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8] 히딩크 마법의 원천

2008년 06월 22일 (일) 17:48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덕중 칼럼리스트]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또 일을 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6월 22일 열린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8강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 대접전을 3-1 승리로 장식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회 조별리그에서 막강한 전력을 드러냈던 네덜란드는 사실상 일주일의 휴식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떨어트렸다. 이틀 밖에 쉬지 못했던 러시아가 대회 4강에 올랐다. 대체 히딩크 마법의 원천은 무엇일까.

히딩크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꽤 오래됐다. 히딩크 감독은 1984-85시즌부터 PSV 에인트호벤 코치로 활동하다 1987-88시즌 감독이 됐다. 히딩크는 선수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는 그렇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PSV는 단숨에 네덜란드리그의 강팀으로 올라섰다. PSV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1989-90시즌까지 2차례 리그 우승과 3차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챔피언클럽스컵에서 우승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우승 소감이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난 여전히 승리에 굶주려 있다"였다.

그 때만 해도 새내기 감독의 말에 의미를 두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의식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는 특별한 재주를 보이기 시작했다. 히딩크의 코치 시절 감독이었던 케이스 플루그스마 전 PSV 감독은 이를 알아봤다.

플루그스마 전 감독은 "그때도 히딩크의 능력은 뛰어났다.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리고 성과를 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히딩크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가장 중요한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의 최대 강점은 선수를 보는 안목과 선수 심리를 정확하게 읽는 능력이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라운드에서 이 같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모험도 즐긴다. 히딩크 마법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히딩크 감독은 수많은 유망주를 발굴했고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다. 한번 맺은 인간적인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끈끈해졌다.

히딩크 감독과 500여 일을 함께했던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히딩크 마법이 정말 있다면 그것은 그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테이블에 물을 쏟으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막고 휴지로 덮고 한바탕 부산을 떤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테이블을 들어 올려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자신에게 물이 흐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히딩크의 창의적인 사고방식은 조금은 엉뚱하기까지 했다. 한국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장기간 합숙을 할 수 있었다. 리그 일정을 중단하고 대표선수를 불러모아 오랜 기간 훈련을 한다는 것은 현대 축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불과 일주일 만에 이를 결정했다. 히딩크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0년 11월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제의를 받은 자리에서 "K리그를 멈추고 장기간 대표팀 합숙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축구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국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국내 평가는 다소 부풀려져 있다. 아무래도 2002년 6월의 영향이 크다. 한국에서 히딩크 감독은 완벽한 지도자다. 그러나 히딩크의 고국인 네덜란드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덜란드 축구 전문기자들이 쓴 <대표팀 감독들>이란 책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의 전술적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딕 아드보카트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국내 축구계 한 인사는 "(히딩크 감독은)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팀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히딩크 감독의 여러 장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게 리더십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이용해 잠재력을 끌어 낸다. 이런 측면은 경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 사진=마이데일리 DB]

(김덕중 스포츠 칼럼리스트 djkim@sports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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