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극으로 요실금·만성통증도 치료

뇌질환 치료 심부자극술 신경 관련 질환에 이용
비만치료에도 적용 연구

심장이나 뇌에 전기선을 삽입한 뒤 미세한 전기를 흘려 치료하는 '전기자극 치료법'의 적용 범위가 요실금이나 통증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전기자극 치료법은 '심부자극술'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것이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의 심장 주변에 전기자극기를 심어 전기를 공급해 심장 박동을 일정하게 해주는 치료이다. 심부자극술은 뇌 질환 치료에도 20여년 전부터 사용돼오고 있다. 파킨슨병이나 강박장애 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뇌에 전기자극기를 심는 치료법으로 '뇌 심부자극술'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는 "몸의 운동은 대부분 뇌에 있는 여러 핵에 퍼진 신경들 사이 여러 전기·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작용들이 지나치면 근육이 떨리거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활용, 항진(亢進)된 세포에 적당한 정도의 전기 자극을 주면 세포 항진이 줄어 통증이나 근육 떨림 등 이상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백 교수는 설명했다.

뇌 심부자극술

파킨슨병

50세를 넘으면 뇌에서 운동능력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양이 줄어든다. 도파민 양이 정상 이하로 줄면 중뇌에 있는 '하시상핵'이란 곳의 세포들이 과도하게 항진된다. 손발이 떨리고 사지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파킨슨병이다.

뇌에 작은 구멍을 뚫고 전기선을 삽입, 하시상핵에 이르게 한 뒤 전기 자극을 주면 비정상적으로 항진됐던 세포들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면 파킨슨병으로 인한 손발 떨림 등이 줄거나 없어진다.

▲ 파킨슨병, 간질, 수전증 등 뇌질환 치료를 위해 뇌에 전기선을 삽입한 모습.(왼쪽) 전 기는 쇄골 아래에 심은 전기자극기에서 공급한다.(오른쪽)/서울대병원 제공

근육 긴장 이상증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목과 머리가 반복적으로 흔들리면서 꼬이는 질환이다. 뇌 깊숙한 부분에 있는 '담창구'란 부위에 손상이 일어나 주변 세포 활동이 흥분돼 나타난다.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손병철 교수는 "담창구의 손상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정상적인 사람에게 갑자기 발병한다"고 말했다. 이때도 담창구 부분에 전기자극을 줘 비정상적인 세포의 활동을 가라앉혀 치료한다.

그밖에 강박장애와 우울증, 간질이나 수전증 등의 치료에도 뇌 심부자극술이 쓰인다.

요실금 치료에도 적용

방광이 이유 없이 너무 자주 수축돼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소변이 새어 나오는 '급박성 요실금'에도 전기자극 치료법이 적용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비뇨기과 박성열 교수는 "방광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인 천수(척추 안에 위치) 부분에 전기자극기를 심어 수축과 이완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면 요실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 수술 후 통증 증후군

허리 부근 디스크가 빠져나왔을 때,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디스크 주변 신경 잔가지들이 손상을 입으면 수술 후에도 계속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허리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라고 하며 디스크 수술 환자의 약 10~15%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화용 교수는 "신경 잔가지에서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부위인 척수에 전기 자극기를 심으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통증

나쁜 자세나 사고 등으로 척추에 무리가 가면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 주변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면 해당 신경과 이어진 다리나 손, 어깨 등에 통증이 나타난다. 신화용 교수는 "통증 초기엔 약물이나 물리 치료로 해결하지만 약물 복용 기간이 길어져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통증이 너무 심하면 심부자극술을 쓴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신경이 뇌로 전달되는 통로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방법이 쓰인다. 보통은 척추 주변부에 전극을 넣고 전기발생기는 복부나 쇄골뼈 아래에 심는다.

비만 치료 적용 가능성 연구 중

고도 비만인 사람의 뇌에 전기자극을 주어 음식을 덜 먹게 하면 비만을 치료할 수 있을까? 현재 뇌에서 배고픔을 느끼는 부위를 전기자극을 주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방법은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백선하 교수는 "전기자극을 이용한 비만 치료는 동물실험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윤리적 논란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유재은 헬스조선 인턴기자(가톨릭 의대 본과 4년)
  • 2009.06.02 22:55 입력 / 2009.06.03 04: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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