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의료사고때 조폭과 연계 거액요구 빈발…관련보험 급팽창
의사 경호서비스가 의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의료사고와 소송이 많아지면서 자리를 잡은 풍속도다. 특히 의료사고에 따른 신변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개원의들 사이에서 상한가다. 경기 불황으로 조직폭력배와 연계해 의료사고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의료사고 판례가 의사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인기몰이의 요인이다.

의사 경호는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정상적인 진료 행위를 방해하는 환자 측의 위법 행위를 제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사고가 잦은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의사들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엔 한의사들이 경호원을 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원 인천 안양 일산 등 수도권 지역과 강북 지역 개원의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편이다.

의사가 경호업체에 연락을 하면 경호업체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경호원을 파견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일주일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최소 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지만 의료사고 당시의 위협적인 상황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라는 게 의사들의 얘기다.

지난달 경호 서비스를 이용한 안양의 박모 개원의는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씨의 경우 제왕절개수술 후 산모가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원인은 과다출혈. 유가족은 7억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박 원장은 "알고 보니 유가족의 남편이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있었다"며 "24시간 교대로 조폭 20여명이 병원 입구에서 신나로 무장하고 병원을 불태우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처음에는 발만 동동 굴렀는데 경호업체의 도움으로 열흘만에 유가족과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수원에서 한의원을 낸 이모 원장은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70대 환자에게 30분 동안 침 3대를 놔준 것이 화근이 됐다. 침을 맞은 뒤 3일 후에 환자가 사망했고 유가족은 3억원을 요구했다. 원장의 가족들까지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 한 달 동안 경호서비스를 이용한 이 원장은 "경호서비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회상했다. 만약 의사가 의사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의료사고 1건에 200만~400만원의 무료 경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1998년 10억원에 불과했던 의사배상책임보험액의 규모는 올해 1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윤래 현대해상 특종보험팀 과장은 "의사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 다음달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경호서비스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상현 기자( puquapa@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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