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아두라
(서프라이즈 / 개곰 / 2010-05-28)


왜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설득력이 없는지를 조금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리해봤습니다. 주변에 똑똑한 척하면서 정부 발표 믿는 사람 있으면 이런 식으로 한번 설득해보시죠. 좀 깁니다만.




진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한국군과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첫째, 사고가 난 해역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라서 평소에도 삼엄한 감시가 펼쳐진다. 그래서 야간에도 촬영을 할 수 있는 열상감시장치라는 장비를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곳에 두어 촬영을 한다. 더구나 사고가 난 당시는 한미연합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감시가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천안함이 정상적으로 운항하던 모습과 바다에 가라앉는 모습만 공개하고 사고가 난 순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처 촬영을 못 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둘째, 통신 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군 기밀이라는 것이다. 수십 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는데 원인 규명부터 하고 보아야 할 것 아닌가. 적어도 조사단에는 통신기록을 공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조사단에 참여한 몇 안 되는 민간인 조사관에 따르면 공개가 안 되었다고 한다.

있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니까 의혹이 자꾸만 커지고 군의 발표를 불신하게 된다. 은행강도를 당했는데 수사관들에게 은행에 설치된 CCTV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공개를 하더라도 강도가 일어난 몇 분만 빼놓고 나머지만 공개한다면 말이 되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아, 강도를 당한 게 아니라 은행 직원 누군가가 강도를 당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돈을 빼돌렸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인의 판단 아니겠는가? 한국에는 실제로 그렇게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작전 중에 원인 모를 사고가 났는데 한국군에서 이것을 북한에 뒤집어씌운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에서도 전문가가 와서 조사단에 참여했고 이들도 한국 조사단의 결과에 동의한다고 했으니 믿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은 증거 확보 과정에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군에서 어뢰를 증거물로 내놓고 이런 증거가 있으니 우리는 북한의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하면 그게 말이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한국군은 처음에는 기뢰라고 했다가 어뢰라고 했다가, 어뢰를 맞은 것에 비해서는 배가 너무 멀쩡하다는 반박이 들어오니까 나중에는 어뢰가 배를 직접 가격한 것이 아니라 배 밑에서 간접적으로 폭발하는 버블 제트 어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버블 제트 어뢰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 조사단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도입해서 터뜨렸다는 것이다. 한국 조사단이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고 거기에 맞는 증거를 들이밀면 외국 전문가들은 동의해줄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 증거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그것까지 외국 전문가들이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조사를 한국군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신을 낳고 있다.

그런 불신을 없애려면 민간인 전문가가 조사단에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한국군은 몇 안 되는 민간인 조사관의 신원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경찰관이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어서 죽였다고 하자. 그런데 그 경찰관이 그 사건을 수사한다면 누가 그 결과를 믿겠는가? 만약 그 경찰관이 자신은 정상적으로 차를 몰았는데 갑자기 술 취한 행인이 차도로 뛰어들었다고 수사 결론을 내면 누가 그 결론을 믿겠는가? 조사 주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설령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들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까지 깊숙이 관여했다 하더라도, 과연 범인으로 지목된 북한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만약 북한 해역에서 북한 함선이 침몰하여 수십 명의 북한 해군이 죽었고 북한이 중국, 쿠바, 러시아 전문가로 이루어진 국제 조사단의 조사 결과 남한의 어뢰를 받고 침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한다면 한국이 과연 그 조사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일까? 영국, 호주, 한국은 모두 미국의 혈맹이다. 스웨덴도 어쨌든 북한보다는 미국과 훨씬 가까운 나라다. 사실 스웨덴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아주 흔쾌히 동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한국과 아주 사이가 가까운 나라들만이 한국의 조사 발표에 손을 번쩍 들어준 것이다.

만약 조사단에 북한과 가장 사이가 좋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가 들어갔더라면 조사단의 결론은 어느 정도 객관성을 보여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껄끄럽게 여긴다. 핵무기를 보유한 대국들은 소국들에게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처럼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나라가 조사단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반드시 객관적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전문가를 조사단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북한은 둘 사이에 분쟁이 생길 경우 양측이 공동으로 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조사 결과가 나오자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조사단을 보낼 테니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이 결정적인 증거의 하나로 제시한 것 중에는 녹이 슨 어뢰 위에 파란 매직펜으로 적힌 ‘1번’이라는 한글도 있다. 고온의 폭파 충격을 받고 염분이 강한 바다 속에서 두 달 가까이 있었는데 글씨는 선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면에 겨우 두 달 바닷속에 있었던 어뢰의 금속 부분은 몇 년은 된 것처럼 녹이 슬어 있었다.

과거 북한은 6·25 전쟁 당시 미국이 세균전을 벌인다면서 국제 조사단을 초청했다. 이 조사단에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북한과 싸운 영국의 과학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국제 과학자들은 현장 조사를 통해 600쪽이 넘는 보고서를 내면서 세균전이 실제로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좌익 사상을 가진 과학자들이 이념을 앞세워 사실을 조작했다면서 공산주의자 특유의 선동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알자지라 방송의 People and Power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이 실제로 6·25전쟁 당시 세균전을 벌였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사실이 일본인 학자를 통해 밝혀졌다.

만약 한국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 그것을 북한 조사단 앞에 내놓아야 한다. 60년 전 북한이 온 세계 과학자를 받아들인 것처럼 한국도 북한 조사단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은 이념을 넘어선다. 중력의 법칙은 똑같다. 북한식 중력의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식 중력의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력의 법칙은 지구, 아니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이 통하는 것이기에 북한도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미국도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결정적 증거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증거를 북한이 꼼짝도 못하도록 내놓으면 된다. 하지만 그런 증거가 아니라면 북한을 범인으로 단정 짓는 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는 자꾸 북한을 범인으로 몰아가면서 정치적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왜?

6월 2일 한국에서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전에는 한국에서는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선거 때만 되면 이른바 ‘북풍’이 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현 정부가 들어선 뒤로 크게 뒷걸음질쳤다. 현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너무나 억압한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뒤지는 결과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하고 검찰이 여론조사 회사를 수사하는 실정이다.

또 천안함 조사단에서 군 당국과 다른 견해를 보인 민간인 조사위원을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역시 고발했다. 그래서 여론이 악화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북풍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사실 확인이 있어야만 신뢰가 쌓이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세계 언론은 분쟁의 한쪽 당사자 이야기만 전할 것이 아니라 다른 쪽 이야기도 들어보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도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감을 조금씩 심어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민주적 정권이 바로 그런 역할을 했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 개발이라는 성과도 거기서 나왔다. 그런데 세계 주요 언론사 기자는 한국어를 못하니까 무조건 북한 탓으로 몰아가는 기사로 도배가 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웹사이트에서 영어 기사를 읽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중동이 무조건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짓는 편견으로 가득 찬 기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된다. 편견 확대재생산의 악순환이다.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북한을 무조건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큰 이유의 하나는 미국의 핵 공격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영국도 혈맹인 미국이 핵무기를 가졌는데도 독자적으로 핵잠수함을 운용하지 않는가. 하물며 미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북한 같은 나라가 굶는 한이 있더라도 핵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북은 공멸이다. 아마 전쟁을 불사하자고 외쳐대는 한나라당 인간들 중에는 수틀리면 미국으로 튀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여러분은 그럴 수 있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식 손자는 뼈를 묻고 한반도에 살아야 한다. 주인 의식을 가지라.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선동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는 경제난이다. 물건은 남아도는 데 소비가 안 되어서 탈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이중으로 좋다. 첫째, 전쟁 특수로 경기가 살아난다. 1930년대의 공황은 뉴딜 정책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다. 전쟁이 공황을 호황으로 바꾸어놓았다. 유럽은 초토화되었지만 미국 본토는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고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우뚝 솟았다.

둘째, 한국이라는 자본주의의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다. 한국은 자동차에서 선박, 반도체,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업제품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 공장이 초토화되면 가까이는 일본에서 멀리는 독일, 핀란드까지 한국을 제외한 모든 공업국가가 살 판이 난다.

단숨에 세계 경기가 살아난다. 남북이 사이좋게 지내도 외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간질을 해서 사이를 벌려놓아야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판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과 여당이 앞장서서 전쟁을 부채질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공동체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사익에만 눈이 먼 그런 무리에게 다시 표를 준다니 밸도 없는가? 자식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손자 손녀를 다시 6·25전쟁이 일어난 60년 전처럼 미군이 던져주는 껌이나 받아먹는 그런 거지로 만들고 싶은가?

60년 전 전쟁이 터지자 대통령 이승만은 자기는 먼저 한강 다리를 건넌 다음 한강 다리를 폭파시켰다. 공산주의가 싫어서 피난을 가던 천여 명의 피난민이 자국 대통령의 지시로 몰살당했다.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그런 꼴을 당한다.

6월 2일에 투표 똑바로 하라. 누가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투표하라.

1번을 찍고 싶거든 찍으라.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파란 글씨로 1번이라고 적힌 가짜 어뢰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발의 진짜 포탄이 당신 가족의 머리 위로 날아든다는 것만 알아두라. 두 번 다시 투표는 못 한다는 것만 알아두라. 저세상에서는 투표 따위는 없다는 것만 알아두라.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5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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