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세계를 뒤덮기 시작한 메타버스... 가상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
- 최정미 기자
- 기사승인 2021-07-18 07:09:05
- 최종수정 2021.07.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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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워너브라더스]
테크 영역에서의 혁신적인 신개념들은 실제 제대로 설명되고 구현되기 전에 용어들로 먼저 밀고 들어온다. IOT, 공유경제, 클라우드 같은 말들은 갑자기 생겨나서는 설명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마구 사용되었고, 어느 순간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됐다. 지금은 메타버스가 그렇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이 만들어 자신의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시킨 것이다. 이후 2011년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 이 개념이 다시 구현된다.
허구 속에서 메타버스는 문화 경제적 경색에서 자유롭고,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새롭게 그려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유토피아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세상은 이보다는 더 디스토피아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무너진 현실로부터의 가상의 도피처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그 용어가 가상의 경험, 환경, 자산 등의 여러 대상에 이용되면서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해버린 현재의 팬데믹 시대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은 다음 세상에서 인터넷은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모여봐요 동물의 숲처럼 플레이어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게임들은 메타버스 성향을 갖고 있다. NFT(대체불가토큰)나 기타 보통의 암호화폐를 갖고 있다면, 이 역시 메타버스 경험의 일부가 된다. 가상과 증강 현실은 메타버스에 아주 근접해 있고, 온라인 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회의나 파티에 참석을 한다면, 메타버스 안에 들어온 것이다.
설립자, 투자자, 기업 경영자 들은 사회적 연결, 실험, 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이윤과 관련한 잠재력을 말하며 모두 메타버스에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작가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를 가상 세계나 공간이 아닌 ‘모바일 인터넷의 계승’ 즉, 초연결 생활을 위한 기틀로 묘사했다. 그는 “메타버스 이전과 이후의 명확한 경계가 없을 것이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여러 제품과 서비스, 역량으로 나타나 통합될 것이다”라고 썼다.
지난 5월 마크 저커버그는 테크 매체 CNET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메타버스로 뛰어들어 그 안에서 사회적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헤드셋으로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환경인 호라이즌을 탐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의 회장 젠슨 황은 테크 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함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암호화폐 붐을 타고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라는 가상세계의 화폐인 마나(MANA)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디센트럴랜드는 이용자 제작 NFT로 이뤄진 공동체로 인식되고 있는데, 크리에이터들은 이곳 자체를 장소가 아닌 장소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로 묘사하고 있다.
디센트럴랜드 내의 사람들은 콘서트나 작품 전시 같은 다른 이용자들을 위한 현장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마나 화폐로 즐길 수 있는 카지노도 있다. 반개발된 플롯과 테마존 들의 연결 속에서 디센트럴랜드는 계속 진행 중이다.
디센트럴랜드가 다른 가상 세계와 다른 점은 진정한 탈중앙화 즉, 분권화라고 한다. 디센트럴랜드의 설립자들은 항상 이용자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가 원하는대로 만들어가는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라고 말한다.
디센트럴랜드 재단의 대변인 데이브 카는 이와 달리 포트나이트는 중앙화된 체험이라고 말했는데, 주요 결정이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센트럴랜드에서는 자신이 확실한 비중을 갖는 느낌을 가진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개발할 때 메타버스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좀비들과 싸우며 요새를 구축하는 게임으로 시작한 포트나이트는 1년 뒤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에픽게임즈의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도널드 머스타드는 “우리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날아올랐다”라고 말했다.
수백만의 플레이어들이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에 모이면서, 에픽게임즈는 음성 채팅, 댄스 파티 등의 소셜 기능들을 서둘러 추가했다.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의 일환으로 지난 5월 연방 법원에 공개된 회계 문서에서 에픽 게임즈는 포트나이트가 2018년과 2019년 합쳐 9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게임 캐릭터를 꾸미는 데 돈을 쓰는 것이다.
이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그저 인터랙티브 체험이 아닌 메타버스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마케팅 부사장 매튜 웨이싱거는 법정에서 “이것은 게임 그 이상이다, 우리는 ‘메타버스’라고 하는 소셜 플레이스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해 포트나이트 속에서의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는 12백만 이상의 동시 접속 뷰를 달성했다고 한다. 또한 거의 50%의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섬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에픽게임즈의 회장 팀 스위니는 말했다.
독립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드는 플랫폼이자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2021년 1분기 사람들의 로블록스 총 이용 시간이 거의 100억 시간이었으며, 매일 4천 2백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접속한 것으로 보고 됐다. 또한 이용자들은 로블록스 세계의 가상 화폐로 패션 소품, 무기 등 자신의 아바타를 위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6억 5천 2백만 달러 상당의 금액을 썼다고 한다. 3월에 상장한 로블록스의 이번 주 기준 기업 가치는 거의 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로블록스의 회장 데이브 바스즈키는 로블록스를 메타버스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는 어린이들뿐만이 아닌 수십억의 사람들을 로블록스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투자 설명회에서는 로블록스의 업무 회의가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로블록스에는 해마다 수백만 종의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아이템 판매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독립 개발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덕분에 십대 게임 개발자들이 로블록스에서 백만장자가되는 경우도 있다.
16세의 아몬 런저와 23세의 스테판 바로니오는 함께 ‘매드 시티(Mad City)’라는 감옥 탈출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게임은 한 달에 20만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여 두 사람은 억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바로니오는 로블록스를 더 이상 ‘메타버스’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메타버스가 “그곳에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멀리 있다”라고 말했다. 로블록스의 플레이어의 절반이 13세 이하라고 한다.
로블록스의 최고사업책임자 크레이그 도나토는 17세에서 24세의 이용자들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고, 전 세계 이용자 베이스 확장을 위해 더 많은 언어들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도 있다.
게임 개발사 테이크투(Take-Two)의 회장 스트라우스 젤닉은 메타버스가 소문만 요란한 것일 수 있다며, “메타버스, SPAC, 암호화폐가 5년 뒤 받아들여진다면, 그게 무슨 대수가 될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심이 단순히 기회주의적인 것인지 전체적으로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여부를 보는 이들도 있다.
이보 헤닝은 20년 동안 메타버스 안에서 일하고 즐겨왔는데, 심지어 미 국무부가 3D 가상 세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국무부를 만들기 위해 그를 고용했다고 한다.
헤닝은 “초기 가상 세계는 사람들이 새로운 타입의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여졌는데, 지금은 확실히 많은 기업들이 지배권을 주장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테크 경영자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있지만 민간 플래폼들은 민간 플랫폼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헤닝은 “지금 바로 나는 아바타를 만들 수 있지만,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점프할 수 없다”며 상호 운용의 개념에 관해 말했다. 그의 관점에서의 메타버스는 단독 기업이나 기관의 제품 또는 공간이 아니며, 그렇다고 전체가 통합된 것도 아니다. 이들을 연결시키는 수단인 것이다.
헤닝은 이러한 연결 상태를 추구하며 몇몇의 자원자들과 함께 오픈 메타버스 상호 운용 그룹(Open Metaverse Interoperability Group)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가상 세계들을 연결하는 기술적 표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헤닝과 함께 이 그룹의 멤버인 로버트 롱은 현재의 메타버스를 초기 웹에 비유했다. “하나가 전체를 다 소유할 수 없다. 웹이 그런 것처럼 많은 여러 사람들이 호스팅하면서 분권화가 될 것이다. 우리는 메타버스의 HTML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NFT 거래소 파운데이션 랩스(Foundation Labs)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케이본 테라니언 또한 메타버스를 인터넷 이용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이 핵심이며,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한다.
그는 이더리움 불록체인을 들며 “어떠한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 결정하는 중앙부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메타버스와 유사하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테라니언이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자유를 신봉하는 것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은 개인이 대상을 소유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도구이다. 이는 효과가 있고 금전적 인센티브를 가져온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본성이 여전히 이기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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