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에 800km…'꿈의 배터리' 난제 풀고 내닫는 삼성SDI

머니투데이

  • 최민경 기자
  • 장덕진 기자
  • 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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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07:05

[MT리포트]K배터리 '루즈(Lose)·루즈'에서 '윈(Win)·윈'으로 (下)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의 '세기의 소송'이 2조원의 보상금에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은 환호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다. 소송의 짐을 털고 다시 뛰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과 풀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1번 충전에 800km 주행…'꿈의 배터리' 韓 어디까지 왔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배터리 기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현재는 '각형', '파우치형', '원형' 등 리튬이온배터리의 형태를 두고 배터리사들이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곧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다. 앞으로 배터리 업계의 패권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지난달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며 궁극적 목표는 '전고체 배터리'라고 밝히면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리튬이온배터리 단계에선 한중일 3국에 주도권을 내줬더라도 차세대 배터리 선도 지위는 유럽이 가져가겠단 장기적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황화물, 산화물 등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 수명 등의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뛰어나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이 외부 충격이나 고온 등으로 인해 흘러내릴 수 있어 발열, 화재 등에 취약하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상태 전해질을 사용해 전해질 누액으로 위한 위험이 없다. 에너지 밀도도 높아 1회 충전으로 800km이상 주행할 수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폭스바겐·토요타 2025년 상용화 목표…日이 기술 가장 앞서

폭스바겐은 이미 전고체 배터리 파트너 기업으로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를 선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퀀텀스케이프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4겹의 다층 배터리 셀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최소 12겹 이상의 다층 셀 배터리 기술이 필요한데 퀀텀스케이프는 연말까지 8~10겹의 다층 셀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은 현재 일본이 가장 앞서있다. 유럽 특허청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관련 국제 특허의 국가별 비중은 일본이 54%로 1위다. 뒤이어 미국이 18%, 한국이 12%를 차지한다. 일본 토요타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무라타, 히타치, 교세라, 도레이,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소재업체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국내선 삼성SDI가 가장 빨라…2027년 양산 계획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시점을 밝힌 건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목표로 하는 삼성SDI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1회 충전으로 800km이상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수지상결정 현상을 해결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수지상결정 현상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이며 분리막을 훼손하는 현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해질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공정을 활용해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LG는 "2028년~2030년이 상용화 목표 시점"이라며 "2027년까지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수준의 기술개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의 한 종류인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한계치인 800Wh/L을 1000Wh/L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재에 금속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고체 전해질 기술을 바탕으로 수지상결정 문제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꿈의 배터리 맞지만 이온 전도도, 가격 등 숙제 남았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선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배터리 보다 이온 전도도가 낮다. 이온 전도도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이동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출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비싼 가격 역시 상용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보다 높을 것으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결정 짓는 건 가격이 될 것"이라며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까지 낮춰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여기에 근접한 회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선제적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각사가 매년 막대한 자금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만 된다면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지만 기술적인 허들이 높아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면이 있다"며 "현재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민경 기자, 장덕진 기자

'소송 짐' 털어낸 K-배터리에, 정부 종합 육성대책 내놓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를 계기로 정부가 'K-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R&D(연구·개발)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연계, 배터리 산업 생태계 확립, 인재양성 등이 포함된 광범위한 지원책이 나올 전망이다. 특히 두 기업간 다툼의 단초가 됐던 인재 확보 문제를 놓고도 정부가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강구하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차전지 등 K-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정부도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전일 713일을 끌어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모든 분쟁을 종식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을 지급하고, 양사는 향후 10년간 추가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배터리 전쟁 종결을 적극 환영하며 정부도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동결된 이란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날 이란으로 떠난 정세균 국무총리도 도착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터리 시장은 제2의 반도체라 불릴만큼 주요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분쟁합의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K배터리 산업과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폭적 지원으로 발맞춰 가겠다"고 적었다.

우선 정부는 R&D 지원을 확대하고 소부장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 이차전지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소부장 산업 지원과 연계해 기업간 연대·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생태계를 갖추는 것 또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월 이차전지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230억원이 투입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불화의 씨앗이 된 인재양성 사업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산업혁신 인재성장 지원사업' 대상에 이차전지를 처음으로 포함시키고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한양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남대는 배터리 핵심소재 부문, 성균관대와 충남대는 배터리 설계 및 분석 인력을 각각 키우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원사업을 확대하거나 새 프로그램을 도입해 인력양성을 지원할 계획인데, 업계 의견수렴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는 석박사급 과정을 통해 배터리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확대할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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