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점 "이러다 다 죽는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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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끼리 만나면 이러다 장사 접는 거 아니냐, 폐업이 속출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들을 해요. 여러 점포를 가진 데는 매장을 내놓고 싶어도 산다는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고요. 권리금도 많이 떨어졌어요."

얼어붙은 통신 시장에 휴대폰 대리·판매점들의 한숨이 심상찮다. 보조금 규제가 심해지면서 휴대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청와대가 나서 "이동통신 시장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후 보름만의 일이다.

지난 27일 기자가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휴대폰 대리점주는 "손님이 없다, 아예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가면 줄도산 하는거 아니냔 소리도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인 판매점들은 아우성"이란 말도 덧붙였다.

■덩치 큰 대리점일수록 울상인 이유

휴대폰 판매점들은 한동안 잘 나갔다. 90만원짜리 휴대폰 한 대를 팔면 많게는 50만원도 남았다. 소비자들에 할인해주고 남은 보조금이 모두 수익으로 잡혔다. 보조금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수익도 천차만별이었다.

활황에 지난 3년간 휴대폰 판에선 '대형 매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점포 크기로 상권을 장악, 매출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었다. 고수익에 남의 돈을 빌어 휴대폰 매장을 차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 점주는 "하루 한 두대만 팔아도 직원들 월급을 주고도 남았던 곳이 휴대폰 판매점"이라며 "한때 주요상권의 목 좋은 자리는 모두 휴대폰이 차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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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한 용산 휴대폰 판매점들.


그러나 청와대 발표 이후 대형·다점포 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런 점포들은 대부분 고비용 지출 구조로 운영된다. 비싼 임대료에 직원들 월급, 그리고 할부로 들여놓은 물건 값까지 영업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단 설명이다.

판매점에 휴대폰 판매를 재위탁하는 대리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다수 대리점들은 이동통신사로부터 "물건을 팔아 나중에 원금을 갚는" 형태로 휴대폰을 들여온다. 예컨대 한 대리점에 100만원짜리 휴대폰 100대를 들여오면 물건값만 1억원인 셈이다.

물건이 잘 팔릴 땐 상관없지만, 반대의 경우 이는 그대로 빚이 된다. 안 팔린 휴대폰은 재고로 분류된다. 이동통신사가 반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채권 문제가 심각해지면 이통사들이 이 재고를 다른 대리점에 이관해주는 정도가 전부다. 경기 영향에 재고를 이관받을 대리점도 없다. 할부채권으로 여신을 상쇄했던 대리점들이 '줄도산'을 걱정한다.

상황을 설명하던 대리점주는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판매되지 않아 채권문제가 발생한다"며 "채권 독촉이나 연체료 때문에 고충을 겪는 대리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갤럭시S3가 버스폰 되던 때부터...

휴대폰 대리점들은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진 시기를 지난해 9월부터로 기억한다. 정부 규제보다 최신폰에 무더기 보조금이 실리기 시작하던 지난해부터 '2년 약정'을 기준으로 순환하던 휴대폰 교체 주기가 깨졌다고 본다.

지난해 9월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3'가 출시되던 시점이다. 갤럭시S3는 삼성 스마트폰으로는 이례적으로 출시되자마자 '버스폰'이 됐다. 시장에선 당시 삼성이 갤럭시S3에 보조금을 많이 태운 이유로, 애플 아이폰5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휴대폰 대리점주는 "비정상적인 보조금,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인 보조금으로 소비가 앞당겨 이뤄졌다"며 "약정이 끝나지 않은 사람도 최근 1년 사이에 스마트폰을 다 바꿨는데 지금 수요가 있을리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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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 발길이 끊기면서 대부분 휴대폰 판매점들이 한산하다.


갤럭시S3가 한때 17만원까지 떨어지면서 출고가대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호갱'이라는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보조금이 집중 투하될때를 기다려 휴대폰을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다. 갤럭시S3 할부원가가 규제로 70만원까지 오른 마당에, 이를 구매하겠단 사람이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서는 정부가 보조금 규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출고가 자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이동통신사로 제품을 넘길 때 원가는 대리점도, 판매점도 모른다. 때마다 터지는 보조금 문제를 잡기 위해선 출고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풀리는 5월... 상황 나아질까

최근 만난 휴대폰 제조업체 임원도 최근 판매점 상황을 우려섞어 전했다. 그는 "대리점주들이 이런 상태로 계속 가다보면 2~3개월 안에 곡소리가 나는것 아니냐고 말하더라"며 "보조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봐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통통신사들도 4월까지는 이같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 초는 휴대폰 시장 최대 성수기다. 통신사들도 5월 초에 맞춰 보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집행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4월 말 국내 출시되는 갤럭시S4도 하나의 변수다. 통상 신작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기존 구형 제품들에 쏠리는 보조금 규모가 커진다.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은 갤럭시S4 판매량 그자체보다, 이를 미끼상품으로 내방 고객을 늘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5월 이후 (보조금이) 조금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 할 수 없고, 갤럭시S4 효과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다"면서도 "갤럭시S4가 나오면 사람들이 매장엔 들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은 있다. 지금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혜현 기자(hyu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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