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정동일 교수의 리더십 이야기]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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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24 02:58
고객만족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조직 구성원에 소홀해지는 기업 늘고 있어…
포천이 뽑은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의 CEO들 "종업원이 첫째고 고객은 둘째" 자신있게 밝혀
필자는 얼마 전 어떤 그룹의 연수원에 가서 리더십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강의를 하러 들어가다 로비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우리 회사의 주인은 고객입니다.'과연 그럴까? 요즘 경영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라면 '소비자 주권주의' 내지는 '소비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만족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노력하자는 생각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국만큼 소비자 자본주의가 일찌감치 관심을 받고 잘 정착된 나라도 드문 것 같다. 그 이유는 한국의 소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든 정보를 취합해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한다.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기대치에서 1%라도 부족하면 가차없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경쟁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간다. 어디 이뿐인가? 본인이 겪은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무슨 회사 제품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견해를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강요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필자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소비자가 기업 활동의 중심에 놓이게 되고 고객만족이 경영의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 조직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이런 기업의 CEO는 고객 만족을 위해서 직원들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은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웃음과 친절을 강요당하고 그저 묵묵히 고객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소비자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모든 것이 희생되어도 된다는 리더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며칠 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타워스 왓슨이 22개국 2만명의 직장인을 상대로 업무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몰입도 비율이 전 세계 평균(21%)보다 현저히 낮은 6%에 그쳤다는 사실을 최고경영자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미국 포천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을 살펴보자. SAS, 구글, 제넨텍(Genentech), 스타벅스 등 지난 수년간 이 랭킹에 가장 많이 오른 회사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첫째, 놀랍게도 이들 기업의 CEO는 자신 있게 '종업원이 첫째고 고객은 둘째다'라고 이야기한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하워드 슐츠(Schultz)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하며 직원들의 행복을 경영에서 가장 중요시한다.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인 SAS의 CEO 짐 굿나잇도 "종업원을 행복하게 해 주고 최고의 혜택을 주는 것은 이들의 회사 성공에 대한 기여와 공로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라며 '종업원 주권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둘째, 이들은 종업원에게 고객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업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진정한 고객 서비스와 업무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 항암제시장의 선두 기업 중 하나인 제넨텍은 회사에 암 환자들을 자주 초대해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이 이들의 고통을 직접 보게 함으로써 일에 대한 의미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업무 몰입에 대한 강요와 부자연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이를 위해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궁극적인 심판자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소비자 주권주의는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이 바로 조직 구성원의 일과 회사에 대한 만족이라는 사실을 현명한 리더와 회사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친절과 업무 몰입은 진정성이 결여되기 마련이고 이는 오히려 고객 불만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소비자 주권주의를 외치며 열심히 경영하고 있는 CEO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현수막에 씌어 있는 '우리 회사의 주인은 고객입니다'란 글이 당신 회사의 직원들에게는 '당신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이 회사의 주인은 아닙니다'란 메시지로 보인다는 사실을. 당신 회사의 진정한 주인은 고객이 아니라 하루 10시간 이상씩 회사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 '종업원 주권주의'여 영원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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