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극찬했다, 싱가포르가 ‘주택천국' 된 비결

싱가포르는 토지국유화 연금활용 교통망 연계 신도시 개발 등 일관된 정책
한국은 정권 교체, 집값 등락에 따라 정책 목표도 수단도 수시로 변경돼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입력 2021.02.14 09:46 | 수정 2021.02.14 09:46

 

 

 

 

 

차학봉 기자의 ‘팬데믹 주택 버블’ 연구 - ⑤주택난 대안으로 주목받는 싱가포르 모델

싱가포르 도심에 2009년 준공된 공공주택인 피너클덕스톤. 7개의 건물로,최고층이 50층이며 스카이브리지로 연결됐다. 35개의 각각 다른 평면이 적용됐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불린다. 방 4~5실이 주력 평면이며 분양 당시에는 최고 분양가는 64만 싱가포르 달러였으며 10년이 지나서 120만달에 매매됐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와 돈 풀기 정책으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 소유여부에 따른 자산 양극화, 더 멀어진 내집 마련의 꿈, 임대료 상승에 따른 빈곤화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언제난 주목받는 국가가 싱가포르이다.인구 59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자가 보유율이 90%가 넘고 국민의 80%가 저렴한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민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싱가포르 대사를 만나 “싱가포르의 도시 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이 2006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내세운 반값 아파트도 ‘싱가포르모델’이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정부가 보유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서울시장 후보들도 싱가포르의 대표 주택상품인 공공주택의 공급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 모델의 비결은 뭘까. 우리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 있을까.

◇저렴한 분양가, 비결은 토지 국유화

싱가포르 모델은 토지를 99년 임대하는 조건으로 분양하기 때문에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토지임대가 분양가를 낮춘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성공의 첫 조건은 토지 국유화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의 대량 확보이다. 1960년대만 해도 싱가포르는 주택 대부분이 슬럼가로 이뤄져 있어 극심한 주택난에 시달렸다. 1959년 자치정부 선거에서 압승한 인민행동당( People’s Action Party)을 이끈 리콴유 초대 총리는 “사회적,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자가 소유가 필수적”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9%에 불과했던 자가 보유율을 감안하면 그의 선언은 망상 수준이었다.

“자가 소유는 시민에게 국가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지분을 주는 것이다. 집 소유 사회(a home-owning society)를 실현하겠다.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한다면 나라가 더 안정될 것이다.”

리콴유 총리는 중국, 말레이, 인도 등 다민족 사회인 싱가포르의 사회통합과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자가 소유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도 아파트 단지별로 중국계, 말레이, 인도 등 단지별 인종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민족의 화합을 위해서다.

리콴유 초대 총리는 집권 이듬해인 1960년 주택개발청(HDB, Housing & Development Board )을 설립했다. 그러나 곧 벽에 부딪혔다. 주택공급을 위한 토지확보가 쉽지 않았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정식 독립하면서 토지수용과 관련한 헌법조항을 만들어 토지수용법을 제정했다. 정부 기관이 법률에 따라 결정된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토지를 취득한다는 내용이었다. 토지수용법은 광범위한 공익적 목적의 토지 취득허용과 시세 이하의 보상금 지급을 특징으로 한다. 당시 리콴유 총리는 의회에서 “토지 보상의 원칙은 지주들에게 부당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토지 국유화율이 90%.

◇'강제 저축'을 통한 국민 연금과 모기지 결합, 주택가격 걱정 없는 파격적 금융지원

토지 국유화 정책으로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1960년대 싱가포르 국민은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없었고 정부는 충분한 주택을 지을 재정이 없었다.

돌파구는 연금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결합이다. 애초 중앙후생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노후보장을 주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1968년 CPF 적립금을 이용해 공공주택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바꿨다.

공공주택을 분양받으면 CPF 기금을 통해 1차 조달하고, 모자라면 주택개발청(HDB)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은 정부 지원금도 제공된다. 월급여 중 CPF 예치 의무비율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데 2000년 기준으로 근로자는 월급의 평균20%, 사업주는 평균 12% 수준이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월급의 4.5%씩 부담하는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사실상 강제 저축이다.

중앙연금기금의 대출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고 원리금은 장기 상환하는데 실질 금리가 1%대에 불과하다. 소득에 따른 주택 ‘가격 책정’ 원칙에 따라 저소득층은 정부가 주택구입지원금을 제공한다. 2015년에는 자식이 부모주거지 인근에 주택을 마련할 경우, 2만 싱가포르 달러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지원금은 소득이 낮을수록 많아지는데, 최대지원금이 8만 싱가포르 달러, 집값의 40%까지 지원된다. 부담능력에 따른 이중 가격제이다.

◇교통망과 함께 고밀도 신도시 건설, 중대형 위주로 공급

싱가포르는 주택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교외지역 신도시의 고밀도 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이다. 복수의 환상도로를 먼저 배치하고 신도시와 공단 클러스터를 개발했다. 간선도로, MRT(지하철, 교외는 지상화)나 기간버스 등 대중교통 네트워크와 연동해 23개 뉴타운과 3개 주택단지가 개발됐다. 교통, 주거, 교육, 취업,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도시 계획과 디자인을 결합했다. 한국은 주택가격 급등해서 주택난을 해결하라는 비판이 쏟아지면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만들고 토지보상을 시작한다. 전철망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 상당한 기간 교통난에 시달여야 한다.

한국의 공공주택과 달리, 중형 위주로 공급한다. 주택 절대 부족시대인 1970년대에는 주로 방 2~3실(방에는 거실도 포함) 아파트 공급이 중심이었지만 1980년대 3실 아파트, 1990년대 3~4실 아파트, 2000년대 이후 4~5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등 주택 규모를 키웠다. 1995년에는 고급형 콘도미니엄 주택도 도입했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공공주택 중 방 3실 아파트가 24.2%, 방 4실이 41.9%, 방 5실이 24.3%이다. 방 1실, 방 2실은 0.03%와 0.2%에 불과하다.

 

재건축도 활발하다. 재건축 대상 주택 소유자는 시장평가액으로 보상을 받고 인근에 건설되는 공공주택 우선구매권을 받는다. 고령화 진행에 맞춰 낡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설치, 베리어프리(무장애) 시설, 고령자 세대를 위한 평면개발 및 우선배분 등의 정책이 도입됐다. 고령자 부모가 있을 경우,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는다. 단지 내에 고령자 대상 의료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공공주택을 통해 노후생활지원방안도 마련됐다. 넓은 집에서 소형 주택으로 이전해서 여유자금을 확보하거나 넓은 집의 남는 방을 월세 임대할 수 있다.

◇공공주택 5년 지나면 매매로 시세 차익가능, 임대는 한정적으로 공급

한국에서는 ’99년 토지 임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싱가포르 공공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99년 토지임대'라고 해도 분양시에 토지 임대료가 포함돼 있어, 임대라는 느낌조차 없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자가 소유’이기 때문에 임대주택은 극빈층이나 공공분양 주택에 입주대기하는 기간에 사용하는 주택이다. 전국민 자가보유를 주창한 리콴유 초대총리는 자기 보유자가 임대 입주자보다 사회적 책임감이 더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누구나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공임대 확대를 선언한 현 정부와는 정반대 정책이다. 공공주택은 5년간 거주하면 언제든지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매할 수 있다. 5년내 판매할 경우에만 사실상 분양가로 주택개발청이 환매한다.

매매를 허용한 것은 인기 지역에 주택을 분양받기 어려운데다 분양대기 기간이 길게는 7년(1980년대)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기 기간이 3~4년 정도. 매매 허용은 주택 절대부족에서 벗어남에 따라 공공주택을 중산층의 자산축적 기회로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다. 1990년부터 2018년에 걸쳐 공공주택의 매매 가격이 5. 42배 상승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공공주택 매매 시장이 1990년대와 2010년대에 들어 과열됐지만, 매매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공공주택 매매의 중개업무를 담당하는 주택개발청(HDB)이 시세차익의 일부를 환수한다고 하지만,형식적이다. 2006년이전에는 환수비율이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됐다. 2 실형 매매는 10~15%, 3실 형은 20%, 4실형은 22.5%, 5실 형과 고급형은 25%까지 부담금으로 징수했다. 2006년이후에는 시세차익 환수가 정액제로 바뀌었다. 규모에 따라 1만5000 싱가포르 달러(1250만원)에서 5만5000 싱가포르 달러(4600만원)를 부과한다.

◇ 고가 민간아파트도 3년 보유하면 양도세 없어,

정부 규제를 받지 않은 민간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5% 정도이다. 일반인을 위한 공공주택은 저렴하게 공급하지만, 민간주택시장은 철저하게 시장 자율에 맡긴다. 수십억원, 수백억원하는 고급 주택도 많다. 공공주택 분양 자격이 없는 외국인과 부유층이 대상이다. 공공주택을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내고 민간주택으로 이사하는 사례도 많다.

민간 주택 평균 가격은 우리 돈 15억 원 정도로, 공공주택보다 4~5배 정도 비싸다. 싱가포르는 단기매매가 아니면 양도세, 증여세가 없다. 싱가포르도 다주택자에 의한 집값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취득세는 중과세한다. 2주택인 경우 12%, 3주택 이상이 15%로 세율이 높다. 외국인(20%)이나 법인(25%)도 훨씬 더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재산세는 거주자, 비거주자로 나눠서 거주자보다 비거주자에게 중과세한다.

◇ 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한 일관된 정책, 국민의 호응 이끈 실용주의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성공요인은 토지국유화, 연금과 모기지의 결합, 신도시를 통한 고밀도 개발 등 복합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건국이후 전국민 자가소유라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30년간 집권한 리콴유 총리는 반공주의자였지만, 자가소유가 사회안정의 기반이라고 보고 사회주의적 토지국유화를 밀어 붙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99년 토지임대형 공공주택이지만 5년 보유후 매매와 시세차익을 인정하고 소형이 아니라 중대형 중심으로 공급했다. 민간 주택과 비슷한 소유권을 주고 고급화를 추진한 점도 수요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재명 지사와 현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주택 정책은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해 사실상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부정, 주택이 자산축적의 수단이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아무리 이상적 정책도 현실을 외면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물량의 공급확대, 모기지와 주택연금 결합은 리콴유의 초대 총리의 실용주의의 산물이다.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접목시킨 것이다. 한국도 역대 정권이 도입했던 보금자리 주택의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공공주택 등이 싱가포르 모델을 일정 정도 참조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전 정부의 대표 상품이라는 이유로 정책이 바뀌었다. 정권 교체에 따라, 집값의 등락에 따라 정책 목표와 수단이 수시로 바뀌는 한국에서는 참조하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버블#부동산 대책#부동산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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