게 일러주고 있다. 설법을 해놓고도 설법한 바가 없다는 엄청난 말에 중생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며 설법한 바가 없다고 고집하는 것도 불본심佛本心은 아니기 때문에 조용히 하라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덧붙여 설명하기를 풀밭에 들어가 날카로운 칼로 풀을 베고 손으로 만져도 출입한 바가 종적도 없으며 비단 속에 아름다운 문채가 또렷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청정법신은 중생인 잡풀을 사랑한 일도 없으며 그렇다고 사랑한 일이 없다고 고집한 일도 없으니 풀 가운데 불성을 찾는데 방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은 언설言說로 나투되 언설에 집착이 없는 것이며 자취도 없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비단 위에 수를 놓듯이 진신塵身을 가지고 정묘신淨妙身 나툰 것이 조화롭고 아름답다며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를 극찬했다. 이런 반야심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늘 새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보리 어의운하 삼천대천세계소유미진 시위다부 수보리 언 심다 세존 수보리 제미진 여래 설비미진 시명미진 여래 설세계 비세계 시명세계
須菩提 於意云何 三千大天世界所有微塵 是爲多不 須菩提 言 甚多 世尊 須菩提 諸微塵 如來 設非微塵 是名微塵 如來 說世界 非世界 是名世界
수보리야 너의 뜻은 어떠한가.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티끌먼지가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말하되 심히 많다고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모든 티끌먼지를 여래가 말했지만 티끌먼지가 아닌 것이며 이름이 티끌먼지라 하나니라. 여래가 말한 세계도 세계가 아니고 이름이 세계일 뿐이니라.
이 말의 요점은 형상을 통해서 형상이 없는 반야를 체득하고 나면 형상이 있고 없음에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화하여 언젠가는 없어지지만 없어진다 할지라도 영원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치를 알면 내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게 된다. 불교는 이렇게 넓은 세계관을 정립하고 큰 마음 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경전에 보면 우주에는 동서남북의 큰 세계가 있다고 한다. 우주 중앙에 수미산이 있고 동쪽은 신성주, 서쪽은 우화주, 남쪽은 섬부주, 북쪽은 울단월이라는 세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뿐이지 실제 그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그저 이름이 그럴 뿐인 것이다. 우리가 세계라고 하는 것도 실상반야의 자리에서 보면 세계라 할 것이 없으며 중생의 소견으로 볼 때 세계라는 이름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생과 부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중생과 부처는 형상으로 드러난 모습은 똑같은 것이다. 드러난 일상의 모습 속에 작용을 일으키는 용심用心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 부처는 반아심을 쓰지만 중생은 욕심을 쓴다. 형상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자재한 반야심은 더러움에 물들지도 않고 영원히 또렷하다는 것을 안다면 이 사바세계가 바로 극락이며 이르는 곳마다 신년 새해가 된다는 것이다. 새날과 새해는 우주 공간 어디에서나 있게 마련이니 이러한 삶을 영위하는 자는 국화 한 송이에서도 가을을 다 느끼고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넓은 세계관으로 인생관이 변화해가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중생으로써 고통스럽게 살게 되므로 불자들은 지혜로 살아가야 한다.
수보리 어의운하 가이삼십이상 견여래부 불야 세존 불가이삼십이상 득견여래 하이고 여래 설삼십이상 즉시비상 시명삼십이상
須菩提 於意云何 可以三十二相 見如來不 不也 世尊 不可以三十二相 得見如來 何以故 如來 說三十二相 卽是非相 是名三十二相
수보리야 너의 뜻은 어떠한가. 가히 삼십이상으로서 여래를 볼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보지 못합니다. 세존이시여. 가히 삼십이상으로서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십이상은 곧 상이 아니며 이것은 이름이 삼십이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무상無相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32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수보리는 그 뜻을 알고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참 여래는 32상의 형상에 있지 않다. 부처님의 32상 상호를 통해서 우리 자신의 부처(반야)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모셔진 형상의 부처를 통해 살아 있는 내 부처(활불活佛)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니유아역유?有我亦有 군무아역무君無我亦無
유무구불립有無俱不立 상대치로도相對치盧都
그대 있으면 나 있고
그대 없으면 나 또한 없네
있고 없음에 주장 없으니
상대한 입이 로도일 뿐이네
야부스님은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가 유무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노래한 것이다.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전달하는데 언어를 빌리지 않고도 웃는 표정만으로도(盧都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니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깨달음의 경계를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깨달은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수보리 약유선남자선여인 이항하사등신명 보시 약부유인 어차경중 내지수지사구게등 위타인설 기복 심다
須菩提 若有善男子善女人 以恒河沙等身命 布施 若復有人 於此經中 乃至受持四句偈等 爲他人說 其福 甚多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있어 항하사 등의 신명으로 보시하더라도 다시 이 경 속에 사구게를 받아 가져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해설해 주면 그 복이 참으로 많은 것이 되나니라.
보시 공덕을 말하는 것은 참 반야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지 복을 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깨달아가는 중생들은 행시行施(물질적 보시)와 법시(반야의 보시)의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보시를 말하는 것은 결국 참 반야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지 보시 자체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반야를 깨닫고 나면 반야심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일용사 모두가 반야묘용이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손발과 재주로써 자재하므로 본분의 심검心劍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특한 성령을 가진 사람은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가운데 겁외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그러한 경지를 한편의 선시로 노래했다.
복수활추불환검伏手滑?不換劍 선사지인개총편善使之人皆總便
불용안배본현성不用安排本現成 개중수시영령한箇中須是英靈漢
라라리 리라라 산화소山花笑 야조가野鳥歌
차시여득의此時如得意 수처살바하隨處薩婆訶
엎은 손과 미끈한 망치로 칼과 바꾸지 않나니
잘 부리는 사람 모두 다 편리하네
안배함을 쓰지 않고 본래 나타나 이루어진 것
그 가운데 모름지기 영령한 놈이여
라라리 리라라 산 속 꽃은 웃음 짓고 들판 새들은 노래하네
이를 때 뜻 얻으면 곳곳마다 살바하(속성취)한다네
12. 尊重正敎分(법의 바른 가르침을 존중하라) 제12분
제 12 분 존중정교분 尊重正敎分(바른 가르침을 잘 존중해야 한다.)은 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생명체까지도 존중하여 인간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사상을 갖는 것이 바른 가르침(정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endif]-->
부차수보리 수설시경 내지사구게등 당지차처 일체세간천인아수라 개응공양
復次須菩提 隨設是經 乃至四句揭等 當知此處 一切世間天人阿修羅 皆應供養
여불탑묘 하황유인 진능수지독송 수보리 당지시인 성취최상제일희유지법
如佛塔廟 何況有人 盡能受持讀誦 須普提 當知是人 成就最上第一希有之法
약시경전소재지처 즉위유불 약존중제자
若是經典所在之處 卽爲有佛 若尊重弟子
다시 수보리야 이 경을 따라 해설하되 내지 사구게 등을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이곳은 일체세간 천인 아수라가 다 응당 공양하기를 부처님의 탑묘와 같이 할 것이니 어찌 하물며 어떤 사람이 능히 받아가져 읽어 외울 뿐이겠는가? 수보리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은 가장 높고 제일이며 희유한 법을 성취하게 될 것이니라. 만일 이 경전이 있는 곳에는 곧 부처님과 존중하는 제자들이 있게 되는 것이니라.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사구게 등을 말한다면 천인 아수라가 공양하기를 부처님의 탑묘와 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사구게는 <금강경>안에 있는 요점을 하나의 송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사구게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금강경>에는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라는 게송이 나온다. 만약 모양으로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한다면 이런 사람은 올바른 가르침을 갖지 못하고 종국에는 참 부처를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깊이 알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믿음에 대한 의심의 소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 말은 형상을 떠난 진정한 참 부처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인 것이다.
불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바른 가르침을 존중하라는 의미도 이를 강조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은 49년간 설법을 했지만 모든 설법은 방편일 뿐이므로 진실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언어의 방편은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는 거짓된 말과 같은 것이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왜 거짓이라고 하는가 하고 큰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진실한 말이란 언어를 통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주기 위해 부득불 언어를 빌려오는 것일 뿐 언어가 진실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달을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볼지라도 손가락이 달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언어도 바로 손가락에 지나지 않아 진실을 전해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맛이 있고 향기와 빛깔이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말로 설명한다한들 음식을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음식은 먹어 본 자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듯이 모양이나 소리로써 부처를 찾는다면 영원토록 진정한 마음부처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나오는 경의 글도 음식 맛이 좋다고 설명하는 말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을 직접 먹어봐야 맛을 알듯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은 믿음, 기도, 수행 정진을 통해 생활화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마음을 강조한다. 그 마음은 혼자의 마음이 아니라 모두가 소통되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또한 각자가 갖고 있는 작은 마음(소아)을 통괄하고 그 모태가 될 수 있는 에너지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리를 뜻하는 것이며 청정법신 비로자나불(광명변조光明變照)을 일컫는 것이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은 모든 생명체의 씨앗이다. 빛을 받지 않고서는 생명이 성장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빛은 모든 생명체에게 차별 없이 고루 비춰주고 있지만 생명체에 따라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적게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빛이 차별하여 비춰주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아라는 작은 마음에 법신이라는 빛을 받으면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 힘은 누구로부터 부여 받은 게 아니라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래 부처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위신력이다. 각기 형상과 모습이 다를지라도 마음이 살아 있는 자에게는 누구나 평등하게 갖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평생을 써먹어도 모자람이 없고 더함 또한 없다. 이러한 이치를 알고 형상의 부처를 통해 형상이 없는 마음 부처를 만나는 자만이 참 부처를 만난다는 뜻이 바로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인 것이다.
우리가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을 만나러 오지만 법당에 모셔진 형상의 부처를 통해 여러분 자신이 부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 또한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모습은 관세음보살이 아니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관세음보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들어 있기 때문에 마음은 얼마든지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다. 내가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면 위신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몸도 관세음보살의 몸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위대한 평등사상이다. 모든 생명은 빛을 받으면 똑같이 성장하듯이 그러한 성품은 누구나 차별없이 평등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 가르침을 존중하라는 것은 경의 문자를 통해서 문자 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함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구게의 내용을 잘 알고 모시며 실천에 옮긴다면 악한 중생(아수라)들도 나를 위해 공양하고 존중하게 된다며 그 지고至高한 가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참다운 부처님의 사상을 알려면 앞으로 불교는 인간중심에서 생명중심의 사회로 가야 한다. 현세의 인간 중심 사상에서 재앙이 온다. 인간 중심에서 희생된 수많은 생명체로 인해 인간의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공기는 본래 맑은데 인간이 오염시키고 그로 인해 질병이 생기며 자연 속의 동물들을 살생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고난을 겪기도 한다. 지구가 존속하고 인간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은 불살생不殺生을 첫 번째 계목戒目으로 정한 데서도 배울 수 있다. 3천 년 전에 벌써 미래를 내다본 부처님의 위대한 사상이다.
생명의 소중한 가치는 각각의 모든 생명체에 똑같이 부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유정 무정을 모두 포함해서 보는 것이다. 인간 중심이 확장될수록 자연은 파괴되고 수많은 또 다른 생명이 위협을 받아 그 과보로 인해 인간 스스로 재앙을 받게 된다. 앞으로 생명 중심 사상이 구현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인간은 파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명 중심사상,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慈悲정신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한다. 그 생명에는 형상이 있는 생명체(유정)는 물론 형상이 없는 생명체(무정)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동류의식을 철저히 느끼지 않으면 삶의 공간이 좁아진다. 우리가 넓은 세상을 보면서 다양한 생명체의 모습에 환희심을 느낄 때 선신善神들이 우리를 보호해 주며 그것이 바로 가피력인 것이다. 우리는 가피력을 받지 않고서는 잘 살아갈 수 없다. 이것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정교)이라 할 것이다.
본문에서는 사구게를 수지 독송하면 탑묘와 같이 공양 올린다고 했다. 탑묘는 우뚝 솟아 있는 고현高現의 뜻이 담겨 있으며 부처님의 형상을 모시고 기도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다짐하는 곳이다. 부처님을 모신 탑묘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선신들이 찾아와 공양올리고 예배한다. 이는 참으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탑묘를 찾아와 공양하고 예배하는 것은 부처는 석가모니부처가 아니고 누구에게나 다 통하는 진리의 부처이기 때문이다.
탑묘의 부처는 상징적인 부처가 아니고 모든 생명을 발아시켜주는 진리의 법신불(광명변조, 비로자나)이다. 그러므로 사구게를 수지 독송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모든 사람들이 탑묘 앞에 와서 공경하듯이 할 것이며 제일 희유한 법을 성취할 것이라고 했다. 사구게만 읽어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금강경>이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금강경을 많이 읽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금강반야바라밀경>이 있는 곳에는 부처님의 제자와 같이 부처님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고 했다. <금강경>은 그와 같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높은 뜻과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이에 ‘함여시含如是’라고 읊었다. ‘합당함이 이와 같다.’며 타인을 위해 사구게를 설해주는 공덕을 찬탄한 것이다. <금강경>이 있는 곳에는 수많은 중생들이 부처님 처소에 공양 올리듯 하고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공덕을 쌓게 되면 <금강경>의 희유稀有한 법을 깨닫게 되며 부처님은 물론 존중하는 제자들이 반드시 있게 된다며 이것은 부처님 법이 너무도 합당한 말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 법은 열고 덮는 것이 자유롭다고 했다. 이는 사람마다 근기에 따라 달리 말씀하신 대기설법對機說法이기 때문에 부처님 설법은 모든 중생들에게 차별 없이 자세하게 모두 다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백운白雲이 청산靑山에 있고 청산이 백운을 포용하듯이 서로 장애 받지 않으며 너무나 자연스럽고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야부스님은 그와 같이 합당하다며 청산과 백운이 자연스럽게 만남을 유지하듯이 부처님의 설법은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함을 깨달아 청산이 되고 백운이 된다면 내가 부처라는 내 삶의 방식(믿음)이 얼마나 단단해지고 굳어지겠는가. 내 의지는 청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단단하면서도 내 마음의 향기는 백운처럼 어딜 가든지 구애됨 없이 자유자재하다고 생각해 보자. 청산과 백운의 상징적 의미를 생활화 하는 자세가 바로 삶의 지혜를 넓혀 가는 길인 것이다.
야부스님은 ‘함여시’라 한 뜻을 한편의 선시로 부연 설명했다.
사해지심 여산지고 似海之深 如山之固
좌선우전 불거불주 左旋右轉 不去不住
출굴금모사자아出窟金毛師子兒 전위효후중외의全威哮吼衆狐疑
심사부동간과처深思不動干戈處 직섭천마외도귀直攝天魔外道歸
바다 깊음과 같고
산의 견고함과 같네
좌로 돌고 우로 굴려도
가지도 않고 머무르지 않네
굴속에 나온
금털 달린 사자 새끼여
온전한 위엄으로 소리 지르니
모든 여우가 놀라네
깊이 생각하나니
방패 창을 쓰지 않는 곳
바로 마군외도를 포섭해 돌아오네
야부스님이 부처님의 말씀을 극찬한 시이다. 바다의 깊이와 산의 단단한 모습과 같고 무애자재無碍自在하여 무서운 사자 울음소리에 많은 여우들이 놀라듯 끝없는 마군중생들이 이 경구의 말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강경>의 요체를 말씀하신 것이기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이듯 방패와 창을 들고 싸우기 전에 적군을 항복받아 돌아오는 것과 같이 외도들을 항복받기에 충분한 말씀이라는 것이다.
사구게를 말씀하신 부처님 설법은 허공과 같이 막힘이 없으며 아무리 실천해도 싫증남도 없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사구게 유통을 권유하셨다. 사구게(경전)를 모시는 곳에는 탑묘를 모시고 공양 올리듯 천룡팔부가 외호한다고 했으니 그 공덕이 무변함을 아무리 칭찬해도 끝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49년간 설법을 하실 때 이 반야부般若部를 유독 21년간이나 길게 설하셨다. 형상을 떠난 마음자리를 설명하는 공空사상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혜력이 없는 까닭이다. 지혜는 읽기만 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스승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터지지 않는다. 지혜력, 위신력, 가피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훌륭한 스승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삶의 환희로움과 행복감은 우리가 어떻게 장엄莊嚴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도심 속에서도 달을 만나고 자연과 산속의 모든 생명체를 만나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9. 一相無相分(하나의 상도 상이 없다) 第九
須菩提 於意云何 須陀洹 能作是念 我得須陀洹果不
수보리 어의운하 수다원 능작시념 아득수타원과부
須菩提 言 不也 世尊 何以故 須陀洹 名爲入流
수보리 언 불야 세존 하이고 수타원 명위입류
而無所入 不入色聲香味觸法 是名須陀洹 須菩提
이무소입 불입색성향미촉법 시명수타원 수보리
於意云何 斯陀含 能作是念 我得斯陀含果不 須菩提
어의운하 사다함 능작시념 아득사다함과부 수보리
言 不也 世尊 何以故 斯陀含 名一往來 而實無往來
언 불야 세존 하이고 사다함 명일왕래 이실무왕래
是名斯陀含 須菩提 於意云何 阿那含 能作是念
시명사다함 수보리 어의운하 아나함 능작시념
我得阿那含果不 須菩提 言 不也 世尊 何以故
아득아나함과부 수보리 언 불야 세존 하이고
阿那含 名爲不來 而實無不來 是故名阿那含
아나함 명위불래 이실무불래 시고명아나함
須菩提 於意云何 阿羅漢 能作是念 我得阿羅漢道不
수보리 어의운하 아라한 능작시념 아득아라한도불
須菩提 言 不也 世尊 何以故 實無有法名阿羅漢 世尊
수보리 언 불야 세존 하이고 실무유법명아라한 세존
若阿羅漢 作是念 我得阿羅漢道 卽爲着我人 衆生壽者
아라한 작시념 아득아라한도 즉위착아인 중생수자
世尊 佛說我得無諍三昧人中 最爲第一 是第一離欲阿羅漢
세존 불설아득무쟁삼매인중 최위제일 시제일이욕아라한
世尊 我不作是念 我是離欲阿羅漢 世尊 我若作是念
세존 아부작시념 아시이욕아라한 세존 아약작시념
我得阿羅漢道 世尊 卽不說須菩提 是樂阿蘭那行者
아득아라한도 세존 즉불설수보리 시요아란나행자
以須菩提 實務所行 以名須菩提 是樂阿蘭那行
이수보리 실무소행 이명수보리 시요아란나행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다원이 생각하기를 ‘나는
수다원의 과위(果位)를 얻었노라.’ 하겠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성인의 유(流)에들다.’라고 이름
하지만 실은 어디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름이 수다원일뿐이기 때문
입니다.“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다함이 생각하기를 ‘나는 사담함의
과위를 얻었노라.‘ 하겠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이름이 ‘한 번 갔다 온다’는 말이
지만, 실은 가고 옴이 없습니다. 그 이름이 사다함 일 뿐이기 때문 입니다.“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나함이 생각하기를 ‘나는 아나함의
과위를 얻었노라‘ 하겠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은 이름이 ‘오지않는다’는 말이지만 실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름이 아나함일 뿐이기 때문 입니다“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
(道)를 었노라.‘ 하겠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로 어떤 고정된 것이 있어서 이름을 아라한
이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아라한이 생가하기를 ‘나는 아라한이 길을 얻었노라.’ 라고 하면
이는 곧 나와 남과 중생과 수명에 집착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다툼이 없는 삼매를 얻은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
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는 욕심을 떠난 제일가는 아라한입니다. 그러난 저는 ‘나는
욕심을 떠난 아라한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나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라고 생각한다면, 세존께서는
곧 수보리에게 ‘고요한 행(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입
니다. 수보리는 실로 고요한 행을 한 바가 없습니다. 그냥 부르기를 ‘수보리는 고요한 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할 뿐입니다.
<성도재일 축등이 대웅전 앞 마당에 가득 걸려져 있습니다.
부처님이 각고의 수행 끝에 도(道)를 얻었다는, 成佛得道를
기리는 성도재일(成道齋日)은 12월 8일(음력)입니다.
2014년 1월 8일 서울 봉은사>
8. 依法出生分(법에의해 다시 출생하다) 第八
須菩提 於意云何 若人滿三千大千世界七寶 以用布施 是人 所得福德 寧爲多不
수보리 어의운하 약인만삼천대천세계칠보 이용보시 즉시 소득복덕 영위다부
須菩提 言 甚多世尊 何以故 是福德 卽非福德性 是故 如來 說福德多
수보리 언 심다세존 하이고 시복덕 즉비복덕성 시고 여래 설복덕다
若復有人 於此經中 受持乃至四句偈等 爲他人說 其福 勝彼
약부유인 어차경중수지 내지 사구게등 위타인설 기복 승피
何以故 須菩提 一切諸佛 及諸佛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 皆從此經出
하이고 수보리 일체제불 급 제불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 개종차경출
須菩提 所謂佛法者 卽非佛法
수보리 소위불법자 즉비불법.
“수보리야, 그 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사람이 삼천 대천세계에 가득한
금 · 은 보화를 가지고 널리 보시하였다면, 이 사람이 얻는 복덕이 얼마나 많겠
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성(性)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만약 어떤사람이 이 경(經)가운데서 네(四) 글귀만이라도 받아 지녀서 남을
위해 말해주었다면, 그 복덕이 앞의 복덕보다 훨씬 뛰어나리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최상의 깨달음의 도리는 다 이 경전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불법(佛法)이란 곧 불법이 아니니라“
<사경(寫經)은 경전을 筆寫하며 그 경전속의 가르침과 그 의미를 마음속에 새기는
독경의 한 방법입니다. 불기 2557(서기 2013)년 9월 금강경 사경과제 시작.>
<불경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讀經(독경)-소리를 내서 읽고
見經(견경)- 눈으로 읽기
黙經(묵경)-침묵속에서 읽고
聽經(청경)-다른사람이 독경소리를 새겨 듣고
寫經(사경)-한자한자 베껴 쓰면서,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는 것.
<불교개론 / 조계사 출판부 刊 >
7. 無得無設分(얻음도 없고 설說함도 없다) 第七
須菩提 於意云何 如來 得阿뇩多羅三먁三菩提耶 如來 有所說法耶
수보리 어의운하 여래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야 여래유소설법야
須菩提 言 如我解佛所說義 無有定法名阿뇩多羅三먁三菩提 亦無有定法
수보리언 여아해불소설의 무유정법명아뇩다라삼먁삼보리 역무유정법
如來可說 何以故 如來所說法 皆不可取 不可說 非法 非非法 所以者何
여래가설 하이고 여래소설법 개불가취 불가설 비법 비비법 소이자하
一切賢聖 皆以無爲法 而有差別
일체현성 개이무위법 이유차별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래가 최상의 깨달음을 얻었는가?
또 여래가 설법(說法)한 바가 있는가?“
수보리가 사뢰었습니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에는 고정된 그무엇으로써 최상의
깨달음이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또한 고정된 그 무엇으로써 여래께서 설법
하신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의 설법은 모두가 취할 수가 없으며, 말 할 수도 없으며, 옳은
법이 아니며, 그른 법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체 성현(聖賢)들은 모두가 조작이
없고 꾸밈이 없는(無爲)법으로써 온갖 차별을 꾸며서 펼쳐보였기 때문입니다.“
<미륵대불 대자대비의 손. 2013년 11월 15일 서울 봉은사>
6. 正信希有分(바른 믿음은 희유希有하다) 第六
須菩提 白佛言 世尊 頗有衆生 得聞如是言說章句
수보리 백불언 세존 파유중생 득문여시언설장구
生實信不 佛 告須菩提 莫作是說 如來滅後後五百歲
생실신불 불 고수보리 막작시설 여래멸후후오백세
有持戒修福者 於此章句 能生信心 以此爲實 當知是人
유지계수복자 어차장구 능생신심 이차위실 당지시인
不於一佛二佛三四五佛 而種善根 已於無量千萬佛所
불어일불이불삼사오불 이종선근 이어무량천만불소
種諸善根 聞是章句 乃至一念 生淨信者 須菩提 如來
종제선근 문시장구 내지일념 생정신자 수보리 여래
悉知悉見 是諸衆生 得如是無量福德 何以故 是諸衆生
실지실견 시제중생 득여시무량복덕 하이고 시제중생
無復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 無法相 亦無非法相 何以故
무부아상인 상중생상수자상 무법상 역무비법상 하이고
是諸衆生 若心取相 卽爲着我人衆生壽者 若取法相
시제중생 약심취상 즉위착아인중생수자 약치법상
卽着我人衆生壽者 何以故 若取非法相 卽着我人衆生壽者
즉착아인중생수자 하이고 약취비법상 즉착아인중생수자
是故 不應取法 不應取非法 以是義故 如來常說 汝等比丘
시고 불응취법 불응취비법 이시의고 여래상설 여등비구
知我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 何況非法
여아설법 여벌유자 법상응사 하황비법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거나, 글귀를 보고 진실한
믿음을 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가 열반한 뒤, 최후의 오백년경에도 계(戒)를 받아
지니고 복(福)을 닦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들은 이러한 글귀에 신심을 내고,
이러한 이치로써 진실을 삼으리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 ·넷·
다섯 부처님에게만 선근(善根)을 심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의 처소에서 여러 가지 선근을 심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글귀를
보고 한 생각이나마 청정(淸淨)한 믿음을 내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이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복덕을 얻으리라는 것을
다 알고 다 보느니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들은 더 이상 나라는 상(相)이나,
남이라는 상이나, 중생이라는 상이나, 수명에 대한 상이 없느니라. 그리고 옳은
법(法)이라는 상도 없고, 그른 법(非法)이라는 상도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들이 만약 마음에 어떤 상을 취하면, 곧 나와 남과 중생과
수명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또,만약 옳은 법이라는 상을 취하여도 곧 나와
남과 중생과 수명에 집착하게 되며, 만약 그른 법이라는 상을 취하여도 나와 남과 중생과 수명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반드시 옳은 법을 취하지도 말고,반드시 그런 법을 취하지도 말라.
이러한 이치에 근거한 까닭에 여래는 늘 말하기를, ‘그대 비구니들은 나의 설법을 뗏목의 비유처럼 알라‘ 라고 하였노라. 옳은 법(法)도 오히려 반드시 버려야 하거늘,하물며 그른 법(非法)이겠는가?“
<봉은사 불교대학 제52기 성지사찰 여행길에 만난 '사면 사불(四面 四佛)면 사불' 상. 2013년 11월 10일 덕숭산 수덕사修德寺 관음전 오르는 길>
5. 如理實見分 (그런 이치를 사실대로 보다) 第五
須菩提 於意云何 可以身相 見如來不 不也
수보리 어의운하 가이신상 견여래불 불야
世尊 不可以身相 得見如來 何以故 如來所說身相
세존 불가이신상 득견여래 하이고 여래소설신상
卽非身相 佛 告須菩提 凡所有相 皆是虛忘
즉비신상 불 고수보리 범소유상 개시허망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육신으로써 여래(如來)를
볼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육신으로써는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육신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곧 육신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하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
[凡所有相 皆是虛忘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른아침 잠을 깬 새 두 마라기 봉은사 경내의 음료수대(현재의 '날물곳' 건설공사 이전의 옛모습)
돌확의 난간에 앉아 아침을 맞고있습니다. 2011년 1월 24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
4. 妙行無住分(아름다운 행위는 머물지 않는다) 第四
復次須菩提 菩薩 於法 應無所住行於布施 所謂不住色布施
부차수보리 보살 어법 응무소주행어보시 소위부주색보시
不住聲 香味觸法布施 須菩提 菩薩 應如是布施 不住於相 何以故
부주성 향미촉법보시 수보리 보살 응여시보시 부주어상 하이고
若菩薩 不住相布施 其福德 不可思量 須菩提 於意云何 東方虛空
약보살 부주상보시 기복덕 불가사량 수보리 어의운하 동방허공
可思量不 不也 世尊 須菩提 南西北方四維上下虛空 可思量不
가사량부 불야 세존 수보리 남서북방사유상하허공 가사량부
不也 世尊 須菩提 菩薩 無住相布施 福德 亦復如是 不可思量
불야 세존 수보리 보살 무주상보시 복덕 역부여시 불가사량
須菩提 菩薩 但應如所敎住
수보리 보살 단응여소교주
“또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고 보시(布施)를 해야
하나니, 이를테면 사물에 머물지 말고 보시할 것이며,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그 외의 온갖 것에 머물지 말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보시하여 형상에 머물지 말라.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형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그 복덕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느니
라. “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쪽 허공을 모두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남·서·북쪽과 네 간방과 위·아래쪽의 허공을 모두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형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는 복덕(福德)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가히 상상할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가르친 바와 같이 머물지니라.“
<일요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에게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차(茶),
더위를 식히는 차를 한 잔 권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정성을
보시함인가? 2013년 9월 15일 봉은사>
3. 大乘正宗分(대승의 바른 종지) 第三
佛 告須菩提 諸菩薩摩訶薩 應如是降伏其心
불 고수보리 제보살마하살 응여시항복기심
所有一切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소유일체중생지류 약란생 약태생 약습생
若化生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약화생 약유색 약무색 약유상 약무상
若非有想非無想 我皆令入無餘涅槃 而滅度之 如是滅度無量無數無邊衆生
약비유상비무상 아개영입무여열반 이멸도지 여시멸도무량무수무변중생
實無衆生得滅度者 何以故 須菩提 若菩薩 有我相人相衆生相
실무중생득멸도자 하이고 수보리 약보살 유아상인상중생상
壽者相 卽非菩薩
수자상 즉비보살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그마음을 항복 받을지니라.
보살은 온갖 중생들의 종류인, 알에서 태어나는 것· 태(胎)에서 태어나는 것·
습기에서 생기는 것· 변화에서 생기는 것· 형상이 있는 것· 형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지도 않고 생각이 없지도 않는 것들을
모두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게 하여 제도(濟度)하느니라.
이와 같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가 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지만 실은 제도를
얻은 중생은 없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라는 상(相)-‘남’이라는
상-‘중생’이라는 상-‘수명’에 대한 상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광대무변의 이 넓은 우주속에서 한 점 티끌인 사람이 뭘좀 안다고,무엇을 얼마나 알것인가?
'우물안 개구리'를 비웃을 일만도 아닌 것이, 저 굴안의 불상이 볼수있는 '시계(視界)' 에서
보이는 것이 얼마나 하찮을 것인가? 2011년 5월 11일 비오는 날 봉은사>
2. 善現起請分(선현기청분:선현이 법을 청하다) 第二
時 長老須菩提 在大衆中 卽從座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시 장노수보리 재대재중 즉종좌기 편단우견 우슬착지 합장공경 이백불언
稀有世尊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世尊 善男子善女人 發阿褥多羅
희유세존 여래 보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 세존 선남자선여인 발아뇩다라
三藐三菩提心 應云何住 云何降伏其心 佛言 善哉善哉 須菩提 如汝所說
삼먁삼보리심 응운하주 운하항복기심 불언 선재선재 수보리 여여소설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汝今諦聽 當爲汝設 善男子善女人 發阿褥多羅
여래 선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 여금제청 당위여설 선남자선여인 발아뇩다라
三藐三菩提心 應如是住 如是降伏其心 唯然世尊 願樂欲聞
삼먁삼보리심 응여시주 여시항복기심 유연세존 원요욕문
그 때 덕이 높으신 수보리(須菩提) 존자(尊子)가 대중 가운데 계시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옷차림을 바르게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 공경하면서부처님께 사뢰었습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잘 보살펴주시고, 모든 보살들에게 잘 당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선여인이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일으킨 이는 어떻게 머물며,어떻계 그 마음을 항복 받아야 합니까? "
부처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매우 좋은 질문이다, 수보리야. 그대의 말과 같이 여래는 모든 보살들을 잘 보살피고 잘 당부하느니라.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선남자선여인이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반드시 이와 같이 머물고,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 받을지니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즐겁게 듣고자 하나이다."
<***2015년 4월 19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금강경독송 3년 대정진기도』법회 시간에 강설한 주지 원학스님의 법문내용> (자료=봉은사 법문자료실)
초하루 법회와 일요법회를 겸한 이날‘금강경 야부송’강설은‘제2분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선현이 법을 청하다)’을 열었다. 공空의 이치를 확실히 깨닫고 달관한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존자가 부처님께 법을 청하고 부처님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깨달음의 지혜인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을 강조했다.
“세존이 모든 보살들을 호념護念하고 부촉付囑해 주심을 희유하다.”고 찬탄한 수보리가 어떻게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을 내고 어떻게 안주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는 지를 묻고 부처님이 대답하는 내용을 토대로 야부 스님의 선지적 해석을 전했다.
원학 스님은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은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으로 모두가 부처임을 인식하는 평등한 마음을 깨닫는 지혜이며 위없는 최고의 깨달음”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님이 한 마디도 안했지만 수보리는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여래를 희유하다 찬탄했다며 안목을 갖춘 수승한 자이기 때문에 언어를 빌리지 않고도 마음으로 법을 전하여 이해할 수 있는 염화미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보리가 그 뜻을 알면서도 법을 청하여 물은 것은 근기가 낮은 중생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사고 대신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학 스님은 부연하여 설명하기를 “야부 스님은 이를 두고 ‘격잔경각隔孱硬角 편지시우片知示牛요 격산견연隔山見煙 편지시하片知示下’로 비유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것은 마치 담장 밖에 뿔이 보이니 소가 있는 줄 알고 산 능성이에 연기가 올라오니 산 너머에 불이 있는 줄 아는 것처럼 마음으로 훤히 아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원학 스님은 “‘호념’은 악惡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선善을 내도록 염려하는 것이며 ‘부촉’은 근기가 미열한 자에게 중생을 제도하는 아뇩다라삼막삼보리의 방편으로 대비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세부설명을 곁들였다.
한편, 법성은 허융광대虛融廣大하여 본체는 빈듯하지만 모든 물체는 법성 안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국엔 법성의 본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따로 주住한다고 할 수 없으며 본 심성은 본래 적멸하여 항복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성의 이치를 확실히 깨달으면 내 것이라 고정시켜 집착하지 않으며 내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 물들지 않는 자가 주하는 방법과 마음을 항복받는 방법을 아는 자라고 설명했다.
그러한 깨달음의 씨앗인 ‘본분인本分人’은 누구나 차별 없이 똑같으며 ‘본분인’의 차원에서는 기쁨과 슬픔도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금시인今時人’의 마음에는 기쁨과 슬픔이 있으니 이것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며 진공묘유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시인’의 마음은 끊임없이 지혜를 닦아나가는 관조반야이며 ‘본분인’의 자리는 청정법신의 실상반야라고 덧붙였다.
‘본분인’은 본래 청정하여 희비를 내지 않고 자연의 변화처럼 무심의 변화가 있을 뿐이므로 야부 스님은 ‘소장영허消長盈虛’라고 표현했으며 이러한 마음으로 머물고 항복받는 것이 묘원진정의 ‘아뇩다라삼막삼보리’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음을 찾고 부처님과 수보리가 주고받은 뜻을 알면 깨달음의 대도심大道心에 계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은사 홈페지이지 법문자료실)
<봉은사 무구정광대다리니석탑의 탑신에 새겨진 조각 . 2013년 9월 19일 봉은사>
1. 法會因油分 (법회인유분: 법회가 열린 인연) 第一
如是我聞 一時 佛 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여시아문 일시 불 재사위국 기수급고독원 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구)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이시 세존 식시 착의지발 입사위대성 걸식어기성중 차제걸이 환지본처 반식흘 수의발 세족이 부좌이좌.
이와 같은 내용을 나는 들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일천이백오십인의 스님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때 새존께서는 공양을 드실 때가 되었으므로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鉢盂)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셔서 걸식하셨습니다. 그 성안에서 차례대로 걸식하여 마치시고 본 곳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공양을 마치신 뒤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습니다.
(* 2015년 3월 일『봉은사 금강경 독송3년 대정진기도회』를 시작하는 주지 원학(圓學)스님의 금강경소개 법문참조)
금강경은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를 줄여서 부르는 경전으로, 우리나라 조계종의 소의(所依)경전으로 ‘반야심경’과 함께 널리 읽히고 있는 경전입니다.
금강경(Diamond Stura)은 대한불교조계종이 근본지침으로 삼는 경전으로 불교사상의 근본교리인 ‘공(空) 사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작 ‘空’자는 한자도 보이지 않는 등 난해하다는 평을 듣고있습니다. 지금까지 700여종이 넘는 각종 해설서와 입문서가 나와 있고 많은 불자들이 수지 독송하면서도 읽을수록 어렵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금강경은 <‘如是我聞(여시아문)’-‘나는 이와같이 들었다’>로 시작합니다.
부처님이 가르침을 펼쳤된 시절에는 제대로 된 문자가 없었던 시기입니다. 부처님 열반후 석존이 펴신 법문을 후대에 전하고자 생전에 들려준 가르침의 내용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제자들이 저마다 들어서 기억하고있는 내용을 진술-종합하여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자본’ 경전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경전은 「如是我聞(여시아문)으로 시작하며, 우리말로 풀으면 「나는 (부처님 말씀을)이와같이 들었다」로 시작을 합니다.
평생을 ‘학승’으로 살고 싶고, 다른 무엇보다 ‘염불 제일’로 평가받고 싶다는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이, 제대로 읽고 이해 한다면 그 공덕은 무량할 뿐만 아니라 수행의 지침이 된다는 ‘금강경 오가해’ 중에서도 선(禪)적체험에 의한 울림이 크다는 평을듣는 송나라시대의 선승 야부(冶夫)스님이 쓴 ‘금강 야부송’을 텍스트로 하여 펼치는 연속 시리즈 ’금강경‘ 강설대법문을 2015년 3월 5일부터 서울봉은사 법왕루에서 한 달에 2회씩(음력 초하루/보름) 42회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하며, 금강경 도입부의 그 유명한 구절인 ‘如是我聞’ 4글자속에 들어있는 원대하고 무량한 불교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습니다.
‘여(如)’란 정야장천일월고(靜夜長天一月孤))’라 읊으며 ‘고요한 밤 높은 하늘에 달빛이 외롭다’는 구절로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둥근달을 원만구족한 본성품에 비유한 것이다.‘여’는 물과 파도가 본래 둘이 아닌 이치이며 물과 파도의 이름이 붙기 이전 소식이라고 본 것이다.
‘시(是)’는 두두물물 속에 드러나는 삼라만상의 본 모습이 티 없이 맑은 것으로 ‘시’는 물에서 나온 파도와 같다고 본 것이다. 물을 떠나 파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물이라 해도 옳고 파도라 해도 옳은 것이며 물이 맑으면 모든 사물을 비추고 담듯이 번뇌의 진풍(塵風)이 가라앉으면 청정법신의 본 마음에서 지혜가 샘솟는다고 설명한 것이다.
‘아(我)’는 벌거벗은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비유하며 능소(能所)를 구별 짓지 않는 절대의 ‘아’를 의미한다. 그러한 ‘아’는 저마다 참모습의 무생(無生)의 곡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문(聞)’은 경계에 끌려 다니며 듣는 육신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무진설법(無盡說法)을 들을 수 있다.
원학 스님은“고요한 밤 기러기 울음소리를 방안에서 들으면 찬 서리 내리는 바깥 하늘의 냉기를 느낄 줄 아는 것이 진정으로 듣는 것”이라며 “문(聞)과 불문(不聞)에 구애받지 않고 듣는 것을 의미한다“ 고 풀이했습니다.
원학 스님은 “「금강경」은 집착을 비울 수 있는 도리이며 모든 것을 비우라는 공사상(空思想)이다.”고 강조했으며 일상의 현상에 탐닉하고 집착하지 않는 비움의 자리로 돌아가야 법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일어나는 파장을 가라앉히고 근본 자리로 돌아가고자 각성하면 번뇌의 물결이 사라질 수 있으며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 출렁임이 없어야 공부의 시작이라고 들려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외식제연(外息諸緣) 내심무처(內心無處)’인 선가禪家의 가르침이라고 강설했습니다.
<2012년 9월 봉은사 법왕루>
왜 <금강경> 인가?
-원학 스님 금강경 야부송 강설을 시작하며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이 3년여(매월 초하루와 매주 금요일)에 걸쳐 펼쳐나갈 《금강경》(야부송(冶父頌)해설 법회를 소개하며, ‘왜, 금강경인가?’를 설명하면서 금강경을 읽어 경안(經眼)이 트이면 반야의 심안(心眼)도 트이기 때문으로, <금강경>을 독송하여 반야지혜를 얻고 청정법신비로자나불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설법했다.
금강경은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된 형상의 실체가 없다는 것과, 모든 것은 멸(滅)하여 사라지는 무상의 도리를 종지로 삼으며, 우주의 진리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무주(無住)를 체(體)로 삼고, 머무름이 없는 가운데 작용을 일으키는 묘유(妙有)로 용(用)을 삼는다고 설명하며 진리의 변화에 순응하는 용심(用心)을 일으켜야 한다고 설했다.
금강경은 삼신불(三身佛)과 체(體)·상(相)·용(用)의 뜻을 담고 있는데 ‘체’는 청정법신비로자나불로 항상 비추고 있는 광명변조의 빛이요, ‘상’은 그 빛을 받아 수행하는 원만보신노사나불, ‘용’은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로 수행하고 닦아서 깨달아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은 <금강경>을 통해 불변의 금강심과 묘유를 갖춘 반야심이 내 안에 원만하게 구족되어 있음을 알기 위한 것이며 문자를 통해 법을 배우지만 문자에 참뜻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문자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풀이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禪)에 들기 위해서 교(敎)를 버리라고 하는 ‘사교입선(捨敎入禪) 의 가르침은 경(經)의 참뜻을 알고 교(敎 )일변도로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지 경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첨언했다.
원학 주지스님은 “금강반야심은 지혜의 불꽃을 일으키는 수행정진의 공덕을 통해서만 참 뜻을 알고 찾을 수 있으며, 자성을 분명하게 깨달으면 반야지혜는 바로 이 <금강경>으로부터 나왔음을 믿게 된다.”며 금강경의 가치를 평가했다.
내 안의 금강이 있지만 번뇌로 덮이면 묘용하는 여래장이 빛을 발하지 못하므로 반야지혜로 번뇌를 씻어내야 하며, 경전이나 불상 등 몸 밖의 부처를 통해 내 안의 경전인 내 안의 부처를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한 이유는 “악한 마음을 제거하고 착한 마음을 일으켜 깨우치고자 하는 선법(善法)이며, 악한 마음을 내지 않고 착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굳이 경을 설할 이유도 없는 것이라며 선심(善心)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금강의 반야지혜는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것과 같이 모든 생각이 다 끊어지는 발심이며, 확철대오(廓撤大悟) 하여 불성(佛性)인 금강 반야를 보는 자가 부처요, 불성을 보지 못하는 자는 중생이라며 수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법문/2014.11.22일(음력 10월 1일) <금강경 강해를 시작하는 초하루 법>
2015.02.25.등록 인터넷 등록
金剛經 寫經 發願文
대자대비로 온누리의 어둠을 밝혀주시옵는 부처님께 金剛(般若波羅蜜)經을 사경(寫經)하며 간절한 서원을 세웁니다.
거룩하신 佛· 法· 僧 삼보에 의지하여 탐진치를 모두 끊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큰 가피를 내려주시옵소서.
이 경전의 가르침을 한획한자 정성을 다해 쓰는 공덕으로 지금까지 지은 죄업 모두 소멸되고 새 인연의 보리심으로 다함께 무상극락을 얻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57(2013)년 9월 18일
봉은사 불교대학 52기(야간반) 불자 해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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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