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에 무심한 저축은행… 당국도 외면
입력 2021.08.24 06:00
‘내 손안의 자산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둘러싸고 시중은행과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업권 전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서비스를 준비하는 가운데, 유독 저축은행 업계만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에 참여를 독려하지 않으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금융권 미래 사업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향방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의인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면서 저축은행중앙회나 업계 순위권 저축은행을 초대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부터 은행연합회, 각 보험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같은 주요 금융업권 협회들이 전부 이 회의에 참여했는데, 저축은행만 빠졌다.
저축은행은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금융당국의 시각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기준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내준 업체는 총 40곳이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은 업계 3~4위권인 웰컴저축은행 한 곳뿐이다.
같은 2금융권에 속하는 카드업계에서는 전업 카드사 7곳이 모두 허가를 받았다. 제2금융권인 농협중앙회(상호금융)도 허가를 따냈다. 저축은행에 비해 업력이 훨씬 짧은 핀테크 업체들 역시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18곳이 뽑혔다. 광주은행 같은 지방은행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마당에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대부분이 마이데이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다.
업권별 주요 마이데이터 서비스 예시.
마이데이터 사업은 공공기관이나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금융 소비자 본인이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정보제공 서비스다 보니 본인정보 통합조회 같은 단일 사업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지만, 맞춤형 신용·자산관리 형태로 다른 사업과 연계하면 상당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고 금융권은 기대한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마이데이터 시스템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행 초기인 만큼 당장 개인정보 활용과 재가공을 통해 영위할 수 있는 사업범위도 다소 모호한 상황이어서 경영진들이 사업 참여에 대한 확신을 갖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으려면 5억원 이상의 자본금, 보안 설비, 타당한 사업계획 등을 갖추고 대주주 적격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아도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소속 시중은행과 비교해 저축은행은 연계할 사업이 제한적이다. 포지티브 규제로 업무가 묶여 있어 대출업무를 제외하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렵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에 기재된 업무만 허용하고 이외의 사업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표준업무방법서에 명시된 사업만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익구조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저축은행들은 마이데이터에도 소극적이다. 지난 6월부터 중앙회 차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체 전산망을 구축 중이지만, 정작 주요저축은행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추가로 요청하려는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저신용자가 주 이용자인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면 금융 사각지대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수익과 구조적인 문제로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에 뛰어들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시중은행이나 다른 금융사가 먼저 사업 효율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부분을 입증할 경우 후발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된 후 뒤늦게 저축은행이 뛰어들면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금융권에서 모두 마이데이터 관련 정보를 확보한 이후 저축은행이 움직이면 정보 비대칭성이 부각돼 종합금융사나 금융지주와 플랫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운 처지”라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사업성 검토라도 다시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차원에서 승인 허들을 낮춰주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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