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토어닷·K배터리 '맞손'…전기차 5분 완충시대 연다

이스라엘 혁신기업 `스토어닷`
삼성SDI·SK이노 등 협상 돌입
2024년 한국서 배터리 양산목표
전기차시장 게임 체인저 예고

BP·요즈마·벤츠·삼성 등 투자
내년 상반기 나스닥 상장 추진

    • 전범주 기자
    • 입력 : 2021.08.17 17:39:21   수정 : 2021.08.17 20: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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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의 혁신기술 벤처 스토어닷이 5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한 '꿈의 전기차 배터리'를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생산 업체와 손잡고 전 세계 전기차 시장 판도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협업이 현실화하면 통상 7~8시간 소요되는 완충을 단 5분 안에 끝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충전 시간의 한계를 해소하는 셈이다.

    17일 스토어닷 주요 주주인 요즈마그룹에 따르면 스토어닷은 국내 배터리 3사와 급속 충전 전기차 배터리 양산 프로젝트 논의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그룹 내 삼성벤처스가 스토어닷에 기투자한 상황이고, SK이노베이션도 SK텔레콤이 이미 요즈마그룹과 공동 투자한 경험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 대표는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그룹 회장은 이스라엘 혁신기술 스타트업과 한국의 입증된 제조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세계 최고 조합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스토어닷의 5분 완충 전기차 배터리를 한국 제조 업체와 양산하자는 데 스토어닷 경영진의 중지가 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들과 스토어닷 배터리 양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종국적으로는 이스라엘 기술과 한국 제조 인프라가 합쳐진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토어닷은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술(extreme fast charging)을 보유한 혁신기술 벤처로, 2008년 스마트폰 배터리를 30초 만에 완충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재료공학 연구원들이 창업해 반도체용 나노 소재를 연구하다가 배터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을 기존 흑연에서 메탈로이드(실리콘을 포함한 전이금속)로 교체하면서 이온 확산 기능을 활용해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회사는 2019년 5분 만에 완전 충전되는 스쿠터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상에 공개했고, 올해부터 중국 배터리 생산 업체 이브에너지와 생산에 돌입했다. 스토어닷은 2024년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으로, 국내에 이 생산 인프라를 깔겠다는 것이다.

    스토어닷의 주요 주주는 세계 2위 에너지그룹인 BP, 일본 전자부품 업체 TDK, 요즈마그룹, 메르세데스벤츠, 삼성벤처스 등이다. 특히 BP는 기존 석유 주유소를 향후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스토어닷에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에를리흐 회장은 과거 이스라엘 수석과학관 시절 스토어닷을 발굴하고 키워낸 인연으로 창업자와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스토어닷과의 협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정한 것도 에를리흐 회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토어닷의 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 업체로의 기술유출 우려가 스토어닷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JP모건을 주간사로 정해 내년 상반기 나스닥 상장을 계획 중인 스토어닷은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분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스토어닷의 초고속 충전기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방전이 빨리 될 수 있지만, 충전에는 일정 시간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기존 통설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제조 업체인 에스엠랩을 설립한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는 "스토어닷은 전기차 배터리로의 상업적 양산이 거의 불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BP 같은 대형 석유회사는 워낙 돈이 많고 미래 먹거리가 절박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글로벌 배터리 업체로부터 아무것도 검증받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스토어닷이 혁신기술을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지만, 상업적 양산과 해외 검증을 위해선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방증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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