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수술 의존 않는 ‘카이로프랙틱’ 입법추진 “당연하다” VS “말도 안돼”논란
[쿠키뉴스] 2006-02-08 07:44
[쿠키 건강] ○…뜨거운 감자 카이로프랙틱. 치료영역을 놓고 재활의학과와 카이로프랙틱 관련 도수치료 단체들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카이로프랙틱 의료의 독립제도화가 추진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이로프랙틱 의료 독립제도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김춘진 의원(열린우리당)이다. 김춘진 의원은 “현행법 체계에 카이로프랙틱 의료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 현재 검토의견을 요청 중이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감염성 질환의 비중이 줄고 만성 퇴행성 질환 환자가 선진국 못지않게 늘어나는 등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나 현행의 약물과 수술 중심의 의료체계로는 의료재정의 폭증을 가져올 뿐 수요자 중심의 건강관리환경 개선효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카이로프랙틱 의료는 근골격계 질환의 대안의료로서 치료 절차가 간단해 입원을 요하지 않고 자연치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며 전문분야 진료이므로 효율성도 있다”고 전하고 “선진국 노동자 연구에서도 카이로프랙틱 의료가 일반 의료보다 의료비는 1/2 적게 들었고 업무 복귀율은 2배정도 빨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이로프랙틱의 독립제도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카이로프랙틱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여년 전. 이정도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재활의학과를 필두로 한 의료계와 카이로프랙틱 관련 단체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제도화 시켜 달라” 카이로프랙틱은 그리이스어에서 파생된 말로 '손'을 뜻하는 '카이로(chiro-)'와 치료를 뜻하는 '프락토스(practice)'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즉 약과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 주로 의사의 손으로 여러 가지 질환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카이로프랙틱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895년 미국의 데이비드 파머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의학적 체계를 갖췄으며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1985년 대구대학교 카이로프랙틱 클리닉을 통해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러 카이로프랙틱 단체들이 있다. 그중 외국 카이로프랙틱대학 졸업자들의 단체인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 한 관계자는 “서구사회에서는 카이로프랙틱 의료가 단독법률로 제도화됐다”며 “아시아는 비교적 제도화가 늦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홍콩은 10년전, 일본은 60년대에 제도화됐으며 최근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제도화됐고 대만도 추진 중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제도화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카이로프랙틱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며 세계적으로 카이로프랙틱 면허는 상호인정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카이로프랙틱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의료계는 제도화 되면 카이로프랙틱 의사가 미국처럼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일반의사와 카이로프랙틱 의사의 비율이 1/10이지만 이는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 의사들을 탄압하자 학생 수를 늘려 단체의 힘을 키우다 보니 비율이 높아진 것이며 호주는 1/20, 영국은 1/70수준이다. 카이로프랙틱 탄압이 수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단체의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카이로프랙틱이 제도화되면 업무영역이 불분명해 의료시장에 혼란이 온다고 주장하는데 가정용 의료기 시연장에 가보면 자가 치료를 받는 수많은 노인들이 있다. 이들은 사실 병원치료를 받아야할 사람들이다. 이같은 의료시장의 왜곡은 제도화가 잘된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며 제도화를 늦출수록 의료시장은 더 혼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가 아닌 예방 문화로 가고 있으며 국민에게 의료의 선택권을 다변화 한다는 차원에서도 제도화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교육 안받은 사람들이 제도권 편입? 어불성설!” 하지만 이같은 카이로프랙틱 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의료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도수 치료는 시술자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치료효과가 큰 차이가 나고, 잘못 시술을 하게 되면 척추신경 손상이라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꼭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의에 의해 시술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김춘진 의원이 입법추진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 의료현실에도 부합되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민건강향상 효과도 없기 때문에 김 의원의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이하 재개협) 최재익 의무이사는 반론문을 통해 김춘진 의원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내기도 했다.

최 의무이사는 “퇴행성관절염 등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임에는 동의하지만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중 극히 일부만이 도수치료의 대상이다”며 “많은 의사들이 도수치료를 익혀서 시술하고 있고 한의사들도 추나요법을 시행하는데 명목상 카이로프랙틱이라는 의료행위가 없다고 새 의료직종을 신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 우봉식 부회장(한양재활의학과의원)은 “다른 나라에서 제도화 됐다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정책은 한나라의 문화, 사회적인 정서를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상황도 다르고 수가도 다른데 어떻게 다른 나라와 단순비교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재개협 나인수 정책이사(나재활의학과의원)는 “카이로프랙틱 말고도 활법 등 유사 도수치료 행위가 많은데 카이로프랙틱을 제도화하면 다른 유사 치료법들도 봇물 터지 듯 제도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정식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우려했다.

나 정책이사는 “카이로프랙틱 단체들의 주장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도수치료가 인정비급여로 전환돼 병원자율로 정할 수 있지만 기존 수가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카이로프랙틱 시술업자들은 5만원 이상, 심하면 1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김춘진 의원의 주최로 열린 ‘세계 카이로프랙틱제도 현황과 한국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임종규 의료정책팀장은 “카이로프랙틱은 현행 의료제도 내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이로프랙틱이 독리된 분야로 인정하는 것은 의료계 내에서 합의가 이뤄져 입법청원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이상훈 기자 [south4@mdtoday.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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